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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3

방송콘텐츠 기획개발IP,
새로운 기회를 찾다

<2021 KOCCA IP Draft day> 참가기

글. 김유나(HB엔터테인먼트 콘텐츠사업기획팀장)

<2021 KOCCA IP Draft day(2021 방송콘텐츠 기획개발 IP 유통상담회)>가 지난 6월 말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총 10개의 국내외 OTT 사업자 등 플랫폼사와 드라마·예능 분야의 중소 제작사들이 만나 기획안 피칭, 제작 투자 유치, 공동제작 논의 등 다양한 사업화 기회를 모색했다.

IP 영상화, 다시 한번 도전하다

본 행사는 지난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2021 방송영상콘텐츠 기획안 공모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아직 상용화(방영·판매)되지 않은 초기 기획개발 단계의 작품을 공모하여, 당선작에 한해 해당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보조하는 목적의 사업이었다. 이때 제출한 작품에 대한 영상화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제작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편 드라마의 경우, 평균적으로 기획개발 단계의 작품이 영상화되기까지 최소한 2~3년 이상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 기획개발 작업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어 업계에서 요구하는 판단 기준(기획안 및 대본 4회 이상)에 부합하게 되더라도, 당시 채널별 편성 현황이나 주연 배우의 캐스팅 여부, 제작비 조달 여건 등 각종 변수 때문에 영상화가 빈번하게 무산되곤 한다. 기획개발에 수년 이상이 걸린 경우, 작품의 시의성이나 대중성 면에서 편성 데스크나 배우를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은 제작사들이 내부적으로는 기획개발을 마쳤지만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거나, 이미 공개했더라도 결국 영상화라는 최종 목표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작품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기획안 공모사업은 아쉽게도 영상화에 도달하지 못했던 작품들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HB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장편 부문에 <사옹원의 남자들>이라는 작품으로 참가하였으며, 상금과 함께 주어진 유통상담회 참석의 기회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한자리에서 만난 제작사-플랫폼사

이번 행사에서는 총 9개의 국내외 OTT 사업자를 만나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웨이브(wavve), 티빙(TVING), 왓챠(WATCHA), 디즈니플러스(Disney+), 쿠팡플레이(Coupang Play) 등 다양한 OTT 사업자들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제작사들에게는 큰 기회의 땅이 열렸다. 그간 TV 방송 채널의 기준에 맞춰 프로그램을 공급해왔다면, 이제는 기존의 제약을 뛰어넘어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파격적인 소재, 혁신적인 장르, 실험적인 연출 등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에 비해 모든 제작사에게 실질적인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각 채널 사업자들의 니즈와 방향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을뿐더러,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미팅을 주선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작사와 채널 사업자 간 실효성 있는 미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사가 서로의 니즈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먼저 제작사의 경우, 채널 사업자의 서비스 전략 및 주요 시청 타깃을 알고 있어야 그에 부합하는 작품을 제안할 수 있다. 반대로 채널 사업자 역시 당사의 톤 앤 매너에 맞는 작품을 물색하기 위해서는 이미 그와 유사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를 찾거나, 또는 유사한 방향성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제작사 및 제작진에 대한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그동안 제작사와 신규 OTT 등 플랫폼사들은 부분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갈증은 해소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막연한 추론과 궁금증만 키워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누구 하나 선뜻 먼저 나서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었기에, 이번에 개최된 유통 상담회는 양사 간 실질적인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해준 무척 의미 있는 행사였다.

행사는 드라마 분야와 예능 분야로 나뉘어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먼저 현장에 다 같이 모인 후, 일대일 매칭을 통해 세션별로 개별 미팅에 참가하였다. 주최 측에서는 5층에 별도로 사무국을 마련하여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자들 간의 긴밀한 소통을 지원하였다.

미팅은 시간표에 기재된 순서에 따라 스위트룸에서 주선되었다. 채널 사업자들은 정해진 방에서 대기하고, 각 제작사 담당자들이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작품 정보와 관련한 유출에 민감한 방송업계의 특성상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업체당 30분의 미팅 시간이 주어졌으며 미팅과 미팅 사이에 10분의 휴식시간이 별도로 제공되었다. 이에 미팅 시작 전 미리 논의 및 질의사항을 준비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미리 받아본 팸플릿을 통해 채널의 성격이나 요구사항을 1차적으로 확인한 후였고 플랫폼사 입장에서도 이미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숙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작 투자 유치, 공동제작, 선(先)판매 등 단순한 피칭에서 한 단계 나아간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공모 사업에 제출했던 작품과는 별도로 추가로 준비해 간 작품들을 간략히 제안할 기회도 주어졌다. 이를 통해 당사의 라인업을 소개하고 경쟁력을 어필함으로써 추가적인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다양한 전략 엿볼 수 있었던 행사

이번 유통 상담회가 없었더라면 일일이 찾아갔어야 할 사업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다양한 국내외 플랫폼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나서 각사의 방향성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 나아가 기존에 인지하고 있던 플랫폼 전략에서 더 고도화되었거나, 일부는 콘텐츠 정책을 혁신하여 매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특성상,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유효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제작사들의 관건이다. 이번 행사 덕분에 앞으로의 전략을 찾아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에 제작사들에게도, OTT 등 플랫폼사들에게도, 여러모로 대단히 좋은 행사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번 행사에 참석의 기회를 얻은 것이 일부 제작사뿐이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앞으로도 이러한 유통 상담회가 꾸준히 열리기를 바라며, 향후 더 많은 제작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행사에서 여러 플랫폼사들과 제작사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숏폼, 미드폼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한동안 맥이 끊겼던 시트콤에 대한 니즈도 증가하고 있었다.

국내외적으로 플랫폼사가 늘어날수록 제작사들에게는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기회들이 열릴 것이다. 다만 특정 장르와 포맷에 국한된다면 이러한 기회들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떤 플랫폼이 되었든, 형식과 내용을 넘어서서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모든 제작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다. 기본과 핵심에 충실하면서도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 김유나
  • 현재 드라마 제작사에서 기획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디지털스토리텔링을 전공하였으며, 「한국 일상툰의 풍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팬픽션의 생성구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