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N 3

메타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짚어보며

글 김경숙(상명대학교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메타버스는 또 다른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실 세계와 같이 콘텐츠를 비롯한 정보를 둘러싸고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문제들은 어떤 것일까. -편집자 주

메타버스, 현실의 투영

이른바 디지털 지구라고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는 디지털이 만든 가상 세계이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장된 세계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부분적으로 증강현실(AR),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SNS, 그리고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어 익숙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슈로 떠오르는 가상 세계로서의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의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중요한 특징은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메타버스는 현실의 연장이자, 또 다른 현실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속에서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은 현실 세계의 그것과 흡사하여 마치 현실 세계의 레플리카와 같은 모습을 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순천향대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도 입학식을 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가상의 순천향대학교를 만들고 그곳에서 신입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입학식을 치르게 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제페토에 서울의 관광지를 모사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조성한 사례는 현실 세계의 레플리카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메타버스에서 일어날 법한 법적 문제들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는 모든 자산의 형태가 디지털화되어 정보 혹은 콘텐츠 형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메타버스에서 콘텐츠 및 정보를 둘러싸고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세 가지 관점에서 그 의미를 짚어본다.

① 콘텐츠의 IP 침해
제페토에 구찌·나이키·컨버스·디즈니·푸시버튼과 같은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입점하고,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의 명화를 재현한 ‘버추얼 미술관’이 개관했다. 디즈니랜드가 구상 중인 ‘테마파크 메타버스(Theme park metaverse)’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새로운 스토링텔링(storyteling)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는 모두 IP 자산을 가진 사업자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고객을 발굴하고 매출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용자들도 메타버스에서 이용되는 아이템, 게임 등을 직접 제작·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IP관련 침해는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한 사례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킹(King.com)사가 <캔디크러쉬사가>에 대한 상표를 국내에서 획득한 후, 제목에 캔디나 사가가 포함된 게임을 모두 내리라고 요청해 이슈가 된 바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유통하려는 국가의 플랫폼을 통해 이용되기 때문에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특허·상표·디자인의 권리를 해당 국가에서 획득하고 행사해왔다.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메타버스의 경우는 글로벌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국제출원을 통해 IP 권리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다른 지식재산권과 달리, 저작권의 경우에는 형식적인 절차 없이 창작과 동시에 베른협약 동맹국 내에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출원절차가 필요없다. 메타버스 내에서 IP 법적 분쟁이 생기는 경우, 관할권을 어디로 해야 할지는 여전히 문제일 것이다.

디지털 형태의 창작물은 메타버스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 복제가 쉽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창작물의 불법 복제를 막고 권리자임을 인증해 줄 수 있는 디지털인증서가 필요하다. 이에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NFT(Non-Fungible Token)가 현재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간 디지털 창작물은 무한정 복제될 수 있어 희소성의 가치가 희석됐는데, NFT는 고유번호를 통해 권리자로서 보장되기 때문에 교환이나 위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NFT도 완벽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창작자가 아닌 사람이 창작물을 NFT로 먼저 등록해 권리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허락도 없이 원저작물을 활용한 2차적저작물을 만들어 NFT로 등록할 수 있고, 2차적저작물을 만든 자가 원소유권자로서 유통될 수도 있다. 이는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로써 2차적저작물 작성권뿐만 아니라 성명표시권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② 메타버스 공연에서의 사용료 징수의 문제
메타버스에서 크게 관심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공연이다. 새로운 플랫폼인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사용료가 어떠한 방법으로 징수·분배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사용료 징수 규정을 추가해 관련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생각컨대, 메타버스와 같은 플랫폼에서의 공연에 기존 사용료 정산 방법이 적용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곡이 국내 공연에서 이용되는 경우, 입장료 수익에 따라 일정 요율로 징수해 창작자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을 취해 왔다. 그러나 2020년에 진행된 언택트 공연을 통해 발생한 사용료는 아직 징수가 완료되지 못했는데, 이는 공연 관객 과반수 이상이 해외 이용자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이 모든 권리를 신탁함으로써 창작자 스스로가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제부터는 창작자가 관리 가능한 범위 내라면 저작권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능해지면 메타버스를 활용한 저작물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③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최근 연애 분석 앱에서 이용자들이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들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 챗봇(채팅로봇)을 개발한 한 업체가 개인정보 침해로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하여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이용자의 허락도 없이 개인정보를 쉽게 탈취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메타버스에서는 콘텐츠 제작자가 제공한 콘텐츠와 이용자의 개인정보, 그리고 메타버스 내에서 주고받은 메시지 등이 빅데이터를 구성한다. 이 빅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비즈니스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고객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

이용자의 경험, 시간, 교류한 상대방, 대화 내용, 아바타 아이템 등 이용자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는 수집·처리돼 마케팅과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인정보의 보호가 문제되는 이유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처리되는 다양한 개인정보가 누구와 공유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며, 그리고 어느 시점에 파기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다가올 변화를 대비해야

게임뿐 아니라, 소셜 모임, 공연 그리고 업무까지 메타버스에서 가능해지며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을 대체하게 된다면, 앞서 설명했던 콘텐츠나 정보에 관한 법적 문제를 포함하여 현재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이슈뿐 아니라 현실 세계의 다양한 문제들이 메타버스에서 레플리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미리 고민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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