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03 ·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⑤해외 전문가 인터뷰
인디 개발사의 퍼블리싱, 자체 개발보다 더 벌었다
〈드워프 포트리스〉 퍼블리셔 킷폭스 게임즈가 말하는 인디가 인디를 키우는 조건
인터뷰 타냐 X. 쇼트, 신 란 리우(킷폭스 게임즈) | 번역 및 정리 한국콘텐츠진흥원 편집팀
〈어몽 어스(Among Us)〉 개발사 이너슬로스(Innersloth)는 2024년 투자 조직 아웃슬로스(Outersloth)를 세워 2026년 3월까지 게임 24편에 1,900만 달러(약 254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같은 달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매출을 절반씩 나누고, 회수한 뒤에는 개발사가 85%를 가져간다. 히트작으로 번 돈을 다른 인디 게임에 다시 투자하는 개발사가 늘고 있다.
캐나다의 킷폭스 게임즈(Kitfox Games)는 2013년 설립 후 게임 13편을 낸 개발사이자 〈드워프 포트리스(Dwarf Fortress)〉, 〈케이브스 오브 쿼드(Caves of Qud)〉의 퍼블리셔다. 두 공동 창업자는 지금까지 퍼블리싱으로 번 돈이 자체 개발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퍼블리싱은 시뮬레이션 샌드박스 장르에 집중해 한 해 1~2편만 맡는다.
성공한 스튜디오가 대형 퍼블리셔에 인수되는 일이 많은 한국에서 이런 재투자가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자, 쇼트 대표는 첫 게임부터 수익을 다음 게임에 다시 넣는 재무 계획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퍼블리싱을 시작한 이유와 게임을 고르는 기준
Q 히트작을 낸 뒤 차기작 대신 다른 인디 게임의 투자와 퍼블리싱에 나선 이유는?
쇼트 퍼블리싱은 히트작이 나오기 전부터 했다. 처음에는 개발비를 대지 않고, 이미 갖춘 인력과 인프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만 제공했다. 투자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자체 게임을 내지 않는 몇 년 동안에도 킷폭스라는 이름이 계속 알려지는 효과가 있었고, 결국 회사의 가장 큰 성공도 퍼블리싱에서 나왔다. 〈드워프 포트리스〉와 〈케이브스 오브 쿼드〉다.
리우 우리 스튜디오는 게임 만드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지금도 중심은 자체 IP 개발이다. 시간의 80% 정도를 자체 게임에 쓰고, 남는 여력으로 퍼블리싱을 지원한다. 처음부터 퍼블리셔가 되려고 계획하지는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규모가 작은 게임부터 퍼블리싱을 시작해 경험을 쌓은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
Q 투자하거나 퍼블리싱할 게임과 팀은 어떻게 고르나?
쇼트 나는 원래 퍼블리셔를 매우 불신했다. 첫 직장이 큰 회사였는데, 그곳에서는 퍼블리셔가 개발사의 성과에 기대 수익만 가져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우리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해 온 내가 남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절차적 생성 요소가 있는 게임만, 그것도 우리 직원이나 친구가 만든 게임만 맡았다. 서로 믿을 수 있고, 우리가 받는 몫만큼 일하지 못하면 솔직하게 말해 줄 사람들이었다. 퍼블리싱에서 큰 성공을 거둔 두 작품이 모두 시뮬레이션 샌드박스였기 때문에 이제는 이 장르만 맡는다. 〈드워프 포트리스〉, 〈케이브스 오브 쿼드〉와 매력이 비슷하고 이용자층이 겹치는 게임만 검토한다.
리우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다. 퍼블리싱은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라, 서로 잘 맞고 상대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퍼블리싱 전체를 핵심 인력 세 명이 맡고 있어 파트너와 정말 자주 만난다.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2지원 방식과 수익 배분
| 항목 | 킷폭스 게임즈 | 아웃슬로스(이너슬로스) |
|---|---|---|
| 개발비 | 최대 10만 달러 | 2024년 이후 24편에 1,900만 달러 이상 |
| 투자금 회수 전 퍼블리셔 몫 | 80% | 50% |
| 투자금 회수 후 퍼블리셔 몫 | 20% | 15% |
| 주요 지원 |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 현지화 등 선택형 서비스 | 개발비(계약 기간 출시 후 7년) |
| 출시 규모 | 한 해 1~2편, 퍼블리싱 핵심 인력 3명 | 2025년 6월까지 22편 계약 |
Ⓒ킷폭스 게임즈 서면 인터뷰(2026.10), Mothership(2026.03.16)
Q 개발비만 지원하나, 마케팅과 퍼블리싱까지 맡나? 그렇게 정한 이유는?
쇼트 개발비는 보통 최대 10만 달러(약 1억 3,4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다만 우리가 가장 잘하고 주로 제공하는 것은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 그리고 필요한 것만 골라 쓰는 서비스다. 현지화, QA, 외주 인력 채용, 컨설팅, 콘셉트 아트, 최적화 같은 것들이다. 가장 큰 장점은 〈드워프 포트리스〉, 〈케이브스 오브 쿼드〉와 같은 진열대에 게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게임의 이용자가 좋아하겠다는 확신이 들면 대체로 잘 맞는 게임이다. 인력을 늘리지 않고 지금 있는 자원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고, 그만큼 우리가 받는 몫도 낮다(20%).
리우 마케팅과 커뮤니티 관리 지원에는 개발사로 일하며 쌓은 경험이 그대로 들어간다. 외주 인력과도 일하지만 상당 부분은 우리 팀이 직접 하고, 팀원들은 자체 게임과 퍼블리싱 게임에 시간을 나눠 쓴다. 나도 〈스트리츠 오브 포르투나(Streets of Fortuna)〉를 만들면서 퍼블리싱 파트너의 트레일러 편집을 맡고 있어 두 일을 오가는 부담이 있다. 그래도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파트너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개발사에 유리한 수익 배분은 어떻게 정했고, 회사가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쇼트 들인 시간과 노력을 회수하고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으려면 얼마나 팔려야 하는지 계산해 봤다. 그렇게 나온 것이 투자금 회수 전 80%, 회수 후 20%다. 이 조건이 유지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작은 퍼블리셔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해 1~2편만 내고, 편수를 늘리려고 사람을 더 뽑지도 않는다. 회사의 본업은 여전히 자체 IP 개발이다.
리우 애초에 돈을 벌려고 퍼블리싱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팀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퍼블리싱 게임을 맡으면 계속할 수 있다. 다만 개발 일정은 자주 바뀌고 마케팅은 시기를 놓치면 기회가 사라져서,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3퍼블리셔의 이름값과 지금까지의 성과
Q 히트작을 낸 회사라는 이름이 퍼블리싱 게임의 노출과 판매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쇼트 된다. 새 게임을 발표하면 유튜브 댓글, 스팀 게시물, 레딧 글에서 킷폭스 게임즈가 좋게 언급되고, 우리가 낸 게임이라 더 믿음이 간다고 말하는 이용자도 있다. 다만 이것은 우리 게임들이 꽤 하드코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수백에서 수천 시간을 즐길 수 있고, 한 번에 오래, 몇 년씩 하는 게임들이다. 게임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개발사와 퍼블리셔를 알게 되고 나름의 생각을 갖게 된다.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 위주였다면 한 게임의 이용자가 다른 게임으로 넘어오는 효과는 훨씬 작았을 것이다.
리우 해마다 스팀에서 하는 퍼블리셔 할인 행사가 좋은 예다. 이름이 알려진 게임이 몇 편 있으면 출시 예정작이나 덜 알려진 게임에도 방문과 관심이 이어진다. 카탈로그가 해마다 늘었지만 장르 방향은 그대로 지켰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이용자에게 닿으면서 스팀 이용자 사이에서 퍼블리셔로 인정받게 됐다.
Q 지금까지의 성과와 어려움은? 퍼블리싱을 줄이고 자체 개발로 돌아간 스튜디오들은 어떻게 보는가?
쇼트 우리는 좀 특이한 경우다. 지금까지 돈은 개발보다 퍼블리싱으로 훨씬 많이 벌었다. 당장의 수익만 보면 인력과 비용을 퍼블리싱에 더 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에게 자체 개발은 고를 수 있어 다행인 선택지다. 비용이 더 들고, 기간이 길고, 투자 규모도 커서 여러모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퍼블리셔는 많지만 우리가 만들려는 게임은 우리만 만들 수 있다. 개발을 택하는 회사들도 개발이 퍼블리싱보다 수익을 내기 쉽다고 여기기보다는, 어려운 점을 충분히 알고 시작했으면 한다.
리우 퍼블리셔로 이만큼 성공할 줄은 나도 몰랐다. 상당 부분은 〈드워프 포트리스〉와 〈케이브스 오브 쿼드〉 덕분이고, 우리를 믿어 준 두 개발사에 고맙다. 개발과 퍼블리싱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서로 도움도 되지만 전혀 다른 일이다. 둘 다 할 수 있어 다행이고, 퍼블리싱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게다가 퍼블리싱만 하면 나를 비롯한 킷폭스 사람들이 일을 더 즐거워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본래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퍼블리싱을 줄이고 자체 개발에 집중하기로 한 스튜디오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쪽이 더 재미있다.
4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Q 성공한 스튜디오가 대형 퍼블리셔에 인수되는 일이 많은 한국에서 재투자 모델이 자리 잡으려면?
쇼트 창업자는 처음부터 오래 버티는 것과 재투자를 재무 계획에 넣고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모은 돈을 첫 게임에 모두 쓰는 계획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첫 게임이 성공하면 그 방식이 습관으로 굳고, 실패하면 회사를 이어 가기 어렵다. 2013년 킷폭스를 세울 때 매각이나 큰돈은 계획에 없었다. 모두 최소한의 급여만 받았고, 게임이 한 장도 안 팔린다고 가정하고 예산을 짰으며, 여유가 생기는 만큼 급여를 조금씩 올렸다. 이익이 나면 모두 다음 게임, 또 그다음 게임에 넣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덕분에 독립을 유지했고 지금 회사 가치는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이상이 되었다. 다음 작품 〈스트리츠 오브 포르투나〉가 어느 정도만 이익을 내도 그 돈을 어디에 쓸지 고를 수 있다. 퍼블리싱에 다시 투자할 수도 있고, 힘든 시기를 함께 버틴 고참 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몫을 돌려줄 수도 있고, 둘 다 할 수도 있다.
리우 큰 히트작을 낸 뒤에도 인수나 합병을 거절하고 독립 개발사로 남는 곳은 게임이라는 매체를 좋아해서 이 일을 하는 스튜디오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개발자와 동료를 돕고 싶어 한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사업을 익혀 직접 회사를 이끌도록 돕거나,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 게임을 문화 작품으로 아끼게 만들 수 있다면, 수익만 좇지 않고 인디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서로 돕는 생태계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