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소외되는 사람들 - 글 김동호 토큰이코노미 발행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추진에 따라 문화, 예술 등 관련 콘텐츠의 디지털화 역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ICT에서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 빈부격차의 확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학로의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 등이 공연을 중단하거나 무기한 연기했으며, 클래식과 대중가요, 인디음악 등 콘서트도 잠정 중단됐다.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회도 한동안 중단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제한적인 관람객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 중 일부는 디지털의 힘을 빌려 다시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채널을 활용한 콘서트와 전시회 등이 속속 개최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던 문화, 예술 콘텐츠가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노년층과 빈곤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경제적 상황, 신체적 조건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오히려 문화의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촉진, 확산시키겠다는 정부의 좋은 의도가 취약계층의 문화, 예술 체험 기회를 제한하거나 혹은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받은 넷플릭스의 경우, 주 시청자의 연령대는 20~30대다. 여기에 40대 시청자도 점차 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하고 매달 정액의 구독료를 낼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이들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1,58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는 넷플릭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대략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필요할까?

일단 국내 기준으로 살펴보면 넷플릭스의 월 사용료는 매달 1만 원 정도다. TV로 넷플릭스를 보려면 우선 스마트TV와 인터넷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TV구매 비용은 제외하더라도 인터넷 이용에 매달 2~3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선 적어도 5만 원 정도의 데이터요금제에 가입해야한다. 이들 비용을 합하면 매달 최소 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1년이면 96만 원이란 거금이 들어간다. 올해 최저시급(8,590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한 달 급여가 179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지불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취약계층의 문화적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던 문화센터나 복지관 등 일부 문화 복지사업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이들 사업의 운영이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면서 취약계층의 문화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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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용 정책도 함께 확대해야

정부가 디지털 뉴딜과 함께 추진 중인 디지털 포용 정책의 성공 여부도 문화의 빈부격차 축소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그에 발맞춰 시민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활용능력을 높여 문화적, 사회적 소외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노약자와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국민 모두가 디지털 사회에 대한 참여 동기를 가지고,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직접 찾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 전반을 정비할 계획이다. 단순히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투자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목표 아래, 그간 지역 내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디지털 교육을 도서관과 주민센터 등 거주지 근처의 ‘디지털 역량센터’에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교육 대상도 취약계층 중심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고, 교육 내용도 기존 PC 중심에서 모바일이나 AI(인공지능) 체험 등 실생활에 보다 많이 활용되는 내용 위주로 변경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1대 1 방문 디지털 역량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디지털 기기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스마트기기와 통신료도 지원한다.

최근 대부분의 공연, 전시회 등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사전에 티켓을 판매하고 있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노년층 등 취약계층은 티켓을 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영화관이나 커피숍, 지하철 등 많은 곳에서 유인창구가 점차 사라지고 키오스크가 늘어나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싼 콘텐츠 이용료를 지불할 수도,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할 수도 없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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