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그림 속에 건강한 이야기를 담다 - 인스타툰 작가 박구원 - 글 정희화, 사진 봉재석

자신만의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즐거워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행복한 사람. 밝고 즐거운 그림체 속에 건강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담는, 인스타툰 <우주에 꿀차 한 숟갈>의 박구원 작가를 만나보자.

나만의 콘텐츠, ‘꿀차’

Q
‘꿀차’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전부터 다양한 창작 활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글도 쓰고, 만화와 음악도 하고 싶었죠. 그렇게 만든 콘텐츠에 제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어요. 어떤 콘텐츠에 붙여도 자연스러운 이름을 고민하다가 ‘꿀차’를 떠올렸습니다. 이미지를 쉽게 연상할 수 있고, 달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요. 그렇게 ‘꿀차’가 제 브랜드이자 필명이 됐습니다.
Q
연재하는 인스타툰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2019년 7월 10일 처음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 ‘우주’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관계가 깊어지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희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호감과 관심, 불안함, 깊어짐 등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심리학 정보를 활용하여 ‘연애 유형’별 정보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 반응이 좋아서 기회가 될 때마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콘텐츠를 다루고 홍보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뒤에는 심리학 논문을 바탕으로 하는 연애 칼럼 작업에 에디터로 참여하기도 했죠. 즐겁고 배울 점도 많았지만, 마음 한편에 ‘나만의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퇴사 후에 제가 가진 가장 확실한 콘텐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지금 가장 즐겁게 다루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잘 지내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즐겁게 연재하고 있습니다.
Q
퇴사 후 연재를 하면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결정할 일이 늘었습니다. 전에는 중요 결정을 상급자가 해줬는데 이제는 모두 제가 판단해야 합니다. 더 큰 관점에서 일을 봐야 하고 정신도 더 똑바로 차려야 하죠. 종종 의사 결정이 피곤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우선 제 마음대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습니다. 회사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서 인정받아야 겨우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뭐든 시도할 수 있죠. 또한 콘텐츠에 제 가치관, 색을 듬뿍 담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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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인스타툰

Q
연재 처로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A
회사에서 SNS 운영을 경험하면서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익숙한 상태였고, 제 콘텐츠의 주요 독자인 20~30대 여성에게도 익숙한 플랫폼이라 제 콘텐츠와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Q
현재 연재하시는 인스타툰의 팔로워 수는 몇 명인가요?
A
6만 4,000 명 정도 됩니다. 연재를 시작한 뒤 팔로워가 2,000 명이 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그 뒤 2만 명이 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안 걸렸습니다.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계속 빨라져서 신기합니다.
Q
인스타그램 연재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쉽고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재 주기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죠. 가장 큰 장점은 작가와 독자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다는 기능이 있어서 소통이 쉽고, ‘스토리’ 기능을 통해 일상 모습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서로를 더 가깝게 인식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죠. 이 유대감은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연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Q
반대로, 인스타그램 연재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A
콘텐츠 내용을 짧게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독자들은 짧은 호흡에 익숙하기 때문에 콘텐츠 호흡을 아주 짧게 끊어야 하죠. 그러면서도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분량이어야 하고 전편, 다음 편과도 잘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다음 편을 예상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할 수 있어야 하죠.
Q
인스타툰의 수익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연재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고 별도의 수익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에이전시나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받아 올리는 겁니다. 책을 읽거나, 제품을 사용한 뒤 후기를 올리는 식의 광고지요. 그 외에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도 연재분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나, 독자 반응이 좋았던 심리학 이야기 등의 구독 콘텐츠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Q
‘인스타툰’의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팔로워가 1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회사도 많이 생겼고, 작가와 독자 그리고 광고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광고도 많아졌습니다. 작가와 독자 간의 연대감이라는 독특한 특징 때문에 작가의 광고를 응원하는 독자도 많고요.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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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그림 속 건강한 이야기

Q
만화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작가로서 ‘최애’ 캐릭터를 꼽는다면?
A
모든 캐릭터가 다 특색 있고 사랑스럽죠. 그래도 굳이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십년지기 친구를 모델로 그린 ‘시샘’입니다. 만화 속에서 귀가 긴 강아지로 나오는데, 귀 끝을 분홍색으로 물들였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맘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를 볼 때마다 정말 특별한 느낌이 들어요.
Q
연재하는 인스타툰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정확한 내용을 최대한 실질적인 예로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단순히 감상적인 위로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나와 다른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노력과 태도를 만화에 담습니다.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독자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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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편을 연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A
소재와 주제를 정한 뒤 편수에 맞게 내용을 정리합니다. 페이지별로 스크립트를 쓴 뒤 콘티 스케치를 시작하고요. 그 뒤에 텍스트와 이미지가 잘 어울리게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마지막으로 밑그림 채색 작업을 하죠. 한 편당 평균 작업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인데, 심리학 개념이 많이 들어가거나 어려운 내용을 다룰 때는 내용 조사에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럴 때는 한 편 작업에 4~5일이 넘어가기도 하죠. 그림과 채색보다 내용 정리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Q
연재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A
이야기의 전달성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개인적으로 그림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정확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쉽게 이해되는지 또 여러 번 확인하죠. 연애 유형을 설명할 때도 단순히 A 유형, B 유형으로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예를 많이 듭니다.
Q
연재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다고 느끼시나요?
A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걸 깨닫습니다. 크건 작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거죠.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조금 무서워집니다. 혹시라도 제가 내용을 잘못 전달하거나 오해하게 그려서 독자들의 연애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고요. 또한 주변 인물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혹시 주변 인물들을 너무 부족하게 묘사하진 않았나 하는 마음에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점보다 기쁨이 더 큽니다. 한 편 완성해서 올릴 때마다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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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까?
A
이모티콘도 만들고 책도 쓰고 싶습니다. 기존에 이모티콘 작업을 하다가 한동안 작업을 쉬었는데, 다시 준비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현재 책은 계약을 완료했고 향후 여건이 된다면 심리학 공부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튜브나 온라인 독서 모임 등 도전하고 싶은 게 잔뜩 있네요. 분명 즐겁게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Q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들께 즐거움과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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