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강한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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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13.02.26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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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시작한 북디자인의 매력에 빠지다
▲ 북디자인의 매력에 빠져 장르문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사회과학, 에세이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진범 북디자이너
그러다 그는 문학동네에서 일하던 선배로부터 면접을 보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입사한 뒤, 2003년부터 2009년 말까지 다양한 분야의 북디자인을 접할 수 있었다. “북디자이너는 책의 표지는 물론 본문까지 책과 관계된 모든 것들을 알아야 합니다. 본문이라고 하면 어떤 행간에 어떤 서체로 어떻게 구성해야 독자가 쉽고 편하게 내용을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 종이는 어떤 것으로 쓸 것이고 단도(흑백) 혹은 4도(컬러)일 경우에는 또 다르죠. 특히 4도에서는 어떤 색을 써야 선택한 종이에 잘 인쇄가 될 것인지, 스포티한 꾸밀 것인지 엔틱한 느낌을 줄 것인지, 그리고 활자와 행간, 여백 등 책을 아우르는 다양한 요소들을 두루두루 살펴봐야 합니다.”
문학동네는 문학 외에도 인문, 경제/경영, 사회과학, 어학 등 온갖 종류의 책들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북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문학동네처럼 많은 종류의 책을 다루는 곳에서는 일이 없어서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하지만 책을 디자인하는 발상이나 다양한 종류의 책을 디자인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아요. 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죠.”
회사를 다니던 시절부터 그는 주로 문학을 비롯해 인문 관련 분야의 북디자인 작업을 담당했다. “경력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라고 해도 1년에 30~40권 정도는 만들었고 팀장급이라면 70여권의 책을 만들 만큼 일하는 양이 많았어요. 북디자인의 스킬 높이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기 보다는 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짧은 시간에도 실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텍스트를 어떻게 써야 하고 자간이나 행간, 여백 등은 또 어떻게 해야 좋아 보이는 북디자인이 되는지 잘 몰랐죠.”
▲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강한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는 박진범 북디자이너의 작품들
여럿이 같이 어우러져 배우고 익히던 출판사를 벗어나니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아졌다.
디자이너의 특성상 함께 일하더라도 독립적인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스무 명이 넘어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한 디자인이나 스타일로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에게는 자기만의 스타일이란 것이 있어요. 그것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동료들이 많아도 북디자이너들은 혼자서 작업하는 일이 많아요. 신입일 때는 회사에서 작업한 데이터 CD를 많이 봤고, 선배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눈여겨보면서 폰트는 어떻게 쓰고 어떤 행간에 어떤 크기로 작업하면 좋을지 감을 잡았죠.”
박진범 북디자이너는 출판사에서는 생산성을 고려하다 보니 빨리 출간해야 하는 책일 경우에는 표지와 본문을 나눠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표지와 본문 내용을 통으로 맡아서 진행하면 좋겠지만 혼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려 본문 작업 보다는 표지 작업에 더 무게를 두게 됐어요. 물론 중요한 본문 작업일 경우에는 어떤 포맷으로 하면 좋을지 시안을 짜서 보내기도 하죠.”
▲ 표지가 타이포로 되어 있든, 일러스트나 사진으로 꾸며져 있든 간에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면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박진범 북디자이너의 서재 모습
전에는 디자인을 마친 원고는 필름을 뽑고 교정을 봐서 다시 필름을 뽑아 이상이 없으면 인쇄를 넘기는 작업으로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PDF가 대세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CTP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디자인 작업을 마친 원고 파일은 PDF로 받아서 컬러와 텍스트를 확인하고 보냅니다. 출판사에 다닐 때는 두세 시간 넘게 걸리는 인쇄 감리도 많이 다녔지만 지금은 매시간 마감에 쫓기듯 작업하다 보니 그렇게 하진 못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어떤 스타일의 표지를 좋아하는지 물었더니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물론 저도 좋아하는 표지나 마음에 드는 스타일은 있어요. 하지만 시기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특히 장르문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제 경우에는 표지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예전에 장르문학의 표지는 미스터리하고 비밀스러운 컷들이 많이 쓰였지만 요즘은 강한 이미지들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누군가 책을 보면 제가 작업한 것이라고 알면 좋겠지만 북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표지가 타이포로 되어 있든, 일러스트나 사진으로 꾸며져 있든 간에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면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디자이너로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도 매번 디자인 시안이 잘 나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꽉 막혀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냥 손을 놓고 명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디자인 시안 작업은 많이 할 때는 6개~10개 정도 잡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출판사에는 2~3가지만 보냅니다. 많이 했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거든요. 되도록 2~3일 전에는 시안작업을 마감하고 나서 다시 보는 편이지만 다시 봐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어요. 다시 할 만한 시간이 없다면 출판사에서 원하는 분위기와 제가 원하는 분위기의 시안을 잡아서 보내기도 합니다.”
▲ 책 본연의 모습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박진범 북디자이너의 작품들
북디자인은 작가적인 일이라기보다는 상업적인 일에 가깝다. 따라서 그는 디자인에 큰 지장이 없다면 되도록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서 디자인을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지에서 핵심적인 디자인 작업을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저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계속 바꿔달라고 하면 차라리 디자인 작업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제 스타일이 아닌 방식을 요구하면 해드리기 힘들죠.”
▲ 북디자인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는 박진범 북디자이너는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공중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디자인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힘든 시절을 거쳐야 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넘어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북디자인이 넘쳐나고 있지만 책을 만들고 표현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개인적으로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했건 안했건 간에 북디자인을 해보고자 한다면 끝까지 열정을 갖고 달려들어야 합니다.”
북디자인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는 박진범 북디자이너는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공중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디자인 작업은 제가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은 책들을 주로 고르는 편인데요. 요즘에는 세계문학상을 받은 소설 몇 권과 자기계발서 등 9권 정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스무 권 이상의 문학전집이나 시리즈 형태의 북디자인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현장에서 열심히 북디자인을 할 생각입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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