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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어디까지 왔나?

글. 유용민(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5G가 우리 곁에 다가온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5G는 초연결,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고 혁신적인 융합 서비스와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4G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를 모은 바 있다. 5G,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

국가 차원에서는 5G 관련 정부예산을 대폭 늘리고 범부처 민관 협력체제를 가동하는 등 5G 기반 신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방송통신업계 또한 5G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이동통신업계는 5G 고객 유치를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여왔다. 미디어와 언론 또한 5G가 몰고올 변화를 앞다투어 조명하면서 ‘5G 붐’에 가세했다. 5G 보급률도 꽤 늘었다. 2019년도 11월 기준으로 5G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4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등장과 더불어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대표적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클라우드 등이 5G 시대에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LG 유플러스는 전 LG트윈스 야구선수 봉중근을 활용한 모바일 스포츠 중계를 집중적으로 홍보하였고, 그 밖에도 골프, 아이돌 라이브 등을 앞세운 5G 콘텐츠 서비스에 집중했다. 5G 콘텐츠들은 실시간으로 원하는 관점(viewpoint)과 위치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거나 결정적인 순간을 자유자재로 돌려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으며 자신이 보고 싶은 아이돌을 직캠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새로움을 앞세웠다. 스포츠에 대한 주목은 LG 유플러스만의 전략은 아니었다. KT 또한 포지션 뷰, 매트릭스 뷰 등 새로운 기능을 구현한 프로야구 시청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뮤지션 라이브’ 등 실감형 음악 방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5G 콘텐츠 보급에 뛰어들었다. 특히 KT는 5G시대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가상 현실 서비스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9년 여름 슈퍼VR을 출시하였고, 단말기 가격 할인 서비스 등을 통해 VR 서비스 확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SKT의 경우 상용화 초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5G 전용 콘텐츠 기반 가입자 유치 전략을 들고 나왔으며, 동시에 KT와 LG유플러스와 유사하게 스포츠 분야에도 주목했다. 이스포츠와 가상현실 서비스를 결합한 5G 콘텐츠 서비스를 올 7월부터 중계하는 등 게임 콘텐츠에 대한 SKT의 주목은 기존 가입자들 중 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잠재 고객층을 5G 가입자로 유치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5G 킬러 콘텐츠로 스포츠, 아이돌 그리고 가상 저장공간 클라우드 기반 게임 분야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5G 콘텐츠하면 증강현실, 가상현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 올해 중반 SKT는 VR 콘텐츠를 타사 고객에게도 개방하였고, 4K 슈퍼VR 출시를 통해 5G실감미디어 전략에 앞장섰다. LG유플러스 또한 VR, AR 콘텐츠를 각각 1,500편 정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이동통신사 3사의 공동 행보가 실감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VR·AR의 성공적인 대중화를 이끌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요금제다. 실감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데이터 여유가 넉넉한 고객이 주 타깃이지만, 한국의 실감형 콘텐츠 시장 성장 속도는 세계 시장과 비교했을 때 느린 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G 시대의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필요하다. 킬러 콘텐츠에 대한 업계의 갈증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그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문제는 소재와 장르가 대부분 중복되어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각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홍보하고 있는 5G 콘텐츠들 대부분 사실상 4G 시대에도 가능했던 서비스들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5G의 기술적 속성 자체가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들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점은 아니라는 데 있다. 게임 분야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빠른 속도나 대용량이 5G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아니라 5G를 활용한 콘텐츠 이용 상의 기능성 향상과 재미가 적절한 지점에서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5G 킬러 콘텐츠가 ‘안’나오는 것인지, ‘못’나오는 것인지에 대해 사업자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그러나, 2020년의 경우 5G의 초고속성, 초연결성 그리고 초저지연성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조성되는 만큼 섣부른 실망은 아직 이르다.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등장은 미디어 콘텐츠 제작 과정과 환경 변화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실감 미디어/실감 콘텐츠 제작 분야다. 우선 OTT 서비스 등장에 따라 다량의 고품질(대용량)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대량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환경에도 기술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가령 인텔(Intel)이 발표한 볼류메트릭 콘텐츠 스튜디오(volumetric content studio)가 있다. 이 스튜디오는 다수 카메라에 동영상을 캡쳐하여 360도 모든 방향에서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한다. 4Dviews(프랑스), 8i(뉴질랜드), Volucap(독일) 등 이와 유사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어 소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작 환경에 VR과 AR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면 인터랙티브 실감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많은 움직임을 실사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제작하여 단기간에 대량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대용량 3D 오브젝트는 5G 기반 엣지 클라우드 컴퓨터를 활용하여 AI 기반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실시간 VR대화와 1인 방송을 위한 가상 스튜디오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이는 1인 방송과 원격화된 현존감(remote presence)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다. 실시간 상호작용 강의나 유튜브 콘텐츠 제작 및 유통도 쉬워진다. 그밖에도 5G 기반 가상 스튜디오는 실사와 결합한 가상현실, 증강현실 콘텐츠를 무궁무진한 분야와 장르에 적용 가능하게 한다. 다만 이러한 스튜디오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안정적인 5G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5G 시대를 맞아 방송 환경도 변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은 이동통신사들과 협력하여 5G 제작 환경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S는 SKT와 공동으로 5G 기반 신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이벤트에 적용 가능한 5G 기반 생중계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그밖에도 5G 기반 디지털 광고를 비롯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 사업화를 위한 협력에 이미 나섰다. 올초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한 초고화질 생방송을 처음 시도한 SBS 또한 이통사들과 공동으로 5G 생중계 시스템 도입, 뉴스 생방송, 온라인 라이브 콘텐츠 등 실험적인 5G 서비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SBS는 KT가 기술을 지원한 5G MNG(모바일 뉴스 게더링) 장비와 방송사 전용 5G 회선을 활용하여 지연을 최소화하는 유튜브 채널 콘서트 생중계를 시도한 바 있다.

2020년에도 5G의 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콘텐츠, 기술, 5G 네트워크의 연결은 중요한 화두로 지속될 것이다. 2020년을 넘어서 5G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본격적으로 미디어 이용자들의 일상에 파고들 것이다. 1인 미디어 환경이 심화되고,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증대되며, 미디어 콘텐츠 제작 환경도 융합형 콘텐츠 패러다임으로 점점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5G 관련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와 가격 경쟁력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서 집중했다면 2020년은 본격적인 콘텐츠 승부에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을까. 모두가 목말라 하는 킬러 콘텐츠도 그런 경쟁의 과정에서 우리 앞에 다가올지 모른다. 소셜미디어가, 유튜브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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