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2024년 한 해 동안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인력 감축이 이어졌다. 게임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 증가로 비디오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자 이에 맞춰 인력을 크게 늘렸었다. 그러나 엔데믹 시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둔화되자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24년 상반기에만 2023년 연간 해고자 수인 1만 500명을 초과하는 1만 800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2024년 11월 말까지 최소 1만 4,000명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규모 해고가 이루어진 와중에도 신규 채용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는 게임 개발사가 단기적인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을 위해 대량 해고를 단행하면서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인재를 유지하거나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게임업계의 채용 트렌드는 슬림화와 전문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게임산업은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통적인 분야 외에도 AI, 메타버스, 클라우드와 같은 최신 기술을 제작 및 서비스에 접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부문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한, 창의성과 신속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게임업계의 특성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선함을 더할 수 있는 신규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점은 해고 증가 추세 속에서도 특정 부문에서는 채용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대규모 구조 조정 이후 남은 인력에게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업무와 다양한 직무 역량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신규 인력의 보강이 필수적이다. 즉, 올해 전세계의 게임업계에서 대량 해고라는 칼바람이 몰아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내재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채용도 병행되었으며, 향후에도 보다 전략적인 계획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크래프트(Starcraft)>, <디아블로(Diablo)>, <워크래프트(Warcraft)> 시리즈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상시 채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블리자드의 인적 자원 관리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채용 분야를 세분화하고 각 분야별 요구 기술을 상세히 기술한 점이다.
예를 들어, 블리자드는 게이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티 및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별도 채용 카테고리로 구분했다. 또한,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서 현지화 및 고객 만족 서비스 파트도 독립적인 채용 분야로 나누어 운영 중이다. 이는 다수의 게임 제작사가 게이머 커뮤니티 관리, 마케팅, 고객 대응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블리자드는 채용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직무의 R&R(Roles & Responsi-bilities)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테크놀로지 분야 채용 시 C++ 및 파이썬과 같은 특정 기술 요구 사항을 명확히 밝혀 전문성이 높은 인재의 지원을 유도한다.
EA스포츠
또한, EA는 업무 R&R을 정의할 때 프로젝트 관리와 협업 능력을 핵심 스킬로 삼으며 채용 과정에서도 이를 강조한다. 특히 프로듀서 직군 채용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EA의 주력 게임이 단순히 개발과 출시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시 이후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EA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기획-개발-운영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인적 자원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EA의 R&R은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이하 SIE)의 직무 구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을 엄격히 분리하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타 게임 개발사와 달리, SIE는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콘솔을 보유하고 있어 콘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인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팀을 운영 중이다. SIE는 하드웨어 개발팀이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팀(퍼스트 파티)의 요구나 주장에 치우칠 경우,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세컨드 및 서드 파티)를 아우르는 고성능 콘솔 개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SIE는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의 몰입감과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UI/UX 디자인 팀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팀이 물리적인 측면에서 콘솔 개발을 담당한다면, UI/UX 디자인 팀은 소프트웨어 관점에서의 콘솔 사용자 경험을 책임진다. 특히, 많은 게임 개발사가 UI/UX를 단순히 디자인팀의 하위 업무로 간주하는 것과 달리, SIE는 UI/UX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중요한 직무로 보고 있다. 이는 SIE가 UI/UX를 사용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의 <드래곤 퀘스트 III 리메이크(Dragon Quest III Remake)>가 지나치게 작은 글자 폰트로 인해 사용자 이탈이 발생한 사례는 SIE가 강조하는 UI/UX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의 장르, 시스템, 배경, 캐릭터, 플레이 방식을 포함한 전반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에는 한 명의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역할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로 잘 알려진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디자이너 직군을 시스템 디자이너, 내러티브 디자이너 등으로 나누어 각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스템 디자이너는 게임 밸런스 매커니즘을 설계하여 게이머의 만족도를 높이고 유저 이탈을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제작한 유비소프트는 레벨 디자이너와 인카운터 디자이너를 구분해 배경 구조와 전투 매커니즘 설계를 각각 담당하도록 하여 전문성을 높였다.
게임업계에서 개발자는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는 프로그래머를 지칭한다. 게임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개발자 직군에서도 전문 분야에 따른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EA는 개발자의 역할을 AI 프로그래머, 그래픽스 프로그래머 등으로 나누었다. AI 프로그래머는 NPC(Non-Player Character)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구현하여 EA의 대표 장르인 스포츠 게임에서 게이머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편, 블리자드는 엔진 프로그래머와 툴 프로그래머를 별도로 두어 개발 효율성과 게임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
UX(User Experience)는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만족도로, 사용자 이탈률과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다. 게임의 디자인, UI, 난이도, 밸런스 등 다양한 요소가 UX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게임 제작사들은 UX 리서처 직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기본적으로 게이머의 피드백을 받는 리서처 외에 사용성 테스트를 수행하는 리서처를 별도로 두어 게이머의 UI 경험을 분석하고 사용자 이탈률을 낮추는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는 장기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리서처를 통해 플레이 데이터와 피드백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 디자인 전략에 반영한다. 이러한 세분화는 사용자 경험 분석의 전문성을 높이고, 플레이어 유지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치팅(cheating) 방지는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필수 요소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배틀필드> 등 여러 FPS(1인칭 슈터) 게임이 출시 직후 치팅 프로그램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제작사가 치팅 방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해지며 사용자 이탈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보안 분석가를 통해 안티 치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최신 게임 보안 프로토콜을 유지하여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09년 출시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오랜 기간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프로 리그도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한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 코퍼레이션은 보안 엔지니어를 통해 백엔드 방화벽 구축 및 침투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러한 치팅 방지와 보안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고용 사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종종 논란이 되는 국내 업체가 참고할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의 수준이 곧 자산이자 경쟁력인 게임업계에서 모든 게임 개발사는 뛰어난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 대형 게임 개발사에 비해 자본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수 있다
각 게임 개발 단계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경험을 채용 공고 전에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 엔진 관련 인력을 채용할 경우, 유니티(Unity) 또는 언리얼(Unreal) 엔진에 대한 숙련도 수준을 사전에 결정한다. 또한, 팀 협업 능력과 같은 요소를 추가하여 채용 공고에 반영할 수 있다. 필요 직무 기술과 경험을 정의할 때는 링크드인(LinkedIn) 등 채용 데이터 플랫폼을 참고하여 업계 표준에 맞는 역량 지표를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채용 공고에서 단순히 ‘신입/경력’과 같은 모호한 조건을 제시하기보다는 ‘유니티 엔진 기반 MMORPG 게임 개발 경력 2년 이상’ 등 구체적인 필요 경험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입할 수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채용 플랫폼(사람인, 잡코리아 등) 외에도 게임 개발자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부트캠프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산학 협력을 통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채용 공고에 지원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하이어뷰(HireVue)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키워드 필터링을 넘어 지원자의 기술과 경력을 점수화하여 분석하는 AI 툴은 채용 프로세스에 소모되는 시간과 자원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채용 과정을 통해 확보한 인재가 실무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도록 온보딩(On-Boarding)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가 조직 내 개발 툴과 프로세스를 신속히 숙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온보딩 플랜에는 기술적 교육뿐만 아니라 멘토와의 정기적인 피드백 세션도 포함되어야 한다. 공고와 면접뿐만 아니라 초기 직무 교육까지 채용 과정의 일환으로 간주해야 하며, 온보딩 플랜은 성공적인 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의 마지막 단계로 반드시 필요하다.
인재 채용 시에는 기업이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인력을 선별하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점검할 수 있다.
채용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직무 능력이나 경험이 아니라, 현행법에 적합한 근무 조건이다. 예를 들어, 필요한 업무량이 법정 근로시간 내에 소화되기 어렵다면, 추가 인원을 채용하여 법적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 또한, 채용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면밀한 법률 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인재가 지원하게 되어 회사의 장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보상은 연봉 등 금전적인 요소뿐 아니라, 유연 근무제, 수평적 조직 문화 등 비금전적인 요소도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보상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채용 플랫폼을 통해서만 인재를 구하면, 매번 채용 공고 시 인재풀의 능력과 적합성을 새롭게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이나 전문 게임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인성을 가진 잠재적인 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직무 적합성뿐 아니라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정규 채용 과정에서 여러 필터링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회사에 적합하지 않은 인재가 선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프로젝트 계약을 활용하여 지원자의 실제 능력을 실무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이를 통해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
능력 있고 조직에 적합한 인재 채용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은 인적 자원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채용 가이드라인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적용하여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