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세계 최대 가전 및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는 올해 역대급 규모로 개최되었다. CES 2024는 IT, 통신, 모빌리티, 유통,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등 총 25개의 기술 범주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올해에는 특히 인공지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4,100개 사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중 한국 기업 수는 772개 사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스타트업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전 세계 1,200여 개사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이 512개 사로 전체 스타트업 기업 수의 42%를 차지했다.
최근 3개년 연도별 CES 한국 기업 참가 현황 출처 : 아시아경제 CES 2024 주요 테마 출처 : PwC몰입형 기술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로, LG와 삼성전자, 에이서(Acer) 등의 기업에서 새로운 게이밍 모니터 기술을 공개했다. LG가 공개한 울트라기어(UltraGear) OLED 게이밍 모니터(32GS95UE)는 게이밍 및 이스포츠 부문에서 부문 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에 수여되는 상인 혁신상(Honoree)을 수상했다.
혁신상을 수상한 LG의 모니터는 UHD 240Hz와 FHD 480Hz 주사율을 지원하고 0.03ms의 빠른 GtG 응답 시간, 자사 고유의 3세대 OLED 기술인 ‘META’를 적용하여 생생한 색상을 구현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에이서의 경우, 안경 없이 3D를 구현하는 기술인 스페이셜랩스(SpatialLab) 기술을 자사의 에스파이어(Aspire) 랩톱 제품 및 프레데터 (Predator) 모니터에 적용한 스페이셜랩스 에디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컴퓨터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 부문에서 케이블 없이 스크린을 연결하는 기술인 더 링크(The Link)로 최고의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했으며, 게이밍 및 e스포츠 분야에서는 2D/3D 게이밍 모니터로 최고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한편, 엔비디아(Nvidia)는 새로운 GPU 시리즈인 지포스 알티엑스 40 슈퍼(GeForce RTX 40 SUPER)를 공개했다. 그중 알티엑스 4080 슈퍼(RTX 4080 SUPER) 제품은 4K 완전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통해 가상 현실에 더욱 현실감을 부여하여 몰입감을 높일 전망이다.
CES 2024 주요 출품작 출처 : ACER, LG, Samsung, Nvidia소니(Sony)는 ‘기술을 통해 창의력을 강화하다’를 주제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콘텐츠 제작 기술에서부터 가상 공간 내 팬 인게이지먼트, 감동을 위한 공간 확장에 이르기까지 몰입형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는 다수의 기술을 선보였다.
소니픽처스 VR(Sony Pictures VR)은 몰입형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사 몰입형 기술을 소개했다. 인기 영화 시리즈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의 IP를 활용한 VR 게임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오브 더 고스트 로드(Ghostbusters: Rise Of The Ghost Lord)>를 기반으로, 참가자들이 영상을 통해 몰입형 고스트버스터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사 모션 캡처 센서 ‘모코피(Mocopi)’를 활용하여 <고스트버스터즈>의 캐릭터 ‘미니퍼프트(Mini-Puft)’의 움직임을 보여준 후, 촉각 기술을 활용하여 바닥이 끈적끈적한 마시멜로로 덮인 듯한 느낌을 주며 시연을 마무리했다.
또한 소니는 사용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3D 모델을 편집하고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생성 공간을 공개했다. 해당 시스템은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 (Snapdragon XR2+ Gen 2)’ 플랫폼으로 구동되며, 컨트롤러와 헤드셋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3D 작업 전문가를 위한 용도이며, 가상 객체를 물리적 공간에 오버레이 하여 더 넓은 창작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소니는 이전에도 게임과 몰입형 기술을 결합한 공간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시카고에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인 원더버스(Wonderverse)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공간은 45,000제곱피트 규모의 공간으로, <언차티드(Uncharted)>와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 <쥬만지(Jumanji)>, <배드 보이즈(Bad Boys)>, <좀비 랜드(Zombieland)> 등의 IP 게임에 대한 몰입형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했다.
댈러스(Dallas) 기반의 몰입형 기술 기업 마인드 이머시브(Mynd Immersive)는 고령층을 위한 메타버스 공간인 <엘더버스(Elderverse)>를 선보였다. <엘더버스>는 AT&T와 HTC 바이브(HTC VIVE)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로, 자사의 기존 VR 프로그램을 확장한 것이다. 500개 이상의 소외된 고령 인구 커뮤니티에 VR 치료법을 소개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엘더버스는 고령 인구의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운동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 교회 예배에 참석할 수 있으며, 치료 목적의 다양한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고, 담당 간병인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건강 관리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인드 이머시브는 <엘더버스>가 가상 지역사회에서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함으로써 고립감에서 오는 신체적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마인드 이머시브는 올해 2분기에 <엘더버스>를 정식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인드 이머시브의 <엘더버스> 출처 : Mynd Immersive확장현실(Extented Reality; XR) 이용자들에게 촉감을 전달하는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햅틱스(bHaptics)는 2015년 설립된 한국 기업으로, CES 2024에서 게임 내 다양한 충격과 촉감을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햅틱 수트 ‘택트수트 X40(TactSuit X40)’와 ‘택트글로브(TactGlove)’를 공개했다. 택트수트 X40은 전면과 후면에 진동 모터가 탑재되어 몰입감 있는 VR 경험을 위한 햅틱 피드백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VR 슈팅 게임에서는 발사체에 충격을 주거나, 신체의 진동을 주어 상대방의 타격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택트글로브는 택트수트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햅틱 장갑으로, 보다 섬세한 촉각을 느낄 수 있게하여 게임 몰입도를 높여준다.
비햅틱스는 2024년 1분기부터 플레이스테이션 VR(Playstation VR)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 발표했다. 우선 플레이스테이션의 VR 슈팅게임인 <브리처스(Breachers)>에서 택틱수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편, 비햅틱스는 이런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1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택트수트 X40의 주요 사양 출처 : 비햅틱스몰입형 기술들은 게이머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몰입감을 제공하고,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엔데믹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관심이 다소 떨어졌던 메타버스와 VR이 ‘몰입감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주요 하드웨어 개발 기업들은 별도의 장비 없이도 3D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니터와 그래픽카드를 공개했으며, 비햅틱스는 VR 헤드셋에서 나아가 더욱 몰입감 있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소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스토리텔링과 게임 플레이의 경계를 허물어 게이머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엘더버스와 같이 특정 그룹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공개되는 등 게임산업이 다양한 사용자층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XR 기술은 향후 게임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소 게임 개발사를 위한 자원 지원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몰입형 기술은 연구와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기술로, 중소 게임 개발사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내 중소 기술 기업들이 CES 2024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게임산업에서도 몰입형 기술의 발전과 적용을 위해 이러한 지원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든 게이머가 몰입형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의 제한을 없애려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경험을 표준화하여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원활한 전환을 돕는 것이 게임산업이 해결해 나가야 할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