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여자) 아이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꿔 놓았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익숙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리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음악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쇼케이스나 음감회, 콘서트, 사인회 등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가 불가능해졌다. 관객의 환호를 먹고 사는 가수들이 텅빈 객석만 마주하게 됐다. 그럼에도 음악을 함께 즐기기 위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온라인 쇼케이스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팬사인회는 영상통화로 대체됐다. 이제는 온라인 콘서트도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비대면의 ‘언택트(Untact)’와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온(On)’이 결합된 ‘온택트(Ontact)’ 세계가 열렸다. 데뷔 2년 만에 톱클래스 걸그룹으로 우뚝 선 (여자)아이들(이하 아이들)은 지난 1월 전 세계 32개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투어의 개최를 알리며 갈수록 높아지는 글로벌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월드투어는 ‘잠정 연기’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하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당초 3월 계획된 새 앨범 발매 프로젝트 역시 무산됐다.

관객 없는 무대

아이들의 세 번째 앨범 ‘I trust’는 9개월 만에 내놓는 야심작이었다. 그만큼 멤버들의 땀과 노력이 깊게 스며든 작품이다. 빛나는 성과가 예견됐다. 타이틀곡 ‘Oh my god’을 앞세운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 58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고 말았다. 소연과 수진은 “새 앨범을 발표했는데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엠넷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각 방송사들의 음악 프로그램은 정상 편성됐지만 생방송 현장은 모두 무관객으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우기는 “관객이 없는 무대는 너무 허전하고 공허했다”고 묘사했는데, 무대 밖 대기실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우기는 “이전 활동 때는 대기실이 많이 바쁘고, 정신없고, 시끌벅적했는데 요즘에는 대기실에 힘이 많이 빠진 듯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미연은 “헤어, 메이크업 선생님, 스태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도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슈화는 “노래와 춤, 무대만큼이나 개인과 팀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쏟아야 돼서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나마 음악 방송이 살아있는 게 위안일 정도로 여러 대외 일정들이 연기 혹은 취소됐다. 그 중에서도 데뷔 이후 첫 월드투어의 불가피한 연기는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미연은 “국내외 네버랜드(팬덤명)를 만날 생각에 정말 많이 설레었는데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얼른 찾아뵐 수 있게 상황이 좋아지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슈화 역시 “늦게 만나는 것이 아쉽지만 건강이 제일”이라고 얘기했다.

“아쉽지만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만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 같이 노력하면 좋겠어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완벽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이들

온라인에서 네버랜드를 만나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한 아이들은 지난 4월 ‘온택트(Ontact)’라는 묘수를 들고 돌아왔다. 대중과 물리적 스킨십은 불가능했지만 기술을 활용해 팬들과 비대면 소통을 시도했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해 더 많은 팬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멤버들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 낯설고 생소했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

민니와 우기는 “아무도 없는 현장이라 실감이 잘 안 났지만 긴장도 조금 덜 됐다. 하지만 더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티스트와의 일대일 대화 창구였던 팬사인회는 영상통화로 진행됐다. 멤버들이 팬들에게 영상통화를 걸고, 이들의 집으로 사인 CD를 보내는 방식이다. 함께 웃으며 악수를 나눌 수는 없지만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장점도 있었다.

미연은 “영상통화 팬미팅은 처음이라 걱정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친한 친구처럼 느껴져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멤버들 역시 “무척 새롭고 외국 팬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온택트 이벤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분명 묘수로 작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이들의 생각이다. 팬들의 함성소리와 응원봉으로 가득 차야 할 현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소연은 “직접 소통하는 게 가장 최고인데 만나지 못해서 아쉽고 슬펐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민니도 “새로운 시도가 분명 좋은 점도 있었지만 직접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실제로 듣고 싶다. 그래야 큰 힘을 받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며 웃었다.

팬데믹 종식을 꿈꾸며

아이들은 단순히 음악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아동복지회를 통해 따뜻한 기부에 동참했고 고생하는 의료진과 시민을 위한 각종 응원 릴레이 캠페인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하루 빨리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 모두가 건강하게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소연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방법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최대한 많이 네버랜드와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른 멤버들도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전 세계 네버랜드를 만나서 같이 공연을 하고 싶다”며 “코로나19로 지체된 시간만큼 더 많이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 전까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데뷔곡 ‘LATATA’부터 ‘한’, ‘LION’, ‘Oh my god’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분위기로 음악 팬들을 사로잡는다. 최근 발표한 앨범은 그 정점에 오른 느낌이다.

멤버들은 “점점 아이들이라는 장르가 확실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며 “특히 이번 ‘Oh my god’은 정말 아이들 밖에 못하는 콘셉트를 선택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연은 “각자의 개성과 소연의 프로듀싱이 잘 어우러져서 완성됐다. 새로운 앨범을 만들 때마다 더 많이 고민하고 대화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과 목표 역시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압축된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전제하면서도 우기와 미연은 “음악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찾아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민니와 슈화, 수진 역시 “전 세계 네버랜드를 만나러 가는 게 목표다.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길 바란다”며 두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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