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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1

[해외 특별 기고]

전 세계를 강타한 K 포맷, 글로벌 성공 비결

글. 케리 루이스 브라운(Keri Lewis Brown)* / 감수. 김일중**

〈복면가왕(The Masked Singer)〉(MBC)이 전 세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TV방송업계 전문가들의 불가피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복면가왕〉처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국의 다음번 히트 포맷이다. 방송 포맷의 판매와 개발 분야에, 하룻밤 성공 신화란 없다. 한국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포맷 시장의 최일선에서 경쟁하던 방송 포맷 강국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어떻게 포맷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또 선두 자리를 계속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방송 포맷

한국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TV에 일본 방송 포맷 도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던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규제로 인해 한국의 방송사들은 자국의 아이디어와 개발 인력에 투자하게 되었고, 2001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설립으로 이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한국 대중문화는 소위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오늘날 K팝 스타는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마치 자국의 연예인처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 또한 과감한 스토리라인과 인상 깊은 캐릭터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배경에는, 방송사가 일 년 내내 여러 미니시리즈를 만들어내는 효율적인 제작시스템이 있다.

한국 예능 포맷 또한 전 세계로부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꽃보다 할배〉(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Mnet), 〈런닝맨〉(SBS), 〈히든 싱어〉(JTBC), 〈판타스틱 듀오〉(SBS)와 같은 초기 성공작은 세계 방송 포맷 시장에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복면가왕〉은 이 성공의 문을 활짝 연 포맷이다. 현재 〈복면가왕〉은 전 세계 50개국과 판매 또는 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 정도의 판매 실적은 향후 방송 트렌드를 형성하고, 전 세계 방송 역사의 한 시대를 정의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은 다양한 스핀오프와 특별판 제작까지 가능해, 맨 처음 이 아이디어를 선점한 이들에게 장기 수익을 창출해줄 글로벌 빅히트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원하는 한국의 다른 제작자에게도, 향후 해외 사업자들이 보여줄 이 같은 강렬한 관심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공 비결, 독창적 비틀기(twist)와 협업 능력

그렇다면 한국 방송 포맷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비결은 바로 ‘품질’이다. 한국 제작자들은 글로벌 방송 트렌드를 매우 빠르게 읽어낼 뿐만 아니라, 이를 한국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비틀기(twist)와 접목시켜왔다. 이러한 균형을 통해 한국 포맷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잘 배합할 수 있었고, 작품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갖춘 포맷을 원하는 해외 바이어에게 크게 어필했다. 한국산 포맷이 각광을 받은 데는 적절한 타이밍도 한몫을 했다. 〈마스터셰프(MasterChef)〉, 〈빅 브라더(Big Brother)〉등 기존의 TV포맷 역사의 빅히트 IP가 여전히 각국의 편성표를 점령하고 있지만, 후속 히트작의 부재로 오랜 정체에 빠진 시기와 맞물려, 한국 포맷은 완벽한 기회의 폭풍을 일으켰다.

한국이 포맷 시장에서 급성장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 파트너와 거래한 해외 방송사, 제작사, 배급사의 반응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건이 오고 가는 무역이 아니라, 인적 관계를 통해 노하우와 브랜드를 사고파는 글로벌 포맷 업계에서, 실무자들 사이의 긍정적 입소문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K7 Media는 2020년 1월 보고서1)에서 한국 방송 포맷의 높은 인기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만난 많은 서구의 제작자들은 한국 측 파트너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했다. ‘보람’, ‘완벽한 즐거움’, ‘매우 창의적’ 및 ‘놀라운 협업능력’ 등은 그런 칭찬들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눈에 띄는 코멘트는, ‘서구 제작자들이 A부터 B까지 생각한다면, 한국인들은 A부터 F까지 생각한다. 가끔은 심지어 J까지!’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포맷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력과 발상이 바로 한국 포맷의 독특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독립제작사와 조화로운 성장도 중요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포맷 시장은 매우 변덕이 심하다. 주목받던 몇몇 특정 국가들이 단 몇 편의 히트 포맷만 남긴 채, 가능성을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하향세를 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한국이 이러한 입지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핵심 전략은 지금까지의 성공 요인을 인식하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KOCCA같은 국가적 산업 기관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KOCCA는 그동안 적극적인 업계 지원을 통해 창의력 양성, 업계 성공사례 공유 및 유능한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주체가 되어왔다. 이러한 수준의 조율을 위해서는 모범적인 국가 기관이 필요하며, KOCCA는 현재 많은 서구 제작자들이 부러워하는 한국만의 지원 모델이다.

하지만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 TV 산업은 여전히 방송사 주도의 경향을 보인다. 방송사들은 주요 포맷의 개발과 판매를 위한 중요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방송사 주도의 하향식 투자도 중요하지만, 세계 무대에 직접 진출하고 활동할 수 있는 한국의 독립 제작자를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을 기억하자. 한국의 방송사와 독립 프로덕션이 서로 조화로운 성장을 꾀할 수 있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많은 한국의 히트 포맷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케리 루이스 브라운(Keri Lewis Brown) 방송사, 제작자, 배급사 및 광고주에게 미디어 정보를 제공하는 독립 기관인 영국 ‘K7 Media’의 설립자. K7 Media 설립 전에는 제작사 ‘Action Time’의 국제 영업 책임자로, 국제 포맷 판매력 강화와 글로벌 프로그램 제작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또한 2015년 3월부터 전 세계 텔레비전 포맷의 지적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FRAPA(Format Recognition and Protection Association)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 김일중 SBS예능본부 부장, (주)포맷티스트 이사(겸직), 한국포맷산업협의회(KF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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