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꿈꾸게 만들자, (주)드림팩토리스튜디오 김희동 대표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을 요즘처럼 실감했던 때가 있었을까? K팝을 선두로, K드라마, K뷰티, K시네마까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니메이션 〈젤리고〉로 중국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하며 2019년 1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한 드림팩토리스튜디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Q
(주)드림팩토리스튜디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드림팩토리스튜디오는 2014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15명으로 시작해 지금 6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첫번째 IP인 〈젤리고〉를 중국에 성공적으로 런칭했습니다. 현재 〈팡팡다이노〉, 〈핑의 대모험〉, 〈요괴〉 등 후속 IP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Q
처음에 애니메이션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드림팩토리스튜디오의 창업배경이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막연하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꿔왔어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하자마자 광고연출, 모션그래픽 등 영상을 제작하는 모션팩토리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영화 VFX제작, 애니메이션 쪽 일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겪었고 CJ에 입사해 영화 VFX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업부에서 7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평소 꿈꿔왔던 자체 IP를 만들어보고자 2014년 드림팩토리스튜디오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Q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A
그냥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모션팩토리를 운영하면서 마지막에 가장 크게 손해를 입었던 게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만들려던 것이었거든요. 아직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가서 돈을 주고 보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작비를 많이 들인 작품들도 늘 실패했고 인재들도 대부분 게임으로 가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거죠. 저는 지난 성공과 실패를 거울 삼아 유독 힘을 못 쓰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좀 바꿔 보고 싶었어요. 캐릭터며 스토리텔링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젤리고〉는 2017년 프랑스 칸느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콘텐츠 영상 마켓 밉콤(MIPCOM)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니켈로디언 채널에 판매되면서 세계 150개국에서 방영이 됐습니다. 이후 알리바바에 픽업되면서 중국의 유쿠 플랫폼에 런칭됐고 2019년 중국에서 가장 히트한 애니메이션이 됐습니다.
〈젤리고〉는 중국의 유쿠 플랫폼에 런칭됐고 2019년 중국에서 가장 히트한 애니메이션이 됐다. 〈젤리고〉는 중국의 유쿠 플랫폼에 런칭됐고 2019년 중국에서 가장 히트한 애니메이션이 됐다.
Q
애니메이션이 완성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디인지요?
A
일단 제일 중요한 게 유니크한 소재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많이 제작되는 로봇물은 일부러 피했어요. 대신 독특한 소재, 스토리, 캐릭터에 주력을 했지요. 〈젤리고〉는 배경도 먼 미래이고 사람도 동물도 아닌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중국시장을 의식해서 빨간색 등을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스토리나 캐릭터 구축 자체는 보편타당한, 세계 어디에서 방영을 해도 상관이 없는 형식으로 갔습니다.
Q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게 지속가능한 성장인 것 같아요. 〈젤리고〉 이후의 계획은 어떤가요?
A
저는 처음 창업할 때부터 다작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가 최고인 업계에서 한두 개로는 안 되죠. 저희는 이미 〈팡팡다이노〉 〈핑의 대모험〉 〈요괴〉 〈드림팩토리〉 등 기획개발이 끝난 것만 4개 정도 되고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할 수 있는 IP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중 〈팡팡다이노〉는 내년 4월부터 KBS에서 방영할 예정이고 〈핑의 대모험〉 프로젝트도 현재 스토리를 개발 중인데 내년 말까지 제작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당연한 말이지만 사업에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듯합니다.
A
자본은 정말 중요하죠. 〈젤리고〉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저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캐릭터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했었어요. 결국 5천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자금으로 〈젤리고〉를 계속 발전시켰죠. 〈젤리고〉 시즌을 만들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애니메이션 본편 제작 지원사업으로 받은 5억 원도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드림팩토리스튜디오는 제56회 무역의 날에서 1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드림팩토리스튜디오는 제56회 무역의 날에서 1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Q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산업완성보증제도도 활용하셨는데, 제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일종의 수출보증보험 같은 제도였습니다. 즉 체결된 계약서를 보증 삼아 지원을 해주는 제도예요. 저희는 〈팡팡다이노〉로도 알리바바와 사전계약을 했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실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예기치 않은 변수들이 발생할 것 같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다행히 선정이 되면서 큰 도움이 됐죠.
Q
대표님에게 애니메이션은 어떤 의미입니까?
A
저희 회사 슬로건이 ‘세상을 꿈꾸게 만들자’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꿈꾸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꿈은 두 가지잖아요. 잠 들어서 꾸는 꿈, 살아가면서 희망을 꾸는 꿈. 꿈이라는 단어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꿈꿀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고 우습지만(?) 세상에 꿈꿀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명감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IP를 만드는 창작 작업에는 계속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은 즐거운 고통이고 만들고 나면 후회는 많지만 성취는 있어요. 제게 애니메이션은 그런 대상입니다.
Q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과 관련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은 정말 엄청 납니다. 극 영화도 웬만한 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죠.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안목도 뛰어나서 픽사영화는 개봉을 하면 기본 이백만 명은 들어요. 애국심으로 우리 것을 소비하는 시대는 갔다고 봅니다. 관객의 니즈와 시선에 맞춰 퀄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이제 저희들의 몫이죠. 저는 사실 관객보다는 토양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시도해보려고 해도 애니메이션 업계를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니까 결국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살아남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나 유럽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의 애니메이션 지원이 매우 큽니다. 자본력이 부족하니 몇몇 돈을 가진 클라이언트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요.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업계에 계신 모든 분들이 훌륭하고 또 안타까워요. 정부차원의 지원은 글로벌시장에서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