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라이선싱 산업을 담론하다, 라이선싱 콘 2020, 신비아파트가 아이들을 사로잡은 비결 -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스튜디오바주카 석종서 국장

애니메이션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한 작품이 성공하면 그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인기 장르가 우선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볼거리를 즐기지 못한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된다.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스튜디오바주카 석종서 국장은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가 아이들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비결로 장르, 플랫폼, 브랜딩 세 가지 요소를 꼽았다.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라는 TV 드라마를 무서워하면서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끝까지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무서움을 느낄지라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끌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5년 전부터 〈학교괴담〉, 〈괴담 레스토랑〉 등 호러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았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호러 판타지’라는 특수 장르를 과감히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CJ ENM은 2014년 〈신비아파트 444호〉라는 파일럿 작품을 TV에서 처음 선보였고, 마케팅 없이도 타깃 시청률 2.5%,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석 국장은 이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호러도 아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때부터 체계적으로 작품을 기획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비아파트〉는 “우리 아파트에 귀신이 산다”는 한 줄 기획안에서 출발해 세계관, 캐릭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기획 과정에서 서울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를 직접 조사하며 극중 공간을 그렸고, 사람을 좋아하는 도깨비와 주인공 인간 캐릭터를 설정하는 등 작품에 필요한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갔다.

석 국장은 “작품을 기획할 때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히트작의 등장이 더딘지’, ‘우리가 하고 있는 기획이 타당한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기획 단계에서는 ‘참신함, 파격, 최초, 차별화’ 이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등장하면 애니메이션 시장이 확대되고, 그러면 결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믿음. 〈신비아파트〉는 이런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신비아파트 ⓒ CJ ENM

다양한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키우다

CJ ENM은 〈신비아파트〉를 제작한 후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플랫폼 선정에 신중했다. 전통적인 미디어(지상파, 케이블)의 성장세가 주춤할 때 새로운 경쟁자(IPTV, 종편)가 입지를 다지게 된 점, 스마트폰의 보급률 증가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이동했다는 점, OTT(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 모두 고려 대상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플랫폼 선정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보통 애니메이션의 경우 지상파에서 시작하는 게 정석인데 〈신비아파트〉는 어린이 전문 방송 채널 ‘투니버스’에서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이후 국내 이동통신 3사 IPTV에 론칭, 유튜브형 콘텐츠 제작, 케이블 및 종편 진출 등 다양한 매체에 많이 노출시킨다는 전략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작품의 시장성을 인정받으면서 넷플릭스에서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는데 덕분에 글로벌 진출의 기회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플랫폼 전략 수립’이라는 과제가 생긴 CJ ENM은 초등학생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키즈 콘텐츠가 급부상하게 된 점에 주목했고,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뉴지털 IP(새로운 디지털 IP), 트랜스미디어, 스마트폰, IPTV/OTT’라는 4가지 키워드를 뽑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차후 플랫폼에서 〈신비아파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스페셜 버전 제작, 숏폼 형태의 콘텐츠 기획, 웹툰 기획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IP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다양한 타깃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브랜딩 효과로 스테디셀러를 꿈꾸다

CJ ENM은 ‘콘텐츠=브랜드’라고 말한다. 콘텐츠가 재밌어야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그 브랜드 중심에는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다양한 매체에 노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CJ ENM은 ‘신비아파트’의 브랜딩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OSMU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TV 시리즈, 영화, 뮤지컬, 웹드라마, 모바일 게임, 미디어 전시회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두며 그들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 온택트 뮤지컬을 처음 제작해봤는데 카메라로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CG 효과 등을 더하니 기존의 뮤지컬보다 현장감과 생동감을 더 많이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최초로 웹드라마에 진출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타깃이 확장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호러 판타지’라는 장르를 시도해 〈신비아파트〉를 제작했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한 CJ ENM. 이들의 최종 목표는 〈신비아파트〉가 스테디셀러로 안착해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업계가 많이 힘들지만 〈신비아파트〉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다양한 장르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제작을 꿈꾸는 분들에게 〈신비아파트〉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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