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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1

영상미디어콘텐츠, 새로운 시작과 확장

2020 콘텐츠산업포럼 - 방송포럼 스케치

글. 차예지(편집부)

콘텐츠 분야의 미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2020 콘텐츠산업포럼〉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이 중 5일차인 9월 22일 개최된 방송포럼은 ‘영상미디어콘텐츠, 새로운 시작과 확장’을 주제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K-영상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시장의 노력과 정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토론 내용과 더불어, 온라인으로 개최된 만큼 유튜브로 포럼을 시청한 참가자들의 반응도 함께 살펴본다.

[발제1] 새로운 시작: 영상콘텐츠 산업에서 기획·원천 IP의 중요성

발제자. 김용재 대표(포맷티스트)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는 기획 원천 IP의 활용과 중요성을 프로그램 흥행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플랫폼 전성시대라고도 불리는 지금 미디어 환경에서 원천 IP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내 원천 IP의 글로벌 성공사례로 〈런닝맨〉(SBS)과 〈정글의 법칙〉(SBS), 〈오! 마이 베이비〉(SBS)등을 꼽았다.

중국판 〈런닝맨〉의 경우 네 개의 시즌이 방영되었고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와 맞먹는 금액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작된 중국판 〈런닝맨〉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5.3%를 달성했다. 베트남판의 경우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억 원가량의 제작비를 투입해 스케일과 완성도에 힘을 실어 베트남 파트너사와 공동 제작했다. 이로써 TV 시청률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성공 사례 덕분에 현재 필리핀에서도 제작을 계획 중이며 베트남판은 시즌2가 제작될 예정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도 계약을 체결중이다. 온라인으로 발제를 시청하던 참가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여러모로 IP가 제일 중요하군요”,
    “주력으로 내세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뜻”

김용재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원천 IP를 포맷화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원천 IP를 가져가는 게 아닌 포맷화에 승부수가 달렸다는 것. 촬영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촬영한 뒤 편집자의 역량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포맷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포맷화된 원천 IP는 해외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최대 수익을 이끌어내야 한다.

문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페이퍼 포맷 자체를 거래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거래에 대한 경계 때문인데, 이 말은 결국 기획 아이템을 영상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페이퍼 포맷이 구체화 되어있지 않으면 거래 성사가 어렵다. 따라서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라도 영상 콘텐츠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R&D 개발 펀드 등을 통한 연구개발비 지원으로 프로그램 개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발제2] 새로운 확장: 플랫폼 시대의 IP 기획과 확장

발제자. 홍민영 부사장(카카오페이지)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카카오페이지 홍민영 부사장은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설명하며 스토리 IP 포맷의 발전 과정을 설명했다. 스토리 엔터테인먼트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인데, 창작자와 IP사업자가 나뉘어져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통합되어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해 유튜브 기반 콘텐츠(뮤직비디오,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 창작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IP 단위로 시청률 같은 데이터나 사용자의 정보(User insight)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사용자가 이 스토리를 왜 재미있어 하는지, 또는 왜 싫어하는지 알지 못하면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 다음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다. 글로벌로 흥행할 스토리가 무엇인지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민영 부사장은 가장 큰 세대 집단이자 구매력을 보유한 젠지1)에 주목했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에 소구할 스토리 IP를 만들어야 하는 방송산업 종사자들에게 젠지는 중요한 타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웹툰은 이들이 어떤 스토리를 좋아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IP의 효과적인 콘텐츠화에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 “웹툰을 드라마화 할 때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보시나요?

더불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클라쓰〉의 사례를 들어 원작과 드라마 팬덤 사이의 전환을 통해 IP 유니버스의 확장을 설명했다. 일본 원작 만화 〈꽃보다 남자〉가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에 맞는 2차 영상화 사업을 통해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웹소설, 웹툰으로 출발한 IP에 국한하지 않고, 〈승리호〉처럼 영상으로 기획되는 IP를 통해 슈퍼IP 유니버스를 펼쳐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끝을 맺었다.

[종합토론] 새로운 진흥정책: 콘텐츠에 힘을 싣다

모더레이터. 배진아 교수(공주대학교 영상학과) 패널. 김용재 대표(포맷티스트), 홍민영 부사장(카카오페이지), 오승준 PD(에이스토리),
이희주 실장(콘텐츠웨이브), 송진 팀장(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공주대 배진아 교수의 진행으로 1부 발제자들과 패널을 초대해 콘텐츠 진흥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먼저 콘텐츠웨이브 이희주 실장은 우리가 이른바 ‘글로벌 OTT 전쟁’ 속에 살고 있고, K-콘텐츠의 성공을 위해서는 K-플랫폼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웨이브의 경우 국내 점유율로는 넷플릭스를 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국내 OTT 사업자가 성장해야 K-콘텐츠의 동반 성장이 가능한 것이기에 플랫폼의 중요성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온라인 포럼 참가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실제 수용자를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지 물었다. 이에 이희주 실장은 지금 한국 콘텐츠 시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호황기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이들이 결국 넷플릭스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F8〉, 〈좀비 탐정〉 등의 콘텐츠는 웨이브에 선 방영 후 TV 방영을 택한 작품들이라며 이와 같이 변화한 플랫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편 등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이스토리 오승준 PD는 콘텐츠 제작사의 입장에서 창작을 하는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연으로 비유하면,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공연자(제작사) 몫의 수익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IP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제작사가 IP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임을 얘기하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제작사가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일지 묻는 참가자에게 오승준 PD는 “제작사는 끼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드라마 제작사는 감독, 작가, 배우 등 아티스트 영역에 있는 이들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정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도 스태프나 영상 플랫폼에 비해 관심도가 낮다는 점을 설명하며 제작사에 주목해주기를 부탁했다.

카카오페이지의 홍민영 부사장은 영상콘텐츠 산업에 위기와 기회가 혼재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플랫폼들이 글로벌 유저 확보를 원하는 지금, 한국 콘텐츠는 이미 여성, 젠지 등의 특정 시청자 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영상 자체의 새로운 도전과 기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기획자의 넓은 안목과 사용자·플랫폼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로 포럼을 시청하던 참가자는 콘텐츠 창작자, 기획자, 작가 등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 홍민영 부사장은 이에 다양한 포맷을 넘나들 수 있는 기획 PD와 이를 도와 계약을 만들어내는 사업 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전달했다.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는 대한민국이 가진 창조력과 창작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좋은 창작자, 화려한 출연진, 적정 방영 시간대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기에 기획 단계에 있는 포맷에 대한 연구개발비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포럼 참가자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획서를 쓴 예능, 교양 작가의 기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포맷티스트는 어떤지 물었다. 이에 김용재 대표는 ‘포맷티스트는 기본적으로 창작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갖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창작자와 포맷티스트는 50대 50의 수익분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포맷티스트가 방송국 자회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BBC, 후지TV 등 해외 방송사에서는 이미 실행되고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프로그램이 흥행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출할 경우 생기는 법률적인 부분의 지원도 진행 중이라고 대답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뉴노멀 시대에 따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방송영상산업 정책의 포커스를 콘텐츠 진흥에 둬야 한다는 것. 그동안의 정책이 매체, 플랫폼, 규제 중심으로 옮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콘텐츠의 협력과 연계로 플랫폼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P 확장을 가져오는 주체인 이용자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진흥원의 입장에서 어떤 정책을 통해 콘텐츠 산업을 지원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승준 PD가 말한 제작사의 환경과 처우 문제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분야라며 다방면의 지원을 통해 창작자와 제작사 모두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포맷에 대한 지원도 언급했다.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정책적 지원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 중이고 특히 중소 제작자들이 IP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금 확대 등 구체적 계획을 통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IP 확장으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오가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2020 콘텐츠산업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실시간 댓글 참여로 현장 못지않은 생생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발제, 열띤 토론에서 콘텐츠 산업의 확장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원천 IP의 개발과 기획 등 역량 강화로 새로운 길을 찾을 방송영상산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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