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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영상콘텐츠의 화학적 결합: 브랜디드 콘텐츠의 현황과 전망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보고 싶지 않은 광고는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브랜디드 콘텐츠다. 특히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는 이용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주며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바야흐로 브랜디드 콘텐츠 시대라는 지금, 이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짚어 본다. - 글. 최세정(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광고를 좋아하고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접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 프리미엄’ 등 광고 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무료 콘텐츠의 경우 광고는 불가피한 요소다. 하지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는 선호하는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서 원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이렇듯 능동적인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는 성가시게 느껴지며 회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광고에 노출된 이후에도 이를 보지 않기 위해 자리를 뜨거나 다른 일을 하는 등 회피할 수 있지만, 발전된 디지털 기술은 광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광고가 콘텐츠와 결합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 온라인 광고 차단 프로그램
  • 온라인 광고 차단 프로그램
이미지 : 온라인 광고 차단 프로그램,
출처 : https://chrome.google.com/webstore/detail/adblock/gighmmpiobklfepjocnamgkkbiglidom

이 같은 상황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콘텐츠에 광고가 녹아든 브랜디드 콘텐츠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엔터테인먼트 혹은 교육적 부가가치 제공을 목적으로 브랜드에 의해 제작 또는 큐레이션되며, 상품, 서비스의 판매가 아닌 브랜드에 대한 고려와 선호도의 증가를 목적으로 디자인된 콘텐츠”를 말한다.1) 브랜디드 콘텐츠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와 전통 광고의 효과 감소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디지털 마케팅 연구회에서 발표한 ‘2018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및 10대 키워드 조사’결과 가장 주목하는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로 브랜디드 콘텐츠가 선정된 바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보다 폭넓은 개념인 콘텐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콘텐츠 마케팅은 “수익성 있는 소비자 행동의 유발을 목적으로 가치 있고 매력적인 콘텐츠의 생산 및 배포를 통해 명확하게 정의되고 이해된 목표청중을 유도, 획득하며 그들과 인게이지(engage)하는 마케팅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정의된다.2)

즉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작되는 모든 콘텐츠를 브랜디드 콘텐츠로 볼 수 있으며, 브랜드가 원하는 설득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정보·오락·문화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에 브랜드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영화, 방송, 게임, 음악, 공연,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하다.

재미와 공감을 주는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는 얼핏 ‘콘텐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은 ‘광고’에 가깝다. 영화, 방송의 콘텐츠 안에 포함된 간접광고와 같이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광고 유형 외에도 최근 언론사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이 활용하는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광고도 성장 중이다.

네이티브 광고는 해당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내용·유형과 유사한 형태의 광고이다. 협찬광고나 기사형 광고와 달리 광고임을 명확히 밝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유사한 형태로 정보적, 오락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광고이기 때문에 방해감은 적지만 자발적인 공유를 유도하여 효과를 증대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형태의 콘텐츠형 광고는 콘텐츠적 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 플랫폼의 등장은 브랜드의 입장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의 증대로 볼 수 있으며, ITV CEO 피터 바자렛(Peter Bazalette)은 “브랜디드 콘텐츠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3)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영역은 동영상이다. 이는 콘텐츠 이용 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은 동영상이며, 국내 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가장 많이 이용한 모바일 앱은 유튜브로 선정, 지난해 1위였던 카카오톡 메신저를 앞질렀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를 결정할 때 관련 동영상을 참고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한 조사에 의하면 제품의 대한 정보가 문자와 동영상으로 동시에 제공될 때 72%의 소비자는 동영상, 즉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 research.hubspot.com/charts/people-want-more-video-content
출처 : research.hubspot.com/charts/people-want-more-video-content
  • 와이즈앱, 메조미디어(2018), 단위(억분)
출처 : 와이즈앱, 메조미디어(2018), 단위(억분)

소셜 미디어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포함한 동영상 기능 확대와 1인 방송 제작자(동영상 크리에이터), MCN의 성장은 동영상 기반의 브랜디드 콘텐츠 성장을 가속화했다. 또한 최근 미디어와 커머스가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하여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직접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V-커머스(비디오 커머스)와 함께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는 더욱 다양화되고 성장하고 있다.

  • 피터 바자렛(ITV CEO)
이미지 : 피터 바자렛(ITV CEO)

브랜드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은 전통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방송사업자나 광고대행사, 제작사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와 커머스 사업자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72초TV, 와이낫미디어, 딩고, 글랜스TV 등에서 제작된 브랜디드 콘텐츠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72초TV는 인기 웹드라마 <오구실> 시리즈에 삼성갤럭시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와이낫미디어의 인기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의 여주인공 양혜지와 박보검이 함께 출연한 TNGT 브랜드 동영상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근 제작된 이마트 브랜드 웹드라마는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앞서 언급한 72초TV <오구실>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캐스팅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티몬은 커머스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페브리즈, 컨버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 미디어의 문법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뿐아니라 소비자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재미와 공감을 주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호응을 얻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상업적 광고에 비해 정보적, 오락적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는 거부감이 적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유를 이끌어내기에 용이하다.

물론 브랜디드 콘텐츠의 효과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의 경우 조회수, 공유수, 댓글수 등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지표들이 있지만 단편적인 효과를 보여줄 뿐 실제 브랜드가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는지, 비용 대비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또한 브랜디드 콘텐츠 전달에 있어 온라인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광고는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목표 소비자층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를 적절히 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며 브랜디드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목적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은 유지하되 각 미디어와 소비자에 맞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기획과 집행이 필요하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 즉 기업이 보다 주도권을 가지는 영역이지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될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들의 전문성이 성공의 필수 요소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필요한 시대

아직 국내 브랜디드 콘텐츠 시장은 초기에 불과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업체는 많아짐에 따라 광고주, 대행사, 제작사, 미디어 간의 역할 분담과 조정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누가 콘텐츠를 생산하느냐 보다 어떤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호응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IT 저널리스트 톰 포렘스키(Tom Foremski)의 말처럼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5)이며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디드 콘텐츠 성공의 핵심은 양질의 콘텐츠다.

  • 박하영, “브랜드 저널리즘의 의미와 현재: 브랜드의 ‘매체 게이트키핑’ 뛰어넘기 전략”, <신문과 방송>, 2016. 10.
출처: 박하영, “브랜드 저널리즘의 의미와 현재: 브랜드의 ‘매체 게이트키핑’ 뛰어넘기 전략”, <신문과 방송>, 2016. 10.

브랜디드 콘텐츠도 콘텐츠이며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영상사업자가 양질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해서 양질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채널, 플랫폼과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양하게 운용(OSMU)할 수 있도록 전략적 기획과 창의성, 협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의 모습을 한 광고일 수 있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을 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피하기 위해 광고가 아닌 척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 광고임을 명확히 밝히고 광고임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기꺼이 즐기고 호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2초TV <오구실>의 예처럼 오히려 솔직하게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고 재미를 전달함으로써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필요하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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