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재미있는 것을, 함께 하다 - 작곡가 박문치 - 글 심재걸 문화평론가, 사진제공 박문치

박문치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모두가 ‘박문치’라는 구호를 외쳐야 했다.
따라해 보자. 박문치. 박문치. 박문치!

왜 문치 문치 하는 줄 알겠다

도화선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였다. 유재석과 이효리, 비가 결성한 혼성 그룹 ‘싹쓰리(SSAK3)’ 프로젝트에서 활약하면서 박문치의 인지도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지코의 ‘아무 노래’,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1990년대 스타일로 편곡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박문치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유재석은 “왜 문치 문치 하는 줄 알겠다”고 할 정도였다.

단순히 한 방송 안에서 출연자끼리 주고받는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점령은 물론 쏟아지는 각종 매체의 기사가 이를 증명했다.

박문치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두고 “놀랍고 꿈만 같다. 정말 영광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박문치에게 2020년 여름은 “코로나19 때문에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관심을 받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었다. 불가항력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이상의 행복이 찾아온 시기였다.

박문치는 모든 공을 이효리에게 돌렸다. 이효리는 <놀면 뭐하니?> 제작진에게 박문치를 적극 추천했던 한 사람이었다. “사실 무척 감사드린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고 더 살갑게 하고 싶었지만 TV 예능 첫 출연이다 보니 그만큼 나도 긴장을 했고 조심스러웠다”는 박문치는 “효리 언니! 정말로 많이 사랑합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방송 이후 박문치를 향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화보, 광고, 음악 작업 등 사방에서 박문치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 박문치는 “작업 문의도 많아졌지만 정말 광고, 화보 등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라며 “신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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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치, 제 이름은요

‘박문치’라는 이름도 매력적이다. 얼핏 사람 이름이 아니라 그룹 이름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녀에게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수인지, 또 프로듀서인지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정형화된 무언가를 탈피하거나 깨고 싶어 하는 마음도 엿보인다.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이름 ‘뭉치’에서 받침만 바꿨다는 일화도 있다. 페이스북에서 투표로 정한 예명이지만 어감에서 풍기는 모호성 덕분에 박문치 자신도 가장 1등을 바랐던 이름이기도 했다. 박문치는 “지루한 것을 잘 못 참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며 “정형화된 무언가 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고 이름에 새겨진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놀면 뭐하니?> 출연 이후 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박문치는 “사실 나는 항상 한결 같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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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서부터입니다. 리코더 합주단을 했을 때 짜릿함을 느낀 이후 합주와 사랑에 빠졌고 중학생 때는 기타를 배우다가 자연스레 작곡 전공을 결심하고 실용음악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차곡차곡 쌓은 실력은 금세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인 홍대에서도 빛났다. 그녀는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 4명이 뭉친 프로젝트 그룹 ‘치스비치’의 일원으로, 또 함께 즐기면서 음악하는 ‘박문치 유니버스’의 수장을 맡고 있다. 다른 작곡가와 송캠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강다니엘의 ‘인터뷰’, 엑소 수호의 솔로곡 ‘사랑, 하자’가 그렇게 탄생했다. 노래를 만드는 것 자체를 즐기는 그녀는 ‘박문치’라는 존재가 잠깐 반짝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멋진 작업물이 완성되고 세상에 나왔을 때 특히 뿌듯함이 크다”고 말한 박문치는 향후 같이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BTS를 선택했다.

“RM 님이 가끔 음악 추천을 해주셨는데 내가 편곡한 곡들을 얘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정국 님 또한 죠지 오빠와 함께 작업했던 ‘바라봐줘요’를 커버해주셔서 또 한 번 놀랐고요. 두 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진짜 멋있었던 박문치

박문치의 뉴트로는 외형적으로도 특별하다. 1996년생이 2020년에 1990년대 음악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그 시대 음악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아니라서, 기억재생이 아닌 새로운 창작으로서 가치가 빛나고 있다.

박문치는 “음악적 포인트는 ‘명곡이라 불리는 음악들이 왜 명곡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얘기했다. “이를 연구하다가 과거 세계를 제패한 명곡들에 집중하면서 그 사운드의 매력에 푹 빠져 90년대 사운드를 추구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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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루한 걸 싫어하는 성격 때문인지 항상 새로운 것들을 찾았다. 80~90년대 음악이 신선하게 들려왔고, 오히려 제 연령대에서 추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박문치의 뉴트로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패션 역시 그 시대 정서를 반영하면서 즐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광장시장과 동묘에서 구제 쇼핑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니 오래 전부터 옛 것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아온 것 같아요.”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조명이 쏟아지고 있지만 박문치의 리즈 시절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해야 될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음악적인 색감 역시 레트로, 뉴트로에만 갇혀있을 생각도 없다.

“모든 영감은 아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도 때도 없이 받습니다. 레트로만이 아닌 다양한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내 음악이 듣는 사람에게 그 순간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다면 훗날 ‘진짜 멋있었던 박문치’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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