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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다시 주목받는 서사 중심 싱글플레이, 라이브서비스 피로 속 완결된 이야기의 경쟁력

조사/분석: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주요 내용 요약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완결형 서사 패키지가 잇따라 상업적 성과를 냈다.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Clair Obscur: Expedition 33)〉는 누적 800만 장을 판매했고, 애드혹 스튜디오의 〈디스패치(Dispatch)〉는 400만 장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라이브서비스 가운데 일부는 몇 달 만에 서비스를 끝냈다.

바뀐 것은 장르의 인기가 아니라 두 사업모델이 지는 위험의 성격이다. 라이브서비스는 출시 이후에도 콘텐츠와 서버, 커뮤니티 운영에 계속 비용을 넣으면서 일정 규모의 이용자를 붙들어야 한다. 완결형 타이틀은 시나리오와 연출, 성우와 현지화에 비용을 앞당겨 쓰고 판매와 DLC, 영상화로 회수한다. 성공 조건이 동시접속 유지에서 완성도와 평판, 장기 판매로 옮겨 간 셈이다.

완결형 타이틀을 제작한다는 것이 운영비를 절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은 19개 언어로 현지화됐고 그중 11개가 풀더빙이다. 대사량과 분기, 언어 수가 곱해지며 앞당겨 치르는 몫이 커진다. 그럼에도 완결된 이야기를 갖춘 게임은 판매와 팬덤을 함께 얻고 있다. 네오위즈가 〈P의 거짓〉의 성과를 내러티브 IP 전략으로 굳힌 것도 그 흐름 위에서다.

1. 완결형 타이틀의 성과와 이용자의 선택

이야기가 만든 800만 장과 400만 장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2025년 4월 24일 선보인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해마다 한 세대가 지워지는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지워질 차례가 된 사람들이 원정대를 꾸려 떠나고, 본편은 그들이 겪는 상실과 애도를 끝까지 따라가는 구조다. 인물마다 배정된 사연이 진행에 맞춰 풀리고, 전투와 탐험은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장치로 붙었다.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은 나란히 92점을 매겼고 평론가 추천 비율은 98%다. 이용자 점수는 10점 만점에 9.5점으로 2만 6,000건이 넘는 평가에서 유지됐다. 개발사는 2026년 4월 공식 채널로 누적 800만 장 판매를 알렸다. 같은 해 영국영화텔레비전예술아카데미 (BAFTA) 게임상에서 최우수 게임을 포함해 3개 부문,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을 포함해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애드혹 스튜디오의 〈디스패치〉는 슈퍼히어로 팀의 출동을 관제하는 인물을 따라간다. 누구를 어느 사건에 보내느냐가 인물 사이의 관계를 바꾸고, 그 관계가 다음 화의 전개로 이어진다. 2025년 10월 22일부터 여덟 편의 에피소드를 주 단위로 공개해 11월에 완결했다. 드라마처럼 이야기를 끊어 내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메타크리틱 평론 87점에 이용자 점수는 8.8점이다. 2025년 말 300만 장을 넘겼고 2026년 3월 31일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400만 장이 확인됐다. BAFTA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오디오, 조연 연기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세 부문 모두 이야기를 전달하는 쪽에 붙는 상이다. 상시 운영 없이 판매만으로 수백만 장에 이른 경로를 두 작품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보여 준 셈이다.

2025~2026년 완결형 서사 게임의 평론·이용자 점수 (이용자 점수 100점 환산) ⒸOpenCritic, Metacritic
상실을 따라가는 원정대(좌), 관계 선택의 축이 되는 인물들(우) ⒸKepler Interactive, AdHoc Studio

반복 접속에 지쳐 완결형을 고른 이용자

시즌이 바뀌면 새 과제가 열리고, 업데이트를 며칠 건너뛰면 따라잡을 것이 쌓인다. 라이브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플레이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접속하겠다는 약속이다. 언제 끝날지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자리를 비워 두어야 하고, 그 자리는 한 번에 한두 편밖에 내줄 수 없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는 무엇을 계속 붙잡고 무엇을 놓을지 고르게 된다.

와일드라이트 엔터테인먼트의 〈하이가드(Highguard)〉는 누적 200만 명 넘게 플레이했으나 출시 45일 만에 서비스를 끝냈다. 개발사는 지속 가능한 이용자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초기 유입이 커도 남는 이용자가 빠르게 줄면 운영이 성립하지 않는다.

1인 개발로 만든 대화 중심 롤플레잉 〈에소테릭 엡(Esoteric Ebb)〉은 완결까지 40시간이 넘게 걸리고, 〈디스패치〉는 여덟 편으로 마무리된다. 완결형 타이틀은 시작과 끝이 있고, 완료까지 걸리는 분량이 구매 시점에 대략 정해져 있다. 이용자는 자기 속도로 시작해 끝까지 가면 되고, 중간에 놓친 것을 따라잡을 부담도 없다.

개발사 쪽 계산도 달라진다. 출시 이후 운영 인력을 붙들어 두는 대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고, 성패는 유지율이 아니라 완성도와 평판, 그리고 그 평판이 얼마나 오래 판매로 이어지는지로 가려진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출시 1년 뒤에 누적 800만 장을 알린 것이 그런 경우다.

오래 운영되는 대형 라이브서비스는 여전히 견고하고, 반복 플레이에서 재미를 얻는 이용자층도 넓다. 다만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었고, 그 선택지가 2025년과 2026년에 상업적으로도 성립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디스패치〉 에피소드 목록 공개 일정 ⒸAdHoc Studio
〈에소테릭 엡〉 대화 분기 선택 화면 ⒸRaw Fury

2. 서사를 만드는 방식과 그 비용

컷신과 분기, 전투로 갈린 다섯 서사 설계

같은 서사 중심이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치는 갈린다. 컷신과 연출로 들려주는 방식, 선택과 분기로 갈라지는 방식, 공간과 문서로 조립하게 두는 방식, 시스템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방식, 전투 연출 자체를 서사에 통합하는 방식이 각각 다른 제작 부담을 지운다. 어느 쪽을 고르느냐가 인력 구성과 예산 배분, 검수 물량을 함께 결정한다. 컷신에 기대면 시네마틱 제작과 녹음이, 분기에 기대면 대본량과 검수가, 환경과 시스템에 기대면 레벨·규칙 설계가 예산의 중심이 된다.

베토벤 앤 다이너소어의 〈믹스테이프(Mixtape)〉는 컷신과 음악 연출에 무게를 실었다. 청춘의 마지막 밤을 기억으로 엮은 장면 구성은 호평을 받았으나,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좁다는 비판도 함께 붙었다. 오픈크리틱 85점에 이용자 점수는 5.9점으로 다섯 작품 가운데 격차가 가장 크다.

도구봄의 〈블루 프린스(Blue Prince)〉는 컷신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방 배치가 새로 짜이는 저택에서 플레이어가 문서와 공간을 읽어 이야기를 조립한다. 연출 예산 대신 규칙 설계에 무게가 실린 구조로, 평론 92점을 기록하고 2026년 BAFTA 게임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다만 무작위성이 반복 플레이를 고되게 만든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자원을 텍스트에 몰아넣은 쪽은 〈에소테릭 엡〉이다. 대화와 능력 판정, 선택의 결과를 촘촘히 엮었고 개발 과정에 125만 단어 이상이 들어가 최종 게임에는 약 70만 단어가 남았다. 오픈크리틱 88점, 메타크리틱 이용자 점수 8.1점에 스팀 긍정 평가는 95%다.

시스템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쪽은 제작 부담의 성격이 달랐다. 〈디스패치〉가 여기에 해당하고,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전투 연출 자체를 서사에 통합해 또 다른 축을 만들었다. 장면을 미리 찍어 두는 대신 상황이 조합될 경우의 수를 설계하고, 그 조합이 이야기로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이 검수의 중심이 됐다. 컷신 분량이 줄어든 자리에는 이벤트 설계와 밸런싱, 반복 검수가 들어선다.

서사 전달 방식별 대표작과 제작 부담 ⒸOpenCritic, Metacritic
서사 전달 방식 대표작 제작에서 커지는 항목
연출 중심 〈믹스테이프〉 시네마틱 제작, 성우 녹음
환경 중심 〈블루 프린스〉 레벨 디자인, 규칙 설계
분기 중심 〈에소테릭 엡〉 대본량, 분기 검수
시스템 중심 〈디스패치〉 이벤트 설계, 밸런싱
전투 결합 〈클레르 옵스퀴르〉 전투 연출과 서사의 통합

선택이 만든 몰입, IP 확장으로 이어진 구조

선택이 많다고 이야기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관건은 선택이 무엇을 바꾸느냐다. 애드혹 스튜디오는 〈디스패치〉에서 로맨스 상대를 한 명도 고르지 않고 끝낸 이용자가 5% 안팎이라고 밝혔다. 대다수가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골랐고, 같은 이야기를 보고도 저마다 다른 경로를 밟았다.

2026년 3월 10일 기준 스팀에서는 16만 5,000건이 넘는 리뷰 가운데 97%가 긍정이었다. 애드혹이 2026년 1월 1일 공개한 연말 결산에서는 유튜브와 트위치의 관련 영상 시청 시간이 2,300만 시간을 넘겼고, 게임 안에서 7억 2,700만 건의 출동 요청이 처리됐다. 선택으로 만들어진 관계가 이용자를 결말 이후까지 붙들었고, 인물에 대한 몰입이 게임 밖 영상으로 옮겨 간 결과다.

넷플릭스가 2025년 4월 8일 공개한 주간 순위 자료를 보면 캡콤 원작 애니메이션 〈데빌 메이 크라이(Devil May Cry)〉는 공개 첫 주 530만 시청 수로 영어 텔레비전 부문 4위에 올랐고 87개국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시청자가 인물을 먼저 만난 사례다. 넷플릭스는 같은 자료에서 애니메이션 공개 뒤 스팀의 시리즈 판매가 올라갔다고 언급했다.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Tomb Raider: The Legend of Lara Croft)〉은 각색이 아니라 연장에 가깝다. 넷플릭스는 시즌 1이 게임 3부작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고 설명했고 시즌 2를 2025년 12월 11일 공개했다.

인물의 동기와 관계, 세계의 규칙이 각본 형태로 정리돼 있고 컷신과 성우 연기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이런 확장을 받쳐 준다. 서사에 앞당겨 쓴 비용이 다른 매체에서 두 번째 쓰임을 얻는 셈이다.

〈디스패치〉 히어로 배치 관리 화면 ⒸAdHoc Studio
〈데빌 메이 크라이〉 키 비주얼(좌) ⒸCAPCOM,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 시즌 2(우) ⒸNetflix

대사 분기와 지원 언어가 늘리는 제작비

시디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5일 규제 공시에서 〈사이버펑크 2077: 팬텀 리버티〉의 제작 직접비를 약 2억 7,500만 즈워티(약 1,114억 원), 글로벌 마케팅비를 약 9,500만 즈워티(약 385억 원)로 밝혔다. 당시 공개한 초기 수치다.

현지화가 비용을 배수로 늘린다. 시디 프로젝트는 2026년 3월 연차보고서에 〈사이버펑크 2077〉을 19개 언어로 현지화하고 그중 11개를 풀더빙했으며, 〈더 위쳐 3(The Witcher 3)〉는 17개 언어와 9개를 풀더빙했다고 적었다. 시디 프로젝트는 언어 확대가 팬 커뮤니티를 넓혀 판매 잠재력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분기가 늘어나면 검수 비용은 문장 수보다 빠르게 불었다. 성별과 수, 격이 바뀌는 언어에서는 변수를 끼운 문장이 언어마다 다르게 깨지고, 앞선 선택을 참조하는 대사는 경로마다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시디 프로젝트는 현지화 몫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언어 수와 더빙 범위를 밝힌 것만으로도 이 항목이 어느 규모에서 움직이는지는 드러난다.

소규모 팀은 다른 길을 골랐다. 〈에소테릭 엡〉은 1인 개발로 8년을 들였지만 시네마틱과 다국어 더빙 대신 텍스트와 분기에 자원을 몰았다. 〈블루 프린스〉는 컷신을 거의 쓰지 않고 공간 설계로 이야기를 대신했다. 연출 예산을 핵심 장면에만 쓰거나, 애초에 연출을 적게 요구하는 형식을 고르는 방식이다.

결국 서사 제작은 비용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어디에 먼저 쓸지 고르는 일이다. 라이브서비스가 출시 뒤 콘텐츠와 유지에 투자한다면, 완결형 타이틀은 출시 전 집필과 연출, 현지화에 자원을 몰아넣고 장기 판매와 DLC로 되받는다.

〈사이버펑크 2077〉 공식 현지화 지원 목록 ⒸCD PROJEKT
서사 게임의 현지화와 텍스트 규모 ⒸCD PROJEKT, Steam 개발자 공지
작품 지원 언어 풀더빙 언어 공개된 제작 규모
〈사이버펑크 2077〉 19개 11개 확장팩 제작 직접비 2억 7,500만 즈워티
〈더 위쳐 3〉 17개 9개 미공개
〈에소테릭 엡〉 영어 기준 없음 최종 텍스트 약 70만 단어, 개발 8년

3. 한국 개발사의 대응과 내러티브 IP 전략

네오위즈가 내러티브 IP를 전략으로 채택한 과정

네오위즈는 2025년 6월 20일 〈P의 거짓〉 본편과 확장팩 〈P의 거짓: 서곡〉을 합친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300만 장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15일 보도자료에서는 판매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국 개발사가 프리미엄 싱글플레이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글로벌 판매가 가능한 자산으로 세운 사례다. 2023년 본편의 흥행이 한 해로 끝나지 않고 확장팩과 후속 계획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앞선 국내 콘솔 도전과 결이 다르다.

더 큰 변화는 개별 흥행작이 네오위즈의 중장기 방침으로 올라섰다는 데 있다. 네오위즈는 2025년 2분기 투자자 설명자료에서 중장기 방향을 내러티브 중심 게임의 자체개발과 소싱을 통한 IP 확보로 명시하고, 팬 기반에서 이야기와 세계관, 시리즈화,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제시했다. 네오위즈가 폴란드 개발사 자카자네의 서부 느와르 턴제 롤플레잉과 울프아이 스튜디오의 내러티브 이머시브 심을 같은 자료에서 소싱 라인업으로 소개한 것도 이 방침의 연장선이다.

확장팩이 본편 판매를 다시 끌어올린 경로

확장팩이 본편을 다시 끌어올린 경로도 같은 자료에 담겼다. 서곡의 이야기와 보스전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본편에 새 이용자가 들어오고, 기존 이용자가 확장팩으로 넘어가면서 본편 판매가 다시 늘었다는 것이다. 서곡은 2025년 11월 21일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확장팩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5년 2분기 PC·콘솔 매출은 57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3% 늘었는데, 네오위즈는 서곡과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신규 확장팩을 함께 요인으로 들었다.

〈P의 거짓〉 한 편이 한국 게임산업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별 흥행을 중장기 전략으로 옮겨 놓은 사례가 생겼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신호다. 반복 접속에 지친 이용자가 늘어난 자리에서, 완결형 타이틀은 판매와 팬덤을 동시에 확보하는 선택지가 됐다. 한국 개발사가 참여할 자리도 그 흐름 안에 있다.

확장팩에서 호평받은 ‘마르키오나’ 보스전 Ⓒ네오위즈
〈P의 거짓〉 본편 플레이 화면 Ⓒ네오위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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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네오위즈, 「P의 거짓 해외 판매 비중」, 2025.10.15, https://www.neowiz.com/kr/media/press-release-detail/3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