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음악을 관객에게 선물하다, 음악감독 엄다해

코로나19 여파로 여느 해보다 힘들었던 대한민국 공연계. 그럼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술이라는 꽃을 피웠다. 성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엄다해 음악감독도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미아 파밀리아〉 등을 선보이며 관객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 작곡가 및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엄다해입니다. 주로 뮤지컬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피아노는 유치원 때부터 취미로 쉬지 않고 연주해왔지만 음악에 대한 목표가 없어서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음악의 꿈을 키워나갔어요. 실용 작곡으로 입시를 준비했지만 우연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이게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클래식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경희대학교에 클래식작곡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함께 만드는 즐거움

Q
음악감독으로는 일찍 데뷔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운 좋게도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오페라 반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2013년부터는 음악 반주와 조감독 일을 맡으면서 공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그러다가 2015년 12월, 24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뮤지컬 〈비트〉를 통해 작곡가 및 음악감독으로 입봉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학업과 공연을 병행하느라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늘 꿈꿔온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공연을 만드는 즐거움과 공연이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음악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우선 작품의 대본이 나오면 작가와 함께 시놉시스와 가사부터 쓰기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이 작곡가는 대본을 보고 곡만 쓰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물론 그런 경우도 종종 있지만 작가가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작가님과 함께 작사 및 작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곡가는 곡만 쓰면 되지만 음악감독까지 맡게 되면 더 많은 일을 병행하게 됩니다. 대본을 보고 곡을 만든 후에는 연주자 및 조감독을 섭외합니다. 그 다음에는 편곡, 공연 연습, 배우 연습, 밴드 연습 순서로 연습을 거듭하다가 공연을 올리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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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보람 있었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공연했던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개발한 작품인데 저는 이 작품에서 작곡가 및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코미디 뮤지컬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고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올릴 수는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첫 공연의 반응은 좋았어요.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공연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공연을 중단하게 되었죠. 다행히 일주일 만에 공연을 재개했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미디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좋은 반응에 힘입어 내년에 재연하게 될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Q
콘진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하셨다고요?
A
공연계에서는 창의인재동반사업이 가장 안정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좋은 멘토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요.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교육 지원금을 비롯해 멘토링 교육 지원을 받았어요. 1:1 멘토링 교육을 통해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장소영 음악감독님을 만나 감독님이 참여하는 작품의 스태프로 함께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죠. 지금까지 진흥원의 지원으로 〈씨유어게인〉 리딩공연, 〈블러디 사일런스〉 리딩공연 및 본공연, 〈던컨〉 낭독 콘서트 등의 작품에 작곡가 및 음악감독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Q
창의교육생으로서 해외 연수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A
콘진원에서 창의인재동반사업 창의교육생 중 드라마, 가요, 영화, 애니메이션 등 각 장르별로 2명씩 총 20명의 우수멘티를 선정해 영국으로 해외 연수를 보내주었는데 저는 뮤지컬 파트에서 우수멘티로 선정되었어요. 2018년 11월에 약 2주 정도 영국에 머물면서 BBC, 구글, 오페라 홀 등을 견학하며 다양한 콘텐츠 특강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단체로 일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시간에는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에서 뮤지컬을 직접 관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무엇보다 다른 분야의 멘티들을 만나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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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하셨다고요?
A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는 매년 뮤지컬 창작과 배우를 꿈꾸는 학생을 대상으로 현직에 있는 감독님들이 멘토링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데요. 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미아 파밀리아〉의 박현숙 작곡가의 추천으로 올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창작자들이 멘토링을 받아 만든 ‘15분 뮤지컬’ 일곱 작품의 음악감독과 연주를 맡았는데 페스티벌에 참가한 분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여건이 좋지 않아 발표를 영상 녹화로 대체해서 아쉬웠지만 기회가 되면 내년에도 다시 참여해보고 싶어요.

다시 한번 커튼콜

Q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뮤지컬은 실제 공연장에서 관객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저는 뮤지컬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 울고 웃는 감정의 표현들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뮤지컬 장르 특성상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20여 곡을 써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방황하는 순간을 맞게 되는데,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 관객이 저희 작품을 보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울컥하게 돼요. 그래서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저의 최종 목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관객에게 들려주는 것입니다.
Q
2021년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2021년에는 개인 작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우선 영국 해외 연수에서 만난 그림동화 허지영 작가와 강선영 애니메이터와 협업해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어린이 콘텐츠 형식으로 작품을 올릴 계획이에요. 음원 제작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같이 공연을 하는 밴드와 함께 ‘월간 윤종신’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콘셉트를 잡아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할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내년 초에는 뮤지컬 배우 열 분과 ‘다시 한번 커튼콜’이라는 주제로 코로나 시국에 공연을 소망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유튜브에 발표할 예정이에요. 제가 머릿속으로 구상해온 개인 작업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2021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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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콘텐츠란?
시의성을 담은 콘텐츠. 제가 공감을 중요시하다 보니,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도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최근 즐겨보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짤툰’을 즐겨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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