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CA N 인터뷰 2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머스트게임즈 강백주 대표

글 권라희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사람들은 이제 게임에서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를 찾고 있다. 그렇게 모인 의미의 단위는 행동을 이끌어낸다. 세상에 힘이 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게임 외길을 걸어온 머스트게임즈의 강백주 대표를 만났다.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게임 개발자

Q 안녕하세요, 강백주 대표님!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강백주입니다. 코로나 시국 건강히 잘 보내고 계신지요. <N콘텐츠>를 통해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머스트게임즈의 전반적인 회사 살림과 게임 개발 관련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머스트게임즈는 2017년 2월에 창업해 현재 19명의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는 전략 게임 전문 개발 회사입니다. 현재는 환경과 개발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플랜트월드>를 개발 중이고, 11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SF 배경의 전략 게임 <로그 유니버스>는 미국의 에픽게임즈에서 언리얼 데브 그랜트(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하는 혁신적인 게임에게 주는 상)를 수상한 바 있고요. 인벤, 게임메카, 4Gamer(일본 유명 웹진)에서 30여 건 이상의 기사를 통해 소개가 되면서 주목을 받는 개발사라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나날이 성장하고 있네요.

Q 대표님은 게임 업계에 어떤 계기로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한글과컴퓨터를 시작으로 IT 업계에서 27년을 보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고인물이네요. 한글과컴퓨터의 OB들이 모인 엔씨소프트에서 1999년부터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하면서 머스트게임즈의 창업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Q 이 일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비교해 2021년 현재 게임 제작 환경에 변화가 있나요? A 20여 년 전엔 게임 개발을 무엇으로 해야 될지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이 든 사람처럼 말해서 좀 부끄럽습니다만, 게임 제작 환경은 아주 많이 편하고 좋아졌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치열한 경쟁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네요.

Q 환경 변화에 따라 게임 개발사 구성원(기획, 프로그래머, UI디자이너 등)의 일이나 역할, 위상 등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게임엔진, 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 등 거의 전 분야에서 1인 또는 소규모 개발팀이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게임 기획자(디자이너)는 기획만, 프로그래머는 기능 구현만 열심히 하던 시기는 이미 끝난 것 같습니다. 개발 툴의 발전으로 1인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요. 그렇지만 특정 분야의 장인도 여전히 필요하고 그런 분들이 게임의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Q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요? A 게임 개발팀과 플레이어의 소통입니다. 스토어에 올리고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의 반응을 살피고 콘텐츠 업데이트에 반영하면서 게임 개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힘으로

<플랜트월드> Ⓒ머스트게임즈

Q <플랜트월드>는 여느 게임처럼 이웃나라를 침략하거나 정복하는 대신, 가상의 국제기구나 국가를 운영하며 환경 파괴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모바일 게임이죠. <플랜트월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A 올해 초에 출시한 퍼즐게임 <동물 구출 대작전>에서도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한다는 콘셉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환경 테마는 아니다 보니 표현에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사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자는 제안은 원래 사업실장님 아이디어였습니다. 기후 위기를 시뮬레이션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매우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기후 위기와 탄소 감축 문제는 인류의 멸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힘이 매우 셉니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일종의 교육 효과를 거두는데 게임을 도구로 쓰면 매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죠. 게임 업계에서 20여 년간 일한 입장에서, 이런 좋은 도구를 이용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플랜트월드>를 개발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A 개발팀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나치게 시뮬레이션에 치우쳐서 무겁고 현실적이지 않도록, 반대로 재미에만 치우쳐서 현실의 문제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계몽적으로만 콘텐츠를 만들면 유저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거든요. <플랜트월드>가 아마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탄소 감축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교육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탄소 배출에 많은 책임이 있는 기업과, 정책을 만드는 정부 관계자들이 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Q 11월 출시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체 단계에 있어 현재 어느 시점에 와 있나요? A 현재 게임의 기본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까지 중간 단계 빌드가 나왔습니다. 게임을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데이터를 계속 수정해 나가면서 실제 지구 환경과 비슷한 체험을 유저가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이제 중간점을 돌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플랜트월드>를 개발하고 수정·보완하면서 특별히 도움이 됐던 피드백이 있었나요? A 저희가 제작을 앞두고 환경 분야 시민단체 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재미있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시더라고요. 아무리 뜻이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효과가 없다고요. 이런 말씀을 들은 게 좀 의외였는데, 그 조언을 잘 새겨서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Q <플랜트월드>가 ‘2021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었나요? A 머스트게임즈가 게임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사례가 벌써 세 번째더라고요. 2017년에 회사를 설립해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콘진원이 없었다면 저희 회사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입에 발린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거든요. 스타트업은 초기에 레퍼런스도 없고 자금도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게임 제작에 특화된 콘진원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비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은 못 거두어서 아쉽지만, 이 지원 사업들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혜가 저희 개발자들에게도, 저희 회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플랜트월드> 역시 상업용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지원이 없었다면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 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Q <플랜트월드>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나 배우게 된 것이 있다면요? A 기능성 게임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설프고 모호하게 접근하면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Q 머스트게임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A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의 힘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ESG를 쉽게 풀어내 게임으로 만드는 구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게임이 세상에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백주 ㈜머스트게임즈 대표
한글과컴퓨터, 엔씨소프트, 모본, 위메이드를 거쳐 머스트게임즈를 설립했다. 그간 개발한 게임으로는 <리니지>, <스파이크걸즈>, <실크로드 for Kakao>, <로그 유니버스>, <가우스전자 퍼즐> 등이 있다.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의 재미요소와 교육, 기부, 사회적 문제 해결 등 사회적 기여가 결합된 기능성게임 제작지원을 통해 게임의 순기능 확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지정(사회공헌) 부문을 통해 UN-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와 개발하는 게임의 목적을 연계하여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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