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사라져도 온택트는 계속된다

코로나19가 인류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기존에는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접촉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거나 상품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직접 접촉이 아닌 간접 접촉 또는 간접 체험으로 바뀌는 추세다. 간접 접촉이나 체험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첨단 IT 기술이다. 인터넷,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등이 우리 문화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다.

온택트(On+Contact)

공연계에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볼쇼이 발레단을 운영하는 볼쇼이 극장은 1776년 설립 이래 최초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인터넷을 통해 선보였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6개의 공연을 선정해 24시간씩 유튜브로 공개했다. KBS 교향악단, 예술의 전당, 도이치 그라모폰, 빈 국립 오페라단 등 많은 예술 단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온라인 유료공연도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협연이 대표적이다. 한류스타 방탄소년단과 NCT127, 슈퍼주니어 등도 증강현실을 접목한 온라인 공연에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하모니를 형성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단원들은 각자 집에서 교향곡을 연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단체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인터넷을 매개로 협연한 것이다. 비록 물리적으론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연결 자체는 이어가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는 조회 수 284만 회(6월 3일 기준)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 초기엔 기존의 접촉(콘택트, Contact) 문화에서 비접촉(언택트, Untact) 문화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적 연결 그 자체는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온라인을 통한 접촉’ 즉 ‘온택트’(Ontact, On+Contact)라는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협연도 그런 온택트의 필요성을 강조한 행사였다.

모멘텀의 형성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최근 ‘바이러스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서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온택트를 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접촉의 영역이 커져왔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런 흐름이 전면화된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카드 사용 빅데이터로 분석한 ‘코로나19 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S·H·O·C·K’로 제시했다. ‘온라인(S)’, ‘홈 라이프(H)’, ‘건강·위생(O)’, ‘패턴 변화(C)’, ‘디지털 경험(K)’을 의미한다. 여기서 패턴 변화는 생활상이 크게 변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실제 소비문화를 가리키는 키워드는 총 4개로, 전염병과 관련된 건강·위생을 제외하면 모두 디지털과 관련된 것들이다. 홈 라이프도 홈에서 라이프를 이어가려면 디지털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온라인과 같은 의미다. 모든 연령층이 모빌리티, 온라인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영역에서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는 디지털 시대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 사회문화 격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각 기업은 이들 세대를 잡을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보다 편리한 온택트 시스템을 정비해가고 있다.

경제활동에도 엄청난 변화가 불어온다. 모든 직원이 단일한 회사 건물로 출근해 한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가 끝나간다. 온라인 원격 근무, 즉 재택근무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인터넷 활성화 이후 재택근무의 시대가 올 거란 예측이 언제나 제기됐지만 변화가 더뎠는데, 코로나19로 마침내 모멘텀이 형성됐다. 최근 들어 재택근무 관련 화상회의 앱 매출이 3,000% 이상 폭증했다는 일부 조사기관의 발표도 있었다.

온라인 개학의 영향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온택트 방식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을 해도 사교육 업체에선 여전히 대면 교습을 이어갔다. 그러다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으로 학원에서 N차 감염이 나타나면서 사교육도 원격 교육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커졌다.

승차 구매, 승차 이용 형식도 확산될 것이다.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 α’ 시장의 확대다. 자동차를 탄 채 상품을 구매하거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회, 고기 승차구매에 이어 승차 예배까지 등장했다. 외국에선 승차 결혼식도 열렸다. 승차 극장과 공연도 더욱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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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거대한 변화를 앞당기다

언택트, 온택트 흐름으로 관련 사업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된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데이터 관련 기업, 인프라를 담당하는 반도체나 통신 기업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이미 그런 경향은 주식시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개인이 집에서 편리하게 쇼핑하거나 서비스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기업들도 수혜자가 된다. 집에서 요리해먹는 ‘홈쿡’, 집에서 마시는 ‘홈술’,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 집에서 일하는 ‘홈오피스’ 등으로 관련 용품 매출도 증가한다. 집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넷플릭스 등도 각광받는다. ‘홈코노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렇게 비접촉 연결이 확대되면 디지털 온라인의 영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의 형성, 그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담론장에서 추상적으로 거론되던 4차 산업혁명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실생활에서 실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금방이라도 백신을 개발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백신 개발이 불가능할 거란 주장도 있다. 코로나19가 오래 이어진다면 온택트 신드롬도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생활문화가 장기간 이어지면 결국 고착된다. 온택트 문화가 비상 시기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장기적 생활문화로 정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설사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일단 정착된 생활문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에게 다가오던 중이었다. 이 흐름은 거대한 역사의 물결이다. 몇몇이 뒤집을 수 있는 작은 파도가 아니란 이야기다. 코로나19가 이를 앞당겼을 뿐이다. 이 변화의 흐름은 역전되기 힘들다. 우리는 기존 일상과는 다른, 온택트 방식이 활성화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인류문화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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