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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2

크리에이터, 대세와 직업 그 사이

크리에이터,
대세와 직업 그 사이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 조사>

글. 김숙((주)컬쳐미디어랩 대표이사)

먹방, 뷰티, 브이로그 등 한국의 뉴미디어 콘텐츠 역시 K-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에서부터 직장인의 투잡 수단까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면에는 ‘직업인으로서의 고충’ 또한 존재한다.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 조사> 결과를 통해 자세히 짚어본다.

대세가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생 조카로부터 장래 직업으로 의사와 유튜버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대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그 당시에 지금의 유튜버를 대체할만한 직업이 있었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강산이 서너 번 변하면서 새롭게 생긴 많은 직업 중에 유튜버는 어엿하게 자리 잡았고, 2018년 이후 줄곧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순위 중 Top 5 안에 들고 있다.1) 또한 주변에서 초등학생이 아닌 내 또래의 짐짓 나이든 어른들이 ‘요새 들어 부쩍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유튜브가 특정 세대에게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대세 콘텐츠이자 플랫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2018년 1월 개정된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라는 항목이 생겼다. 그리고 국세청 홈페이지의 국세정책/제도 카테고리에서 소개하는 ‘신종 업무 세무안내’2) 란에는 1인 미디어 창작자 현황과 거래유형을 소개하고 사업자등록안내부터 각종 세금에 대한 안내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대한민국의 제도권에 있는 어엿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중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21년에 실시한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3)를 보면 설문 응답자 중 38.9%만이 국세청에 관련 사업자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도 4대 보험 가입자 43.6% 중 1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제도적 활동의 미흡함은 크리에이터 활동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나타난다. 실태조사 결과, 현재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4.13점으로 매우 높은 반면에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2.48점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중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인지하는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경제적인 수익과 가장 관련이 높다. 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중에 겪은 애로사항으로 가장 심각하게 인지하는 것은 ‘불확실한 경제상황’(평균 3.8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중 소득을 밝힌 342명이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얻는 평균 소득은 한 달 157만 4,457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소득으로, 여느 장르의 창작자 소득 분포와 마찬가지로 소득을 평준화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크리에이터의 경력부터 콘텐츠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소득 수준과 소득 유형이 다양하며, 직장인처럼 월마다 동일한 소득이 꾸준히 유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작가, 예술가와 같이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창작집단에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하다. 특히 스타 효과가 커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한 것도 유사하다. 정치경제학자 리처드 케이브스(Richard Caves)가 그의 저서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에서 문화예술상품의 특성 중 하나로 언급했던 ‘Nobody Knows’4)가 개인 미디어 콘텐츠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 위해 필요한 것

이와 같이 산업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안전망을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기획과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직업적인 안정성도 뒤따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환경이 갖추어져야 선망하는 직업에서 실질적인 현실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중

그러나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이 성장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다른 표현으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크리에이터가 직접 관여하는 단계로 기획 단계가 93.8%, 제작 단계가 94.2%, 운영 단계가 95.1%로 사실상 대다수의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미디어 콘텐츠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와는 달리 제작비가 저렴하고 누구나 플랫폼에 손쉽게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실제로 실태조사에서도 온전히 혼자서 콘텐츠 기획과 창작·제작을 한다는 답변이 65.6%로 가장 많았으며, 응답자의 87.3%가 50만 원 미만의 제작비를 소요한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 크리에이터로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시장의 환경이 중요하다. 실태조사 응답자의 36.7%가 주 1회 업로드, 20.7%가 주 2~3회 주기로 업로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위해 기획부터 제작, 채널 운영까지 한다고 했을 때 상당한 시간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숏폼 콘텐츠의 특성상 아이템 발굴을 위한 기획, 채널 분석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채널 운영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콘텐츠 기획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중

실태조사에서도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해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 1순위로 ‘콘텐츠 기획’(47.5%)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현행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은 대부분 입문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경향이 있다. 개인 미디어 콘텐츠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진입 시기에 있는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재교육’의 개념에서 이들을 위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다운 대우 필요해

“그래서 언제 취업할 건데?” 이번 실태조사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지도 높은(구독자 22만 3,000명 보유) 크리에이터가 부모님에게 아직도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은 진지하게 유튜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수익도 제법 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유튜버 역시 자신의 직업을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취미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설명이 힘들어 얼마 전부터 파트타임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사무소 직원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장래 희망으로 꼽을 만큼 직업의 영역에 들어섰고,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번듯한 직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콘텐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로움에 열려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것은 보통 익숙하지 않아 수용하는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성숙하면 익숙한 것이 된다. 개인미디어 콘텐츠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직은 시장 태동기로, 이제야 산업화의 구성 요소를 갖추기 시작하고 있지만 여타의 콘텐츠산업이 그렇듯 창작 역량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기초 체력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이들을 위한 든든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소개

  • 김숙
  • (주)컬쳐미디어랩 대표이사이자 언론학 박사. 주요 관심 분야는 미디어 및 콘텐츠 분야의 산업과 정책이며, 최근에는 콘텐츠 IP 분야에 관심이 높다. 그밖에 『모바일과 여성』(커뮤니케이션북스), 『뉴미디어 뉴커뮤니케이션』(이화출판사), 『영상콘텐츠 경제경영론』(나남)에 공저자로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