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N 2

온라인 공연은 계속될 수 있을까?

글 지혜원(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문화평론가)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공연 시장이 조심스레 정상화를 꿰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급속도로 성장한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을까?

관객의 새로운 니즈와 취향을 찾아서

지난해 팬데믹과 함께 가속화된 공연영상화 사업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무대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인 기술 융합을 통해 공연과 미디어의 접점을 넓히고, 관객의 새로운 니즈와 취향을 찾아가는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예술의 위기가 장기화되며 오프라인 공연이 지속적인 제약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상으로 확대된 공연은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연 시장도 조심스레 활기를 되찾고는 있으나, 여전히 재확산의 우려와 불안감도 크다. 더불어 팬데믹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된 일상의 디지털화, 미디어를 통해 경험하는 문화생활에 한층 익숙해진 관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현장의 고민도 깊다.

온라인 유료 상영을 확대하며 활로 모색에 나섰던 뮤지컬 시장은 공연영상화의 완성도를 높여 영화관 상영을 적극 유치하며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응했던 EMK뮤지컬컴퍼니는 CGV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를 4DX로 제작해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선도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자막과 함께 서비스 되었으며, 지난 11월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를 영화관 상영하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총 95회 공연의 대부분 회차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메타씨어터’와 아시아 5개국의 영화관 등을 통해 실시간 상영을 병행하며 147개국에서 3만 5,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지속적으로 오프라인 공연과 메타씨어터 상영의 이원 체제를 시도하며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공연의 선봉장, K팝

뮤지컬, 연극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 장르가 미디어와 접점을 꾀하고는 있지만, 대중음악만큼 탄탄한 팬덤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영상화된 공연을 통해 충분한 관객을 동원하고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K팝 온라인 콘서트 열기는 올해에도 이어졌으며, 온라인 공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BTS가 소속되어 있는 하이브는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의 영상 플랫폼 기업인 키스위와 함께 합작법인 ‘KBYK Live’를 설립하고 디지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베뉴 라이브’를 런칭한 바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뮤직그룹이 공동 투자에 나서며 탄탄한 글로벌 아티스트 라인업을 기반으로 온라인 시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BTS는 6월 <BTS 2021 MUSTER 소우주>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한 데 이어, 10월에는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의 온라인 공연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을 만났다. 지난 11월 27일 시작된 BTS의 미국 LA에서의 오프라인 콘서트도 베뉴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되었다.

지난해 가장 먼저 온라인 공연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를 런칭하며 시장을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는 CGV와 손잡고 영화관 생중계 콘서트로 영역을 확장했다. AR, 다중화상 연결 등 IT 기술을 결합한 온라인 전용 공연이 보다 좋은 화질과 생생한 음향을 기반으로 K팝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샤이니 멤버인 키의 단독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 키 : 그록스 인 더 키랜드>에 이어 12월에는 EXO 카이의 <비욘드 라이브 - #시네마 - 카이 : 클로어>를 선보인다.

새로운 무대, OTT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OTT 플랫폼을 통한 공연의 유통망 확대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1년 하반기 애플TV+,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기업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맞아 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TV,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사업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콘텐츠로 먼저 반격에 나선 곳은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다. 예능, 드라마, 스포츠 등에 특화한 콘텐츠 라인업을 꾸준히 구축해 온 쿠팡플레이는 지난 12월 4일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를 단독 기획해 라이브 스트리밍하면서 해외 아티스트의 콘서트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쿠팡플레이는 이후 콜드플레이와의 온라인 팬미팅 등을 추가로 기획하는 등 OTT 구독자의 니즈를 공략하며 콘텐츠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이와 반대로 국내 공연의 해외 OTT 유통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지난 10월 미국의 공연 전문 OTT 플랫폼인 ‘브로드웨이 온 디맨드’를 통해 2주간 ‘딤프 위크(DIMF Week)’를 개최해 창작지원작 6편과 갈라콘서트 등을 서비스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준수는 국내에서 2년 만에 개최되는 오프라인 콘서트를 일본의 OTT 플랫폼인 유넥스트(U-NEXT)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하는 동시에 영화관에서도 생중계하며 현장을 찾지 못하는 해외 팬들의 아쉬움을 달랜다.

국공립 기관들도 온라인 공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경기도 우수공연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아트센터는 뮤지컬 <유월>을 왓챠에 서비스하며 OTT를 통한 유통망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 11월 국립극단은 국내 연극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온라인 극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K팝, 드라마, 영화를 중심으로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OTT로의 유통망 확장이 공연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일시적인 대체를 넘어

2021년 문화예술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에 대한 공연계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온라인 공연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했던 K팝은 더욱 적극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KAIST와 메타버스 공연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아바타와 디지털 세계로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음악과 스토리텔링,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접목을 통해 확장하는 K팝의 행보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오프라인 팬 공간으로 운영 중인 ‘더 세임’을 제페토에 런칭하며 가상세계에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우는 가상세계로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팬덤과의 교감이 한층 증폭할 전망이다.

‘집에서 즐기는 공연’은 오프라인의 일시적인 대체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이자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미디어 플랫폼을 빌려 공연의 무대를 확장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공연과 무대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도 멀지 않았다. 온라인 공연은 코로나19 시대의 대안적 선택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 문화예술 환경의 또 다른 차원으로서 공연과 기술의 접목은 우리 일상에 한층 가깝게 자리하며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리라 전망한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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