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 기고01 · 글로벌 이슈 포커스 칼럼 1
스팀 플랫폼에서의 마케팅 생존법
신작이 쏟아지는 스팀에서 플레이어를 찾아가는 방법
글 이정엽(순천향대학교 교수, BIC 심사위원장)
2026년 1~10월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2만 2,985편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올해 출시작의 55.1%는 리뷰가 10개에 못 미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노출되지 못하는 발견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필자는 스팀 그린라이트와 스팀 다이렉트, AI 도구로 이어진 출시 급증의 흐름을 짚고, 레딧 영상과 게임쇼 시연, 스팀 넥스트 페스트, 디스코드 커뮤니티를 잇는 출시 전후의 마케팅 과정을 국내외 사례로 소개한다. 출시 이후까지 관심을 이어 가도록 돕는 퍼블리셔의 역할도 강조한다.
12만 편 넘게 쏟아지는 스팀의 발견성 문제
게임 플랫폼 가운데 스팀(Steam)은 PC 게임 시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플랫폼이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은 PC 게임 다운로드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10만 종이 넘는 게임을 보유한 독과점에 가까운 플랫폼이다. 2026년 현재 스팀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억 명에 가깝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스팀은 수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사실상 유일한 플랫폼처럼 여겨진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외 인디게임 페스티벌의 3분의 1 정도를 모바일 게임이 차지했다. 그러나 마케팅과 광고에 의존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단가가 계속 오르고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이 떨어지자, 개발자들은 마케팅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스팀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록키(Rokky)가 인터뷰한 게임 스튜디오 306곳 가운데 88%가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스팀에서 올린다고 응답한 데서도 스팀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 항목 | 출시작 |
|---|---|
| 2012 | 303 |
| 2013 | 436 |
| 2014 | 1,712 |
| 2015 | 2,820 |
| 2016 | 4,646 |
| 2017 | 6,925 |
| 2018 | 8,863 |
| 2019 | 8,056 |
| 2020 | 9,631 |
| 2021 | 11,210 |
| 2022 | 12,232 |
| 2023 | 14,016 |
| 2024 | 18,430 |
| 2025 | 21,222 |
| 2026 | 22,985 |
* 2026년은 10월까지 집계, 2011년 이전은 연 300편 미만
ⒸSteamDB
그러나 최근 스팀은 몇 년 전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겪었던 현상을 그대로 겪고 있다. 신작이 너무 많아 출시 초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발견성(discoverability) 또는 가시성(visibility) 문제다. 2026년 1월부터 10월 현재까지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2만 2,985편으로, 이미 지난해 출시작 수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프로필 관련 기능이 제한된 리미티드 게임(limited games)임을 감안하면 주목받지 못한 게임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짐작할 수 있다. 2026년 출시작의 55.1%가 리뷰 10개 미만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노출되지 못하는 가시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모바일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팀에 해마다 2만 편 이상, 2026년 3분기 기준 매달 2,000편 이상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스팀의 출시작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역사적으로 세 차례 정도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12년 시작된 스팀 그린라이트(Steam Greenlight) 제도다. 그린라이트는 스팀 이용자에게 출시 예정 게임의 영상과 스크린숏을 보여 준 뒤 출시되면 살 의향이 있는지 물어, 높은 득표를 얻은 게임을 출시하는 제도였다. 이를 기점으로 AAA 게임의 서드파티 플랫폼이던 스팀에서 인디게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 초록 점선은 스팀 그린라이트(2012년), 빨간 점선은 스팀 다이렉트(2017년) 도입 시점
이후 2017년 6월 스팀은 인디게임 출시 정책을 스팀 다이렉트(Steam Direct)로 바꿨다. 이용자 투표로 거르던 1차 검증을 없애고, 일정한 검수를 통과한 게임은 모두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린라이트 제도와 상용 게임 엔진 무료화로 유입되기 시작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스팀 다이렉트 덕분에 꾸준히 게임을 내놓았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달 1,000편 안팎의 게임이 스팀에 출시되었다. 이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것은 AI였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LLM을 비롯한 다양한 2D, 3D 도구로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전반에서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월 3,000편에 가까운 게임이 스팀에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2출시 전에 플레이어를 만나는 방법
이처럼 모바일 게임에 이어 스팀에서도 발견성과 가시성 문제가 커지면서, 개발사는 게임을 완성하는 일뿐 아니라 잠재적인 플레이어를 찾아가는 일까지 개발 과정에 포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스팀에 게임을 등록하면 전 세계에 판매할 수는 있지만, 전 세계 플레이어가 그 게임의 존재를 알아서 찾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출시 전부터 게임을 알리고,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 플레이할 기회를 주며, 그 관심이 출시 때까지 이어지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의 게임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게임의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활용한 도시 건설 게임 〈레이사라: 서밋 킹덤(Laysara: Summit Kingdom)〉이 좋은 사례다. 이 게임의 개발자는 2021년 레딧의 게임 커뮤니티에 약 30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 게시물은 약 320만 회 조회되었고, 게임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1만 1,000건 이상의 위시리스트를 확보했다. 고산 지대에 도시를 건설하는 이 게임의 설계는 플레이어에게 익숙한 도시 건설 장르와 무엇이 다른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 주었다. 개발 과정의 수고를 설명하기보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며 즐길 수 있는지 보여 주는 편이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짧은 영상으로 얻은 관심이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관심을 실제 플레이 경험으로 바꾸려면 데모와 시연이 필요하다. 국내 개발사 원더포션의 〈산나비〉는 이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산나비〉는 2021년 플레이 테스트를 시작으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게임스컴의 인디 아레나 부스,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 다양한 게임쇼에서 게임을 선보였다. 개발자가 직접 발로 뛰며 B2C 행사에서 플레이어를 만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중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행사는 넥스트 페스트였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흔히 넥스트 페스트에서 플레이어가 데모를 많이 플레이하고 위시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2026년 10월 27일 BIC와 스팀이 함께 연 오프라인 행사에서 스팀 운영사 밸브(Valve) 마케팅 팀의 톰 지아르디노(Tom Giardino)는 위시리스트를 늘리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행사 첫 이틀 동안 참가한 모든 게임을 무작위로 노출한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면 플레이어가 데모를 플레이한 시간을 바탕으로 가중치를 매겨 추천(피처드) 노출 비율을 조정한다. 그래서 그는 플레이어가 데모를 플레이한 시간 자체가 중요하며, 개발자는 이를 이후의 실질적인 마케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디게임 개발자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단순히 데모 파일을 업데이트하는 행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시연에서 드러난 불편을 고치고, 이용자가 어떤 장면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시리스트는 이처럼 서로 다른 홍보 활동으로 형성된 관심을 모아 두는 장치다. 등록 건수를 늘리는 일과 함께 플레이어가 무엇을 기대하며 등록했는지를 파악해야 출시 이후의 반응도 예상할 수 있다.
3출시 이후까지 관심을 이어 가는 커뮤니티
게임쇼가 끝난 뒤에는 플레이어의 관심을 꾸준히 붙잡아 둘 공간이 필요하다. 이때 디스코드(Discord)는 공지 사항을 전달하는 게시판을 넘어 플레이어가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다. Team42가 개발 중인 〈슬라임의 세계〉는 2026년 8월 스팀 데모를 공개한 뒤 위시리스트 3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이용자들이 디스코드 등에서 공략을 공유하고 전용 도구를 만드는 활동도 이어졌다. 데모를 체험한 플레이어가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이용자의 플레이를 돕는 참여자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유튜브 채널 「중년게이머 김실장」에 출연한 퍼블리셔 레드브릭하우스의 김혁진, 홍지철 대표 역시 디스코드와 레딧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발견의 과정은 출시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산나비〉는 정식 출시 이후 이야기와 결말에 대한 반응이 유튜브 등의 게임 방송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이용자에게 알려졌다. 출시 전에는 플랫포머 액션과 스팀펑크가 결합된 독특한 배경이 관심을 끌었다면, 출시 후에는 플레이어가 경험한 감정과 스트리머의 반응이 또 다른 발견의 계기가 되었다.
결국 레딧, 디스코드, 인디게임 페스티벌과 넥스트 페스트는 각각 독립된 홍보 수단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 접점이다. 이러한 마케팅 채널을 통해 입소문이 계속 퍼져야 게임에 대한 관심을 이어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퍼블리셔의 역할도 중요하다. 퍼블리셔는 현지화와 스팀 등록 절차를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합한 행사와 방송 제작자를 찾고 이용자 반응을 분석하며, 출시 이후까지 게임이 관심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참고문헌
- Financial Times, "Valve conquered PC gaming. What comes next?", 2025.07.04, https://www.ft.com/content/f4a13716-838a-43da-853b-7c31ac17192c
- GameDiscoverCo, "What do Steam fans really think about AI in games?", 2026.07.07, https://newsletter.gamediscover.co/p/what-do-steam-fans-really-think-about
- How To Market A Game, "How a two-person team earned 11,000 wishlists with one Reddit post", 2022.01.10, https://howtomarketagame.com/2022/01/10/how-a-two-person-team-earned-11000-wishlists-with-one-reddit-post/
- Rokky, "The State of PC Game Distribution", 2025, p. 4, https://cdn.rokky.com/products-content/docs/TheStateofPCGameDistribution_rokky_com.pdf
- Steam, "Laysara: Summit Kingdom",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823950/Laysara_Summit_Kingdom/
- Steam, "산나비",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562700/
- Steam, "슬라임의 세계",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671450/
- SteamDB, "Steam Game Releases", https://steamdb.info/stats/releases/
- YouTube 「중년게이머 김실장」, https://www.youtube.com/watch?v=o4cKzkATf70&t=4381s
- 인벤, 「슬라임의 세계,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가」, 2026.10.20,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22311
- 지디넷코리아, 「[강한결의 인디픽] 원더포션 "산나비로 과분한 사랑…믿음주는 개발사 될 것"」, 2024.03.07, https://zdnet.co.kr/view/?no=202403071044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