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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2

불붙은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글. 곽동균(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

현재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속성 덕분인지 새로운 서비스들도 속속 진입이 예고되어 있어, 전례 없는 풍성한 선택지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새로 진입했거나, 진입 예정인 서비스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퀴비(Quibi), 피콕(Peacock), 그리고 HBO 맥스(HBO Max)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 논해볼까 한다.

퀴비(Quibi)

퀴비란 ‘빠른 한 입’을 의미하는 ‘Quick bites’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본적으로 5~10분 정도의 숏폼(short form) 콘텐츠 위주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6일에 서비스를 개시한 퀴비는 두 가지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데, 광고가 포함된 서비스 구독료는 월 4.99달러(약 6,100원)이며, 광고시청을 원하지 않을 경우 월 7.99달러(약 9,800원)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퀴비는 이용자제작콘텐츠(UGC)보다는 전문제작사가 만든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숏폼 스트리밍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틱톡(TikTok)과 차별화된다. 광고 영상을 본 콘텐츠와 연동된 것으로 선별해서 노출시키는 전략을 앞세워 이미 P&G 등 유력 업체들을 광고주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출범 첫주에 17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나, 90일간의 무료 서비스기간을 감안하면 아직 시장에서 안착 여부를 논하기는 일러 보인다. 다만, 턴스타일(Turnstyle)이라는 모바일 폰 회전에 따른 두 가지 영상 포맷 제공 기술이나, 영상제작자에게 7년 이후(롱폼 영상은 2년 이후)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정책 등이 시청자나 제작사의 호응을 얼마나 받을지 여부가 시장 안착 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디즈니, 알리바바, JP모건 등으로부터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자금력이나, 유력 광고주들로부터 1억 5,000만 달러(약 1,845억 6,000만 원) 상당의 광고 수익을 확보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잠재고객층이던 통학 학생이나 통근 직장인들이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로 돌아서는 바람에, 가정 내 체류가 증가한 점은 모바일 중심의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인 퀴비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다.

피콕(Peacock)

퀴비가 틱톡의 유료형 가입서비스 버전에 가깝다면, 피콕은 외견상 유튜브의 유료가입형 버전과 유사하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업체 컴캐스트(Comcast) 소속인 NBC유니버설(NBCUniversal Media, LLC)이 지난 4월15일 컴캐스트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범 공개한 이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는 7월 15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광고 시청 유무와 시청 콘텐츠 총량에 따라 세 가지 요금제로 구성된다.

시간당 5분가량의 광고를 의무 시청해야 하는 무료요금제 가입자는 7,500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광고가 일부 포함된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4.99달러(약 6,100원)에 제공되며, 1만 5,000시간 분량의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광고가 전혀 없는 버전은 월 9.99달러(약 1만 2,300원)에 제공될 예정인데, 흥미로운 것은 기존 컴캐스트 케이블TV 가입자에게는 프리미엄 상품이 무료로 제공되며, 무광고 상품도 5달러(약 6,150원)에 제공된다는 점이다.

거대 미디어 기업을 본사로 두고 있는 서비스답게, 피콕은 향후 2년간 20억 달러(약 2조 4,600억 원)의 콘텐츠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국내 서비스인 웨이브(Wavve)와도 제휴를 맺고 향후 3년간 매년 5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HBO 맥스(HBO Max)

AT&T 자회사로 편입된 워너미디어가 5월 중에 제공 예정인 서비스 HBO 맥스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고급 버전을 표방, 광고 대신 월정액 가입료를 수익모델로 한 가입형 스트리밍 서비스다. HBO 맥스는 디즈니 플러스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월 15달러(약 1만 8,40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이용 가능한 콘텐츠도 두배 가량 많은 고급서비스임을 내세우는 중이다.

또한 디즈니플러스가 주로 아이들을 겨냥한 콘텐츠 위주의 라인업으로 구성되었다는 평을 받는데 비해, HBO 맥스는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도 차별점이다. 인기 미니시리즈인 〈프렌즈〉나,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 등 1,800편의 시리즈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도 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와 경쟁 업체에 비해 늦은 시장 진입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서비스에 비해 불리한 요소라서, 안 그래도 경쟁이 심한 가입형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과연 유의미한 판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퀴비(Quibi), 피콕(Peacock), HBO 맥스(HBO Max) 서비스 비교
    이름 서비스 개시일 구독료 비고
    퀴비(Quibi) 4월 6일 - 광고 포함 상품 : 월 4.99달러(약 6,100원) - 무광고 상품 : 월 7.99달러(약 9,800원)
    피콕(Peacock) 7월 15일 - 프리미엄 상품 : 광고 일부 포함 월 4.99달러(약 6,100원) - 무광고 상품 : 월 9.99달러(약 1만 2,300원) - 기존 컴캐스트 케이블 TV 가입자의 경우 프리미엄 상품 무료 제공, 무광고 상품 5달러(약 6,150원)에 제공. - 국내 서비스 웨이브(Wavve)와 제휴,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 예정
    HBO 맥스(HBO Max) 5월 27일

향후 전망

코로나19로 인해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언택트’라고 불리는, 이른바 비대면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락산업(엔터테인먼트산업), 즉 문화콘텐츠의 소비가 주로 행해지는 분야에서도 이 대면접촉 필요성 여부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데, TV시청이나 온라인 콘텐츠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양새다. 비록 경제활동 위축에 따라 광고 매출에 의존하는 미디어 분야의 실적은 증가한 소비량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같은 소비자 직접 지불형 서비스들은 가입자 증가세와 이용량 증가세 효과를 함께 누리는 중이다.

OTT로 통칭되는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 내 체류시간이 늘어 나면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4월 7일자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이용량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뚜렷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용자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적어도 당분간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비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연말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확산 속도도 심상치가 않아, 그간 유료가입형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해온 넷플릭스의 향후 행보가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워낙 콘텐츠 역량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디즈니의 거센 공세에다, 앞서 소개한 신규로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곧 개시할 예정인 서비스들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라, 향후 업계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아마도 국내든 글로벌 차원이든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시장 진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 유료방송과 달리, 한 가입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조합해서 가입하는 형태가 일반화될 스트리밍 시장의 속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한정된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전략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보니, 광고 결합을 통한 다양한 요금제, 숏폼이나 모바일 특화와 같은 차별화 전략도 시도되고 있어, 더욱 풍성한 조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상당한 콘텐츠 파워와 발달된 네트워크 인프라 덕분에 웨이브, 티빙(Tving), 시즌(Seezn) 같은 기존 방송사업자나, 왓챠플레이(Watcha Play) 같은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글로벌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이런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의 출현이 야기할 경쟁 지형의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국내에 이들 새로운 서비스가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일러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문헌

최민지, 〈SKT 손잡은 NBCU ‘피콕’ OTT 대전 합류〉, 디지털데일리, 2020.04.17, http://www.ddaily.co.kr/news/article/?no=194373

KCA(2020), 〈숏폼 전문 플랫폼 Quibi의 출범〉, 2020 KCA 미디어 이슈&트렌드 2월호

Ella Koeze and Nathaniel Popper, 〈The Virus Changed the Way We Internet〉, 2020.4.7,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0/04/07/technology/coronavirus-internet-us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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