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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을 넘어 : 코코파이의 탄생배경

요즘은 TV콘텐츠의 성적표가 무엇인지 모호해 보인다. 여전히 가구시청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콘텐츠를 가구 내 고정형 TV로 시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TV가 아닌 디바이스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가 확산되었고 그에 따라 방송사들도 자사 홈페이지나 OTT 플랫폼은 물론 포털사이트, 거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늘려왔다. 이러한 콘텐츠 이용패턴의 변화 속에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글. 이정환(KBS 조사평가부장)

  • 가구 시청률로는 이젠 많이 부족하다. 본방송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는 것이 맞나? PC나 모바일로 보는 것은 왜 제외해?

이미 고전에 속하는 이러한 질문들 속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부터 <통합시청점유율>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고, CJ ENM은 2012년부터 콘텐츠영향력지수(CPI)를 개발하여 온라인에서의 콘텐츠파워를 측정하고 있다. 또 TNMS미디어는 2015년부터 VOD시청률을 개발해 발표했다. 콘텐츠의 본방송부터 VOD까지, TV외에 온라인까지를 모두 담아내보려는 시도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줄기차게 진행 중인 셈이다.

화폐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새로운 화폐단위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왜일까? 대부분의 지표가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추진 주체에 따라 규제 또는 프로그램 홍보가 중심이 된 지표 구축에 매몰되었던 것은 아닐까? 또 각 방송사내부의 가구시청률에 대한 강력한 관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시도들은 기존의 가구시청률처럼 주기적으로 공개되지도 못했고, 한국에서 방송되는 모든 프로그램, 채널을 아우르지도 못했으며, 실시간과 비실시간, TV와 디지털을 오가는 콘텐츠의 생애주기를 담아내지도 못하고 말았다.

KBS가 올해 1월 발표를 시작한 콘텐츠이용 통합지수, 코코파이(KOCO PIE)는 이러한 배경 속에 출발했다. 조사평가팀과 닐슨컴퍼니코리아,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을 시작하면서 공유했던 원칙이 몇 개 있다.

  • 우리 KBS에게 유리한 지수가 되면 안된다. 이것은 홍보용 지수가 아니다 본방/재방/유통/VOD와 온라인을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 한다

코코파이는 대한민국 콘텐츠의 새로운 화폐단위를 만들자는 계획이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대한민국 콘텐츠 (Korea Content)를 평가(Evaluation)하는 불편부당한 지수(Index)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코코파이(KOrea COntent, Program Index for Evaluation)가 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먹는 것을 연상케 하는 코코파이라는 지수가 어떠한 레시피로 만들어졌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코코파이(KOCO PIE)는 TV를 통한 시청규모와 PC/모바일을 통한 이용규모를 측정하는 ‘콘텐츠이용 통합지수’ 다. PIE-TV(파이티브이), PIE-nonTV(파이넌티브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두 개로 구분한 것은 “이용자”의 행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TV에서는 콘텐츠를 보는 행위가 사실상 전부에 가깝지만 PC/ 모바일에서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떠들고, 공유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PIE-TV(파이티브이)는 TV를 통한 시청에 집중한 ‘통합시청자수’를 의미하고, PIE-nonTV(파이넌티브이)는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짤방 1) 등을 통한 이용행위를 포괄한 ‘화제성’을 의미한다. 여기에 보다 실무적인 4가지 ‘넘어’ 원칙이 세워졌다.

■ %를 넘어 : 가구 시청률에서 개인 시청자수로
■ 수도권을 넘어: 기존 서울수도권 기준에서 전국기준으로
■ 실시간을 넘어 : 본방을 넘어서 재방, 유통채널, VOD까지
■ TV를 넘어 : TV 시청행위뿐만 아니라 TV밖 수용자 행동까지

코코파이(KOCO PIE)는 ‘비율’이 아니라 ‘숫자’를 핵심재료로 한다.
먼저 익숙해져 있는 ‘가구시청률’을 ‘시청자 수(數)’ 기반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가구단위를 개인단위로 옮기는 작업이다. 1인가구의 1인 시청과 4인가구의 4인 시청이 같은 값을 갖게 되는 가구시청률은 정확한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크다. 반면에 시청자 수는 1인 시청이면 ‘1’이고 4인 시청이면 ‘4’의 값을 갖는다.

시청자 수로 옮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합산”이다. 지금은 본방송 시청만으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말하기 어렵다. 재방송으로 찾아보는 시청자도 많아졌고, 케이블 등의 유통채널을 통해 보는 경우, VOD를 통해 몰아보기를 하는 경우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방-재방-유통-VOD로 이어지는 TV플랫폼 속 프로그램의 생애주기에 따른 종합적인 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각각 등가의 ‘시청자 수’를 합산해야 측정이 가능해진 다. ‘시청률’은 서로 합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KOCOPIE(코코파이)TV - 본방송 시청자수 + 재방송 시청자수 + 유통채널 시청자수 + TV-VOD 시청자수
<본방+재방+유통+VOD 이미지>
  • PIE-TV주간 7월마지막주 Top10 리스트
<PIE-TV주간 7월마지막주 Top10 리스트>

현재 PIE-TV는 매일 발행되는 시청자 수 일보, 매주 발행되는 본방과 재방, 유통채널의 합계를 낸 주간파이 (PIE), 그리고 VOD까지 포함한 월간파이로 일·주·월에 따른 발행 주기를 갖고 있다.

7월 마지막 주 ‘PIE-TV주간’을 보면 시청자수에 따른 합산 순위, 본방송 순위, 2049 순위를 별도로 파악할 수있도록 했으며, 주간단위 방송을 한 횟수까지 추가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어떤 프로그램이 본방송뿐만 아니라 재방송과 유통채널의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 파악이 가능하고, 2049 젊은 층에 대한 소구력 또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 KOCOPIE(코코파이)nonTV - 동영상 25% + 뉴스 25% + SNS 25% + 커뮤니티 25%
<본방+재방+유통+VOD 이미지>
  • PIE-TV주간 7월마지막주 Top10 리스트
<PIE-nonTV 7월마지막주 Top10 리스트>

코코파이의 또 다른 축, PIE-nonTV(파이넌티브이)는 PC와 모바일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한 행위를 측정한다. 이른바 화제성 지수라 할 수 있는데 주간단위로만 발표한다.

짤방을 포함하는 동영상 25%, 뉴스 25%, SNS 25%, 커뮤니티 25%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본조사중심의 CJ의 CPI지수와 다르게 전수조사방식을 채택했으며, CPI에서는 제외되었던 종편채널 등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채널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각 항목별 세부내역은 지면상 더 밝히긴 어렵지만 7월 마지막 주 nonTV TOP10을 들여다보면 각 프로그램별로 어느 부분이 상대적으로 화제성에서 부족한지 한눈에 보이도록 했다.
콘텐츠지수는 평가만이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에 어떤 과제가 있는지 보여주는 기능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제성관련 데이터는 빅데이터 조사와 유사하기 때문에 고정불변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대표성없이 크기만한 데이터도 제외하거나 비중을 낮추고 있다. 최대한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이터만으로 구성하여 편중이나 왜곡을 최소화되도록 방향을 잡았다. 향후 추가적인 변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중간 생략

코코파이는 2017년 중반부터 KBS 사내에 소개되어 올해 1월부터 대외릴리스를 시작했으며 사내 멀티스크린을 통해 매주 디스플레이하고, 조사평가부에서 배포하는 프로그램분석 및 평가의 기준도 코코파이를 우선으로 변경해왔다. 또 방송사별 편성표에 그리는 ‘시청자수 지도’를 작성할 때에도 코코파이를 기준으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익숙해져 온 ‘가구시청률’의 관성은 아직도 강력하고 화제성지수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물론 코코파이 자체가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한 지수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지난 개발과정은 “익숙한 데이터, 유리한 데이터, 편안한 데이터를 보고자 하는 욕망”과의 갈등과정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외부에서는 아직 의혹을 갖고 보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 대표 방송사’로서의 위상이 희미해진 지금의 KBS가 ‘원오브뎀(one of them)’ 방송사로 인식된 탓에 ‘KBS 스스로 유리한 지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밖으로부터의 오해도 작지 않다. 코코파이는 이렇게 안팎으로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정작 지수 자체도 진화의 여지를 더 남겨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과제도 전 방위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코코파이는 이제 겨우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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