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놓고 광고해주세요!

사람들이 소비하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 ‘내돈내산’ 콘텐츠가 유튜브와 SNS에서 흥하더니, 최근 그 자리에서 삐죽이 튀어나온 ‘뒷광고’라는 것이 논란이 되었다. 특히나 디지털문화와 함께 태어나 자란 MZ세대는 뒷광고 논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돈내산’

“내돈내산이에요. 돈을 무더기로 썼어요.”

어느 유튜버가 자신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상품임을 강조하는 멘트다.

‘내돈내산’이란 ‘내가 돈 주고 내가 산 상품’의 줄인 말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플루언서들이 타인에게 받은 선물이나 광고가 아니라 '내 돈 주고 내가 산 상품'을 보여주고, 제품 정보를 공유해 각광받고 있는 방식이다.

칭찬 일색의 바이럴 광고에 소비자들이 신물을 내며 눈을 돌린 것이 ‘내돈내산’ 리뷰이다. 유명인들을 모델로 세워 멋지고 그럴듯하게 상품을 홍보하는 상업광고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지만, 인플루언서들의 내돈내산 리뷰는 친구가 전하는 듯해 상품을 간접적으로 미리 경험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내돈내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실제로 사용해본 생생하고 솔직한 후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명인인 만큼 상품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져, 사람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MZ세대에게 ‘내돈내산’리뷰는 중요한 콘텐츠다.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런 세대적 특성과 결합해 ‘내돈내산’ 리뷰는 MZ세대 사이에선 유행처럼 번져 있다.

이 현상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볼 것은 MZ세대가 파라소셜 상호관계(para-social ineraction)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세대라는 분석이다. 파라소셜 상호관계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신의 친구처럼 생각하거나, 미디어에 보여지는 장면을 현실의 일부분으로 상상하거나, 등장인물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 등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만큼 즐겨보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에게 실제 교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감정을 이입하고, 매력이나 우정, 동일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런 파라소셜 상호관계가 작용하여 그들이 쓰는 제품, 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등을 더욱 많이 신뢰하고 함께 구매하고 이용하고 싶어지니, ‘내돈내산’ 리뷰가 흥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임으로 시작해 음악, 요리, 스포츠, 정치 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내돈내산’과 관련된 시장이 형성됐다. 미디어 매체의 발전에 따라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의 거리가 역대 어느 시대보다 가장 가까워진 것이다.

김나영이 사랑하는 내돈내산 가방 하울 김나영이 사랑하는 내돈내산 가방 하울. ⓒ 김나영의 nofilterTV

‘뒷광고’ 논란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내돈내산’이 순수한 리뷰가 아닌 광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업체에서 홍보를 명목으로 대가를 받고도 마치 실제 후기인 것처럼 소개한 인플루언서들이 최근 연이어 적발됐다. 이른바 ‘뒷광고’다.

2020년은 특히 '뒷광고 논란'이 컸던 해다. 많은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은 제품에 대한 광고 표기를 하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여 홍보 효과를 거둔 게 문제가 되었다.

유튜브 구독자 80만 명을 보유한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홍보비 수 천만 원을 받은 상품을 자신이 구매한 듯이 소개했다가 탄로 나고, 한 여성 연예인도 개인 소셜미디어에서 별도의 광고 표기 없이 PPL을 진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뒷거래, 뒷말, 뒤통수…. 대체로 뒤에서 하는 일들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뒷광고’ 역시 마찬가지의 의미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뒤에서 제품을 협찬받거나 보수를 받아, 이익을 취하는 광고임에도 앞에서는 광고가 아닌 것처럼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사태에 그 누구보다 강한 안티로 돌아서는 것도 바로 높은 파라소셜 상호관계를 형성한 소비자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이다. 내가 선택한 만큼 더 큰 신뢰와 친밀도가 있었는데 실상이 ‘뒷광고’였다니 믿었던 인플루언서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비난 댓글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사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올라가기도 했다. MZ세대가 유독 강하게 반응한 이유는 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공정함에 예민한 경향이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그들은 분노에 그치지 않고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낸다.

MZ세대는 광고 알고리즘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출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세대이니 유튜브 콘텐츠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널을 구독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채널이 뒷광고라니 자신의 취향이 농락당했다고 느낀다.

결국 해당 인플루언서들은 사과를 하고 콘텐츠를 접기에 이르렀다.

네고왕 〈네고왕〉 ⓒ 달라스튜디오

유료 광고 포함

논란이 확대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9월 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해 뒷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품 홍보 내용을 올릴 때 현금과 상품권 등 금전적 대가를 받았거나 상품 무료 제공·대여 등의 혜택을 얻었다면 콘텐츠의 제목이나 본문 첫 부분, 사진 전면에 반드시 ‘광고’ 또는 ‘협찬’ 등을 표시해야 한다.

이는 시행 이전 콘텐츠에도 소급 적용되는 사항이다. 시행일 이전 콘텐츠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솔직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뒤늦게라도 수정해야 한다. 또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을 대가로 할인을 받아 샀을 때에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해야 한다.

실제 ‘내돈내산’ 콘텐츠를 올렸는데 광고주가 이를 보고 추후 대가를 지급하며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원래 올린 후기 콘텐츠도 수정해 경제적 이해관계가 발생했다는 점을 표시해야 한다. 뒷광고 논란은 이렇게 뒷광고 금지 법령이 개정되면서 정리되고 있다.

뒷광고 논란은 순수함과 선함을 악용하는 어두운 이면이 언제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경각심을 들게 한 사건이었다. 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돈내산’ 리뷰는 여전히 흥하고 있고, 그 인기와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품에 대한 진실하고 생생한 정보를 원하던 많은 소비자들, 특히 MZ세대에게는 정보이자 놀거리, 볼거리를 모두 충족시키는 취향 저격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뒷광고’로 물을 흐리는 인플루언서들은 법과 대중의 처벌을 받을 것이고, 앞으로도 대다수의 인플루언서들은 순수한 리뷰를 대중과 나누기를 즐길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처럼 선한 콘텐츠, 좋은 콘텐츠는 계속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광고가 싫고 뒷광고에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뒷광고 사태 이후 MZ세대의 니즈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TV 예능 ‘놀면 뭐하니?’의 ‘싹스리’나 유튜브 ‘방가네’처럼 광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대놓고 제품을 보여주거나, ‘맛남의 광장’처럼 홍보가 필요한 중소기업 상품이나 대량소비가 필요한 지역특산물을 홍보하는 선한 의도의 광고, 웹 예능 ‘네고왕’처럼 기업과 프로모션을 네고하여 웃음과 실속을 선물하는 것이 그 사례이다.

‘뒷광고’처럼 대중을 기만하는 광고의 시대는 끝났다. 전문가 뺨치게 디지털과 미디어에 능한 대중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협찬 광고 마케팅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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