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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넬라 판타지아, 애니 판타지아 2편
분류 애니메이션 등록일 13.11.28 조회수
0
작성자 정연주 소속 애니메이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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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 판타지아, 애니 판타지아 2편

 

 

정연주 | 애니메이션 감독

 

 


저번에 기회가 닿아 소망 하나를 그려 보았다. 읽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산업에서 지원정책이란 중요하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 성장 발전시키는 일은 마치 아기 키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줘야하고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잘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좀 더 똑똑한 엄마라면 목표도 제시하고 플랜도 짜줄 것이지만 미래는 장담 할 수 없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캐나다의 국립 영화 위원회, NFBC(National Film Board of Canada)는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의 제작에서부터 마케팅, 배급에 이르기 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다큐멘터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그리어슨이 1939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영화를 통해 캐나다를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음을 정부에 피력 하면서 설립되었다.

 

존 그리어슨은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먼 맥라렌을 NFBC에 합류시켰다. 노먼 맥라렌은 1941년 이곳에 애니메이션분과를 만들고 독창적인 실험들을 하면서 수많은 업적들을 남겼다.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틀을 깨면서 모든 영상을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올려놓았으며 픽셀레이션, 필름 스크래치 등의 새로운 기법들을 만들어냈다. 후에 그는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불리게 된다. NFBC 몬트리올 제작본부 곳곳에서 그의 흔적과 ‘노먼 맥라렌 거리’라는 복도 표지판을 찾을 수 있고 89년에는 건물 이름도 ‘노먼 맥라렌 빌딩’으로 바꿔 불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의 노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NFBC는 국적을 불문하고 자본의 논리를 배재한, 내용과 제작방법에 상관없이,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제작지원을 하는 풍토가 마련되었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작품들은 NFBC가 보유한 스튜디오와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제작지원금과 급여를 받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열악한 작가들의 작업환경을 생각하면 복지 같은 환상적인 지원이 아닐 수 없다. 제작단계의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완성되면 웹사이트를 통한 VOD 서비스를 진행하고, 마케팅과 홍보, 영화제 출품과 영화제 상영을 위한 배급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NFBC의 이러 지원정책은 각국의 인재들을 모이게 하고 맘껏 기량을 펼치게 해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는 수많은 수작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픽셀레이션의 대가이자 혁신적인 수장 노먼 맥라렌을 포함해 모래 애니메이션의 캐롤라인 리프, 인형 애니메이션의 코 회드만, 동화를 직접 촬영하는 방법을 사용한 존 웰든, 핀 스크린 기법의 자크 드뤼엥, 다양한 재료와 빛을 이용한 이슈 파텔 등 애니메이션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모두 이곳의 전속작가로 활동 했거나 지금도 활동 중이다.

 

오늘날 전속작가 지원제도는 예전보다 축소되었지만 대신에 환경변화에 맞는 다양한 포맷의 지원제도들이 생겼고 몬트리올의 제작본부를 시작으로 밴쿠버, 에드몬드, 위니페그, 퀘벡, 토론토 등에 지역사무소와 제작센터 그리고 해외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여전히 매해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유수 영화제에서 그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NFBC의 성공 요인은 단연 국적을 불문한 작품성만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민족이라는 끈끈함과 국적에 대해 예민한 우리로서는 국적을 불문한 인재 채용은 어려울 것이다. 국적 대한민국은 지원 자격에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이를 두둔하면 두둔했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민족 사회로 접어든 우리도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지만 아직은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적은 그렇다 치더라고 우리도 작품성만으로 지원 작을 선정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 글로벌이냐 아니냐, 한류냐 아니냐, 유행처럼 잣대를 들이 대지 않을 순 없을까? 지원정책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작업자들도 따라 어울리는 옷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무엇하나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없는데 어느 날 뚝딱 생긴 지원정책이 혼자 앞서 나가다 물을 흐려 놓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제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작-마케팅-배급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주고 기본으로 돌아가 작품성만으로 작품을 봐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NFBC가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지원기관이라는 점이 부러웠다. NFBC는 실험적인 작가들의 노력으로 애니메이션이 부상했지만, 아마도 우리라면 또 다른 시너지를 자생적으로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가 제작 현장을 그렇게 오래 떠돌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미스터 고> 같은 작품이 몇 년 더 앞당겨 제작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아바타>가 한국에서 만들어졌을지도.

 

애니메이션 지원은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분리되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넘어갔었다. 2011년 장편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이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반갑게도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중단했던 애니메이션 지원을 다시 부활시켰다. 반가워하기도 잠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안정적인 상영 및 배급을 위한 마케팅비 지원이라는 사실에 턱없이 부족한 제작 현실에서 모두들 할 말을 잃는다.

 

우리가 문화산업에 관심을 기울였던 때를 생각해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너무 성급하게 성공과 실패의 잣대를 들이대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싸이의 말 춤에 덩달아 성급하게 뛰쳐나가기 보다는 하던 대로 꾸준하게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매일이 신세계고 매시간이 변화무쌍하다지만 문화만큼은 느리게 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믿는다.

 

지원정책을 이야기 하고 있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정부 지원 없이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날은, 언제 올까?

 

넬라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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