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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3

OTT와 위드 코로나 시대,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

글. 유건식(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방송 제작 현장은 기본적으로 첨단 기술을 가장 빨리 수용하는 환경의 속성을 띠고 있으며, 그만큼 사회 변화에도 수용성이 높아야 한다. 최근 방송 제작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 메타버스로 통칭되는 VR과 AR, 인공지능, OTT 등이 있다. 이러한 사안들이 현장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보자.

방송 제작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주요 요인들

코로나19는 약 2년째 끊임없이 방송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 형태의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현장 참여 없이 비대면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수혜자는 OTT 서비스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왓챠 같은 OTT가 시장에서 비중이 커짐에 따라 제작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124개 국가에서 온라인 서비스의 인기를 파악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com)에서 <오징어 게임>(넷플릭스)은 미국, 일본 등 83개 국가 전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1년 3분기 실적에 따르면 94개 국가에서 1위를 했으며, 공개 후 4주 동안 약 1억 4,200만 명이 시청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방송사에서는 막대한 제작비와 엄격한 심의 규제로 제작하기 어려웠던 대작 드라마는 물론 고품질의 예능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작사들의 넷플릭스 쏠림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11월에는 디즈니플러스까지 국내 진출이 확정되어 국내외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제작 현장의 변화도 늘어날 것이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강원대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여러 세계”라고 하며, 증강현실 세계(AR), 라이프로깅 세계(페이스북, 유튜브 등), 거울 세계(포트나이트 등), 가상 세계(VR)를 예로 들고 있다. 점차 이러한 메타버스가 방송에서 활용되고 메타버스 세계가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왓슨, 알파고 등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이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바타 기상캐스터 등 향후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현장까지 지금보다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스튜디오 모델 중심의 제작 환경 변화

이러한 변화에 방송 미디어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보다는 자본이 집적된 미국 시장의 변화가 빠르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였고, AT&T도 HBO 맥스를 출시하였다가 분사시켜 디스커버리+와 통합하고 있으며, 바이어컴과 CBS는 합병하여 파라마운트+를 내놓았고, CNN은 CNN+를 내년 초에 론칭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CJ ENM이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하여 크게 성공하였고, KBS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몬스터유니온을 만들었다가 현재는 드라마 제작 기능만 수행하고 있으며, SBS는 드라마 본부를 분사하여 스튜디오S를 설립하였다. JTBC는 제작과 유통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JTBC 스튜디오를 출범시켰고, MBC는 내부에서 스튜디오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방송사 내부에서 제작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제작하는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언택트 제작기술의 활용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방송 제작 현장의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 제작이다. <놀면 뭐하니?>(MBC)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구석 콘서트’, 해외에서 트로트 버스킹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트로트 랜선 버스킹으로 화제를 모은 <트롯신이 떴다>(SBS), 2,000석의 KBS홀 무대에 LED를 설치하고 시청자 1천 명을 랜선으로 연결하여 펼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KBS)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사들의 다양한 랜선 콘서트(순서대로 <놀면 뭐하니?>, <트롯신이 떴다>,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출처: 각 방송사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다시 관중이 있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랜선 연결 방식은 계속해서 활용하여 국내외 다양한 청중과 호흡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 방송이 확장하여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보인다. 실제로 MBC와 프랑스 허브 휴버트(Herve Huber)가 공동 제작한 <복면가왕>(MBC)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더 마스크드 탤런트>(MBC)는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와 연계하여 방송했다. SKT는 이프랜드에 가상 스튜디오를 만들고, 관객은 ‘메타버스 판정단’으로 방송에 참여하였다(SK텔레콤 뉴스룸, 2021). 이렇게 메타버스는 새로운 콘텐츠 창작의 영역을 열어주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찬수, 2021).

증강현실 등 디지털 제작 기술의 확장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제작 환경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한다. 향후 제작은 확장 현실(XR) 기법이 방송 제작에 활용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기법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 갈 수 없는 환경 하에서 적극 도입이 되었는데, 제작비 절감, 촬영 장소의 제약 해소, 이동과 제작 시간의 절감, 출연료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SBS는 도쿄 현지에 중계진을 보내는 대신 증강현실을 활용하여 중계하였고, KBS는 UHD 환경에서 IBB(Integrated Broadcast Broadband)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화면을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시범서비스를 실시했다.

증강현실(좌)과 IBB(우) 활용 사례

출처: 각 방송사

KBS는 환경스페셜 기후변화 특집 <지구의 경고>를 제작하면서 XR을 활용하였다. 빙하에 가지 않고 세트에서 빙하에 간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냈다.

인공지능도 방송 제작에 활발히 활용될 것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서비스할 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KBS에서 오디오DMB(U-KBS)와 2라디오로 방송 중인 <누군가 어딘가에>는 인공지능(AI) DJ가 진행한다. MBN은 국내 방송사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 앵커를 도입했다. 김주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학습하여 정오 뉴스와 단신 속보성 뉴스를 전한다. 일본의 니혼TV는 인공지능 아나운서 ‘아오이 에리카’를 신입사원으로 채용시키고 입사식도 시켰다.

아바타 또는 디지털 휴먼의 활용도 증가할 것이다. SM은 걸그룹 에스파의 아바타 ‘아이에스파’를 만들었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AI) 챗봇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 등을 합쳐 만든 가상 인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현한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Rozy)’, LG전자가 만든 싱어송라이터 ‘래아’, 롯데홈쇼핑 가상모델 ‘루시’, 온마인드의 디지털 휴먼 셀럽 ‘수아’ 등이다(안옥희, 2021; 홍성용, 2021). 점차 디지털 휴먼이 방송 시장으로 침투해 들어올 것이다.

노동관련 규제제도 도입과 제작 환경의 변화

2019년 7월 1일부터 방송사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기본 근로시간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방송 제작 현장은 일반 노동 현장과는 다른 특징을 띠고 있다. 제작 상황에 따라 노동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다양한 유연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 첫째

  • 근로기준법 제51조에 근거를 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 내로 맞추는 것인데 도입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 둘째

  • 근로기준법 제52조에 근거를 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이내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 범위(160~208시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각,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 셋째

  • 근로기준법 제58조 제3항에 근거를 둔 ‘재량근로시간제’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수행 방법과 근로시간 배분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지 않고 과거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수당과 대휴를 노사간에 확정한다. 드라마와 일부 예능 제작 업무가 해당된다.

  • 넷째

  •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에 근거를 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출장 등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 다섯째

  •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에 의거한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 인가 또는 (사후) 승인과 근로자의 동의하에 실시한다.

이처럼 직무별로 다양한 근무형태가 이루어질 것이다. 방송사별로는 유연근로제가 도입되는 직군은 KBS에서 약 12%, MBC에서 약 20%, SBS에서 약 30% 가량이 해당된다(이미나·김혜인, 2019).

근로 시간과 더불어 예술인 문화예술용역에 대한 처우도 강화된다. 그동안 계약서 없이 일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근로자가 많았는데 고용보험법 제77조의 2에 의거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특례가 신설되어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의거 에술인 문화예술용역을 담당하는 작가, 작곡가, FD, 포커스 풀러1), 녹음기사 등에 대해 제작스태프·방송작가·자료조사원·단기 문화예술용역 계약서 등을 체결하여 이들에 대한 권익이 더 보호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방송과 부당해고를 다투다 세상을 떠난 故이재학 PD 사례 이후 21명의 프리랜서 노동자 가운데 12명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김승혁, 2021). 이처럼 편법적인 고용관계가 줄어들고 방송 제작에 필요한 인력은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다.

과도한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주52시간이 도입되었지만, 방송이라는 창의 산업에서는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돌입한 국가로서 노동자의 복지는 소중히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방송시장이 OTT로 넘어가면서 방송의 역할이 점차 감소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방송은 매우 중요한 매체이며 TV가 아닌 모바일을 통해서 여전히 방송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곧 도래할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방송 제작 환경이 더 개선되고, 훌륭한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어 방송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 유건식
  •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리더스포럼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미래 포럼 위원,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굿닥터>(KBS)를 미국 ABC 드라마로 리메이크시켰다. KBS 드라마국에서 <성균관 스캔들>과 <학교 2013> 등을 프로듀싱 했으며,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한울아카데미), 『미디어 구독모델』(커뮤니케이션북스) 등을 저술하였고, 『넷플릭스 효과』(한울아카데미)를 번역하였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한울 엠플러스)를 10월 출간할 예정이다.
참고문헌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2455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6305357b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0030
https://www.mk.co.kr/news/it/view/2021/09/913463/
https://news.sktelecom.com/15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