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이슈인사이트 - 언택트 마켓이 온다 - 코로나19, 필름 마켓의 움직임 - 글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연일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필름 마켓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 영화제들은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필름 마켓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환경 적응으로 국내 영화제 개최자들과 수입, 배급사의 동향을 살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극장가가 연일 비상이다. 얼어붙은 극장가는 이미 올 초 전 세계 영화가 교류하는 국제영화제와 필름마켓의 잇단 취소로 가시화되어왔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3/13~3/22)의 개최 취소를 시작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결국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를 취소하고, ‘칸 2020’이라는 타이틀로 50여 편의 작품만을 선정·발표한 칸국제영화제의 결정이 세계 영화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잇따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사라예보국제영화제, 멜버른영화제 등 상당수의 영화제가 피지컬 페스티벌 대신 온라인 영화제로 상영을 전환하며 변화를 가속화했다. 피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경우라도 코로나19 감염방지의 차원에서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기간(5/28~6/6)동안 동의를 구한 주요 작품을 OTT 서비스 업체 웨이브(Wavve)를 통해 송출했으며, 최근 장기상영 형태로 일부 작품을 극장 상영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경우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되, 오프라인 상영의 경우 관객을 30~35%로 제한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했다.

축소, 온라인, 연대

하반기에는 베니스국제영화제(9/2~9/12)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9/18~9/26)가 오프라인 행사를 결정하고 초청을 진행하면서 예년의 페스티벌 분위기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9/10~9/19)는 상영작을 대폭 축소하고, 레드카펫, 기자회견, 스페셜 이벤트 등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춘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도쿄국제영화제(10/31~11/9)는 기존에 분류된 섹션을 통폐합하여 한 개 섹션으로 만들어 30편의 작품을 초청함으로써 기존보다 행사 규모를 축소한다. 특히 올해는 11월 말에 열려왔던 도쿄 필름엑스(TOKYO FILMeX)와 연대하여 영화 선정 및 운영을 함께 할 계획을 알렸다. 연초 계획했던 홍콩 필마트(FILMART)은 오는 8월 27일~8월 29일로 개최를 연기했으나, 역시 오프라인 페스티벌 대신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바이어들은 이에 맞춰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5대 장르필름페스티벌(보스턴 언더그라운드 필름페스티벌, 브루클린 호러 필름페스티벌, 노스 밴드 필름 페스티벌, 오버룩 필름페스티벌, 팝콘 프라이트 필름페스티벌)은 오는 10/8~10/11일까지 ‘NIGHTSTREAM’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하여 열리며, 각종 컨퍼런스와 세일즈 미팅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마켓 행사로 꼽히는 American Film Market(AFM) 역시 오는 11월 온라인 페스티벌 개최를 결정했다.

온라인 마켓이 풀어가야 할 숙제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칸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되었다. 잇단 페스티벌의 취소 소식으로 작품 공개나 비즈니스의 길이 막힌 독립·예술영화들의 고민도 커졌다. 신작 공개와 마켓 등에 있어 모(母) 영화제로 기능하는 칸국제영화제의 마켓에 대해서는 영화제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Marché du Film’은 올해 온라인 플랫폼(https://marchedufilm.online)을 통해 6/22~6/26일까지 ‘Marché du Film online’이라는 이름으로 비대면으로 전환 개최되었다. 예년보다 참가 바이어의 수가 다소 줄어든 데 비해 200회 이상의 컨퍼런스 및 네트워킹 이벤트가 이뤄지면서 마켓 활성화는 유지되었다. 줌 미팅, 화상회의, 동영상 관람 등 예년과 다른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지만, 대면 마켓의 대안으로 바이어들이 온라인 마켓에 빠르게 적응하고 코로나19 국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초반 온라인 마켓에 대한 시스템 부족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개최 이후 점차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고 있다. 칸의 경우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 필름페스티벌 등에서 쓰고 있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쉬프트72(Shift72)’와 온라인 비즈니스 미팅 시스템 ‘비닷스퀘어(b.square)’로 이루어졌다. 미팅에 참여한 업체 상당수가 사이트 끊김, 버퍼링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온라인 개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올해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칸 마켓에 참여한 박혜진 팀장은 “올해는 참가 뱃지 신청이 무료였다. 영화를 볼 때도 등급에 따른 차등으로 볼 수 없는 영화가 많았던 반면, 온라인으로 등록된 영화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컸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서비스가 통합되지 않아 사용자 관점에서 불편도 적지 않았다는 참가자들의 의견도 많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등록은 시난도(CINANDO) 사이트로 하지만, talque 컨퍼런스를 라이브로 보려면 다른 사이트로 신청해야 하고, 라이브 컨퍼런스나 토크 프로그램 대부분이 비공식이거나 사전신청, 초청자에 한했다”는 점을 이용의 불편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매 결정은 마켓에서 보다 주 거래처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절차상으로 예년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사전에 교류 관계가 없을 경우, 이 같은 세일즈 성사가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켓 기간 동안 거래가 활발했던 전년도까지와 달리, 올해는 기간 안에 실질적 계약이 저조했다는 점은 앞으로 온라인 마켓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는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에 대해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미팅의 어려움과 그 한계를 넘어서는 마켓의 효과적인 형태를 숙제로 남긴 해였다”고 전했다.

국내 영화계의 변화 모색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국내 역시 필름 마켓의 활성화를 위한 방향성을 모색 중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국내에서 열린 국제영화제 중 온라인 마켓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영화제 내에 개설된 산업프로그램 B.I.G(BIFAN Industry Gathering)로 ‘환상영화학교’, ‘NAFF 프로젝트 마켓’ 등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BIFAN NAFF 전문위원인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세계적인 언택트 추세에 따라 칸 필름마켓과 선댄스영화제에서 사용한 온라인 비즈니스 미팅 시스템인 비닷스퀘어(b.square)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마켓 심사 미팅은 영화제(7/9~7/16) 사흘 전부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의 시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에서 직접 대면할 경우 4일에 불과했던 것이 6일로 늘어난 셈이다. 기간의 증가와 비례해 호응이나 참여는 높았다는 것이 남종석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장르 영화 투자자들의 경우, 우리 영화제를 많이 인지하고 있지만 참여에 있어서 지리적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는 현장까지 오는 예산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업체도 온라인 미팅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참여가 이루어졌다”며 “전년 대비 참여도가2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영화계 종사자들은 오프라인 마켓, 구매 등의 절차가 직접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는 점, 함께 대면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온라인 마켓이 주는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 국면이 정상화 되더라도 온·오프라인의 병행은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술적인 몇몇 지점만 보완한다면, 온라인 마켓의 경우 지리적 문제로 참여가 어려운 업체도 시간 구애를 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는 것과 병행해, 한국의 배급사와 해외 세일즈 사 간 관계 구축,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이 위기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새 구매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올해 온라인 마켓을 경험한 영화 수입업자들과 영화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어쩌면 온라인 마켓의 도래는 이미 필요로 하고 있던 지점을,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이 가속화시킨 게 아닐까. 모처럼 〈기생충〉ㄴ로 전 세계 영화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한국영화가 마켓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시스템에 유연한 대처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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