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읽다, 2020 콘텐츠 인사이트

2020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콘텐츠산업의 ‘변화’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2020 콘텐츠 인사이트’가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유튜브를 통해 개최됐다. ‘기술의 변화’, ‘소비의 변화’, ‘사회의 변화’라는 주제로 사흘 동안 열린 이번 행사는 콘텐츠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DAY1_기술의 변화, 더 가까워지는 실감 콘텐츠, 모더레이터: 김종민(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XR 큐레이터), 패널: 우운택(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조익환(SK텔레콤 상무), 신영근(LG U+ 팀장), 이영호(KT 팀장)
김종민
실감미디어·실감콘텐츠는 어떻게 보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이 굉장히 큰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있기도 하지만 이를 현실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과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우운택
우선 오늘 통신 3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만 하더라도 저는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자체를 아주 실감나게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지만 널리 쓰게 만드는 게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LG유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인터랙션 디바이스에서는 플레이가 되는데 KT의 디바이스와는 호환이 안 된다고 하면 시장이 클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디바이스, 콘텐츠, 플랫폼 관련 전문가들이 다 같이 모여서 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실감콘텐츠 소비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조익환
통신사의 일은 말 그대로 통신이라는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편지, 전화, 이메일,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저희가 서비스하는 방식은 달라지지만 그 근본적인 업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소셜VR, 소셜XR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고요.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기반을 닦고, 그 위에 올라갈 좋은 콘텐츠를 찾아내고,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영근
저희는 미국의 퀄컴과 캐나다, 일본, 중국 이동통신사와 함께 프리미엄급 콘텐츠를 공동제작하기 위해 XR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는데요. 실감콘텐츠는 처음 경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VR 너무 어지럽다’, ‘뭔지 잘 모르겠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생태계를 만들고 가치사슬이 이루어진 뒤 고품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도 있지만 선도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콘텐츠 자체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기업들이 모여서 같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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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아까 교수님 말씀처럼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여러 디바이스나 플랫폼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러기에는 가입자 풀이 워낙 작다 보니 각자 수익을 얻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콘텐츠를 차별적인 요소로 두고 ‘우리만 제공하는 서비스’, ‘우리만 제공하는 콘텐츠’니까 ‘우리 플랫폼, 통신사 소비해주세요’가 지금 현실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가입자 풀도 늘어나면 현재 모바일 콘텐츠 시장처럼 더 넓게 서비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운택
저는 AR·VR 플랫폼은 나 혼자만 즐기는 게 아니라 같이 즐기는 데서 시장이 커진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희 다섯 명이 각자 다른 디바이스를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준의 체험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걸 못 해낸다면 저는 이 가상현실 시장은 열릴 수 없다고 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같이 즐기는 소셜 미디어 관점에서 실감콘텐츠를 봐야 이 시장이 제대로 보이고, 시장이 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이 있겠지만 좀 더 큰 관점에서 시장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종민
각 개발사업체로서 고민도 있을 것이고, 의사결정구조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교수님 말씀처럼 각 개별단위가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 콘텐츠 제작자, 기술자가 모여서 이해관계를 넘어 실감콘텐츠 산업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점점 늘어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DAY2_소비의 변화, 세계관과 캐릭터 확장, 모더레이터: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 패널: 원동연(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양우석(〈강철비〉 영화 감독&만화 작가)
민용준
원동연 대표님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로 제작하신 바가 있죠. 양우석 감독님은 스토리 작가로 참여하셨던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 〈강철비〉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웹툰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각각 흥미와 어려움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양우석
사실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산업에서 가장 큰 부분은 시나리오를 대본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장되는 케이스들이 많았어요. 원작 콘텐츠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방대한 원작 시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원작이 풍부해졌고 더불어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원동연
지금 영화나 드라마나 어쨌든 스토리 비즈니스에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10편 정도를 기획하면 한두 편 정도만 실제 제작으로 이어집니다. 검증받은 웹툰이나 웹소설이 스토리로 이어진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죠. 또 인터넷 댓글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서 좋아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웹툰과 웹소설은 성배를 찾아가는 보물지도라고 생각해요.
민용준
코로나19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시점에서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과연 OTT 서비스와 극장 산업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두 관계가 공생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 대립할 것인가 이러한 논의가 가속화되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되는데요.
양우석
OTT가 현재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스마트기기 덕분입니다. TV로는 8K로 볼 수 있는데 극장은 2K, 4K에 멈춰 있거든요. 사실 극장이 OTT와 같이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시청각 환경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OTT의 비즈니스 모델과 가장 유사한 것은 IPTV입니다. 월정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거죠. OTT, 특히 넷플릭스는 구독경제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거든요. 초창기에는 어마어마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가입자가 확보되면 그대로 영업 이익이 됩니다. 넷플릭스가 임계점을 넘어서서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주류로 등장하게 됐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가 지금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선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OTT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 OTT는 21세기의 유전(油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유전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의 경제적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 현재 중국과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OTT의 선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OTT를 가지고 있고 미국은 넷플릭스를 차치하더라도 지난 5년 동안 많은 극장이 OTT로 재편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OTT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풋량이 어느 정도까지 될 것인지 고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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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이제 극장과 OTT에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과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극장은 2,800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절대적인 권력자였거든요. 코로나19 이후에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 같은 제작자들은 극장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제는 안전하게 비용을 받고 OTT형 영화를 제공하면 다음 영화를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봅니다. 그동안 영화는 굉장히 짧은 라이프사이클로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OTT에 계속 상영되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위축되거나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양 감독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만약에 로컬 콘텐츠가 대한민국 고유의 OTT 없이 글로벌콘텐츠 회사에만 제공된다면 우리나라 창작자들은 납품업자로 전락할 우려도 있거든요.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되고 한국의 기업들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돼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민용준
두 분이 공통적으로 말씀해 주신 게 일종의 콘텐츠 IP인 거 같아요. 결국에는 그 권리를 누가 갖고 있느냐, 누가 소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굉장히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고 콘텐츠 독과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콘텐츠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동연
많은 콘텐츠 종사자들이 위축되고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넷플릭스나 DG 플러스가 아니더라도 유튜브과 같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서비스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창작자 중심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용기 내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우석
코로나19로 위축된 산업도 있지만 앞으로 20년 간 진보할 것을 코로나19가 이뤄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 웹툰이 대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플랫폼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라인망가나 카카오 웹툰도 사실 한국 플랫폼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경우고 K팝은 유튜브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콘텐츠 메이커 특히 한국의 콘텐츠 메이커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노력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용준
어쩌면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을 주신 거 같아요. 한국 웹툰 산업도 출판만화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장했기 때문에 콘텐츠 시장도 앞으로 이런 위기 속에서 어떤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DAY3_사회의 변화, 다양성 콘텐츠, 모더레이터: 김혜리(씨네21 편집위원), 패널: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김주형(컴퍼니 상상 EP), 임선애(〈69세〉 영화 감독)
김혜리
안녕하세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문화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신 적이 있다면 언제쯤에 어떤 계기를 통해서였는지 들려주실 분 계실까요?
임선애
미투 이후에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2019년에 3월에 〈69세〉 촬영을 시작했는데, 촬영 전에 〈든든〉이라는 ‘영화계 성폭력 성희롱 성폭력 근절 예방 교육’이 실시됐을 때였어요.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 사례를 두고 각자 조를 나눠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건데 저는 그 시간이 굉장히 좋았어요. 평소에는 스태프와 배우, 감독으로 만나다 개인의 언어, 모습을 보게 될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김혜리
많은 프로덕션에 의무조항이 됐고 현장에 들어가기 전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과정이 된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개인이 고립되어 작업을 하는 게 문학계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세랑 작가님은 다른 작가의 작업 결과를 보면서 ‘변화가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셨나요?
정세랑
작가의 변화도 많지만 독자들이 더 다양한 서사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몇 년 전부터 굉장히 터져 나왔고 준비되어있던 작가들이 반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판 경우는 자본이 적게 들기 때문에 몇 년 먼저 여성서사 작품들이 더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혜리
생각해 보면 불과 십몇 년 전만 해도 여류작가라는 말이 있었고 여성작가가 갖는 약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문단에서 주목하고 있는 작가들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많고 그분들이 문학소녀의 감수성이 아니라 각각 장르적인 돌파력을 갖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어느 순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주형 PD님은 검증하지 않을 수 없는 절차가 생겼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예가 있을까요?
김주형
새로운 소재나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 시대적인 요구일 텐데요. 시청자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주제를 연장해서 첨언을 해 드리면, 사회가 굉장히 포괄적이어야 하고 다양함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그것 때문에 충돌하는 부분도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박나래 씨가 〈농염주의보〉에서 얘기했던 성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이 모든 개인에게 해당되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는 얘기하면 안 되는 얘기로 규정 되는 게 소재적인 제한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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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임선애 감독님의 경우에는 더블 마이너리티잖아요. 여성인데 노령의 여성이 나오는 무거운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을 텐데요. 반면에 열성적인 지지자들도 생겼을 것 같고요.
임선애
네. 어떻게 보면 사회가 먼저 달라지면서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미투 사건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지만 미투 이후에 이런 시나리오가 많아졌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희소가치가 떨어지는데도 노인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다룬 이야기는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다양성은 오히려 태생적으로 장점이라고 생각 해요. 단지 많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빨리 다가갈 수 없는 플랫폼 자체가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김혜리
그런 면에서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세랑 작가님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에서 6편 시리즈로 제작, 방영했고 비혼 여성이 이끌어가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기획 중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어요. 유튜브, 넷플릭스, OTT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 늘어나는 것이 지금까지 안전지대라고 여기던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창작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정세랑
저는 사실 영상 쪽으로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계신 분들을 만날수록 ‘더 과감하게 해보세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말들을 더 자주 듣게 되어서 앞으로 더 변화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주형
개인적인 입장에서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을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매니악한 장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고요. 예를 들면 지금은 시트콤도 많이 없고 법정 예능물, 코미디도 없어요. 다수가 지지한다고 그것이 절대로 옳은 건 아니잖아요.
김혜리
인구의 분포 변화가 자연스럽게 갖다 줄 다양성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시장이자 인구 분포가 달라짐으로써 대중문화도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예측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임선애
노인영화제에서 젊은 친구들이 만든 단편영화 대부분은 우울하고 삶의 끝에 있는 폐지 줍는 노인과 같은 어려운 캐릭터가 많이 나왔대요. 그런데 노인분들이 직접 제작한 단편들은 기발하고 재밌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단순히 중장년층을 소비의 주체로만 생각할 것도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소비가 아닌 실제로 제작하는 분들의 연령층이 늘어나면 분명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김혜리
지금 우리는 가파른 변화, 막 세포분열 하듯이 다양해지는 요구들을 마주치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팬데믹이란 변수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맥락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물살이 급한 곳에 현재 서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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