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어렵지 않으며, 조금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매거진, 언유주얼 편집장 김희라

책이 한 사람과의 깊고 내밀한 대화라면, 잡지는 개성 넘치는 많은 이들과 즐겁게 수다 떠는 느낌이 들곤 한다. 지난해 창간한 (주)스튜디오봄봄의 문화매거진 『언유주얼』은 아티스트 혹은 아티스트의 감성을 가진 이들이 전방위의 문화 이야기를 풀어놓는 장이다. 디지털시대로의 전환기에 과감하게 종이 매거진으로 승부를 건 『언유주얼』의 평범하지만 비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Q
(주)스튜디오봄봄은 어떤 사람들이 만든, 어떤 기업인가요?
A
IT를 이해하고 예술을 추구하는 콘텐츠 기획사입니다. 5년 전 ‘판다플립(Panda Flip)이라는 웹소설 연재서비스로 출발, ‘새벽2시’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요즘 출판계의 방향과는 반대로 종이 잡지 『언유주얼』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경제학을 전공한 금융권 출신이지만 문화에 관심이 많아 판다플립 서비스를 기획한 반면, 저는 국문학도였지만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여행앱을 론칭하기도 했던,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Q
『언유주얼』은 어떤 잡지입니까?
A
2019년 6월에 창간한 밀레니얼의 문화 무크지입니다. 종이 잡지로 발행되고요. 흔히 알고 있는 ‘unusal’이라는 단어를 비영어적이긴 하지만 ‘an usual’으로 바꾸어 이름 지었는데, ‘하나의 평범한 것들이 모여서 특별한 것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10호가 나왔는데, 매호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짧은 이야기와 국내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를 모아 발행하고 있습니다.
Q
『언유주얼』의 편집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내가 20살 때처럼 어린 친구들이 문예지를 읽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들에게 맞는 잡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이 젊은 혹은 어린 친구들을 위한 문예지, 문화예술지였습니다. 그러자면 예뻤으면 좋겠고, 조금 더 현실이랑 맞닿아 있으면 좋겠고,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고, 덜 권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Q
『언유주얼』이 다루는 콘텐츠가 궁금합니다.
A
시, 소설, 에세이, 사진, 그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데요. 텍스트와 이미지를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지면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매 호마다 그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작품을 한 편씩 싣고 있습니다. 예술가를 발굴하고 발견하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Q
『언유주얼』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꼽는다면?
A
‘페이크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어에게 가상의 설정을 부여하여 질문을 주고받는 콘셉트인데, 실존 인물이지만 그 인물을 저희가 짜놓은 세상에 데려다 놓는 거예요. 예를 들어 춤추는 약사 유튜버가 아이돌로 데뷔한다던가, 책을 소개만 하는 유튜버가 실제로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한다던가 하는 식인데, 대부분 유명인이신 분들이지만 인터뷰를 요청하면 특이한 콘셉트와 설정에 흥미를 느껴서 수락하시곤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콘텐츠를 보는 사람도 무척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랍니다.
Q
그동안의 성과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저희가 잡지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신간이 나오면 서점의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항상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인쇄하면 거의 소진되고 잡지에 실었던 작품들을 확장하고 보완해 묶어서 단행본도 출간했고요. 요즘은 많은 콘텐츠들의 홍보와 소통이 SNS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그곳에서의 반응은 감사하게도 좋은 편입니다. 한 번도 문예지를 포함한 잡지를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저희 잡지를 보고 ‘잡지를 읽는 삶, 예술을 일상에 가까이 두면 이런 감정이 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는 반응에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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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이 어떤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A
일단 재미있는 글을 많이 실으려고 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필진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문단에서 명망 있는 작가분들도 계시지만, 글을 잘 쓰고 페친이 엄청 많은 직장인도 있고, 출판사의 에디터도 있고, 빵을 좋아해서 빵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요. 그 사람의 일상에서는 평범한 것이지만 그게 밖으로 나오는 순간 특별해질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서 조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사람들이 봤을 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찾을 수 있는 부분 같습니다.
Q
일반적 잡지와 달리 광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있나요?
A
직접적인 상업 광고는 없지만,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 제휴를 합니다. 한 금융회사에서 ‘투자’라는 의미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서 요청받은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젊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을 꾸려서, 철저한 기획하에 ‘투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환기하는 작품들을 진행했습니다.
Q
편집자로서 힘든 순간도, 기쁜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A
일하면서 늘 시간이 빨리 흘렀지만 정기간행물의 세계에 진입한 이후의 시간은 또 완전히 다르더군요. 가장 큰 기쁨을 꼽자면 모든 작가들이 쓰는 글의 첫 독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기쁨이 시간에 쫓기는 것들을 많이 보상받아서 충분히 좋았습니다. 게다가 저희 잡지는 폭이 정말 넓어서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Q
디지털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에 종이 잡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저는 굳이 종이 잡지를 출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바일로 많이 보기 때문에 모바일시장이 주가 된다면 옮겨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스커피를 종이컵에 먹으면 맛이 없고, 예쁘지도 않고 그냥 아이스커피를 먹는다는 감각 중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느낌이랄까. 종이 잡지의 의미를 그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잡지가 담고 있는 잡스러운 콘텐츠가 종이라는 형식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선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알려주세요.
A
『언유주얼』은 11호부터는 계간으로 발행되고, 판형이 커지면서 디자인에 변화가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대중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는 겁니다. 출판사들이 권위를 갖는 것보다 작가들이 더 돈을 벌어야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조명 받고,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와서 판매할 수 있는 통로를 열고 싶습니다. 작가분들 덕에 『언유주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동력을 얻은 것처럼, 저희가 조금 더 자리 잡아서 작가분들에게 또 다른 기회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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