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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기 콘텐츠산업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생각

글 양수영(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주임연구원)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란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초래한 거대한 환경 변화 속에 콘텐츠산업의 좋은 일자리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으며, 이에 맞춘 일자리의 창출과 유지,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위한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최근 고용 분야의 뜨거운 화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과거 경제난 속에서도 고용은 항상 위기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 초래한 이번 위기는 그 성격이 다르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경제활동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일자리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반면, 일상의 비대면화로 디지털 일자리라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형태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고용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하향취업이 늘어나면서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대졸 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 한편 코로나19가 초래한 고용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기 위한 기술 격차(skill gap) 해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맥킨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43%가 ‘현재 산업, 직무 간 기술격차를 체감’하고 있으며, 82%는 ‘현 인력의 숙련도 향상과 신기술 교육이 기술격차 해결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2)

디지털 전환기, 보다 나은 콘텐츠산업의 일자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할까? 이와 관련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를 통해, 콘텐츠의 1차적인 창작에 관여하는 ‘창의인력’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코로나19 속 현황, 그리고 콘텐츠산업의 일자리 개선을 위한 향후 과제를 살펴보았다.

연구개요

(연구명)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이하 ‘20년 창의인력 실태조사’) (대상) 출판, 만화,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캐릭터 8개 장르에 종사하는 창의인력 (사업체 소속근로자, 프리랜서) * 창의인력이란? : 1차 저작물 창작에 포함되는 콘텐츠 제작·기획업 종사인력 (주요내용) 고용 형태 및 근로 환경 분석 (고용 및 계약, 근로 환경 및 복지, 불공정 경험. 교육 훈련 및 경력 관리,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전망 등) (연구방법) 사업체, 창의인력 대상 실태조사 및 심층인터뷰 * 실태조사 : 사업체 1,027개사, 사업체 소속근로자 1,251명, 프리랜서 1,109명 ** 심층인터뷰 : 사업체 소속근로자 32명, 프리랜서 16명 (총 48명)

창의인력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

‘좋은 일자리’라고 하면 대개 노동에 대한 보수가 합당하고,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일자리를 떠올릴 것이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비슷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조건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노동 환경과 세대별 가치관 등에 따라 ‘좋은 일자리’의 구성 요소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LAB2050의 <정규직이란 무엇인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알 수 있다.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조사한 결과(1+2+3순위), 1위는 ‘지금부터 정년퇴직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인지 여부’(62.0%)였으며, 2위 ‘연차 및 휴일 보장, 정시 퇴근 등으로 직장 밖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지 여부’(38.1%)였다. 즉 고용안정성이 1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2위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18~29세에서는 워라밸(52.7%)이 고용안정성(46.7%)을 제치고 ‘좋은 일자리’ 기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3)

MZ세대의 고용시장 진출 본격화와 더불어, 최근 몇 년간 워라밸이 ‘좋은 일자리’의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밀레니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잡코리아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좋은 직장의 조건’을 조사한 결과 워라밸이 49.9%로 1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사람인이 조사한 ‘MZ세대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 1위 또한 야근, 주말 출근 등 초과근무가 많은 ‘워라밸이 나쁜 기업’(31.5%)이었다. 2021년 ‘기업 인사 담당자가 꼽은 MZ세대 직원 특징’의 1위도 ‘워라밸 중시’(62.1%)였다.

워라밸에 대한 선호는 창의인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년 창의인력 실태조사>의 ‘좋은 일자리 조건’ 심층인터뷰 결과,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적정한 근로시간과 복지혜택 지원을 중시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 업계에서는 업무가 많고 추가근무가 많아 주말도 저녁도 없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공연 당일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 지나친 업무 과중, 돌발적인 업무로 생기는 야근과 주말 근무는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이 부분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런 주말 근무, 야근이 갑작스럽게 생기는 경우가 많아 따로 개인 스케줄이나 교육을 받기 굉장히 어려워요.” (음악 창의인력)

“보험과 대출지원, 자녀교육비 등 생활에 있어 부담되는 부분을 보조해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회사의 경우 보편적 복지에 대한 부분은 소극적이라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임 창의인력)

그러나 사업체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창의인력이 만족할만한 복지 수준 간에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인력의 직장(직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사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이하 ‘소속근로자’)와 프리랜서 모두 ‘복지혜택’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불만족도 각각 31.4%, 60.8%). 반면, 사업체 설문에서는 동종업계 대비 4대 보험 및 복지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응답한 사례가 8.1%밖에 되지 않아, 산업 전반적으로 사업체가 제공하는 복지혜택이 창의인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절한 보수 또한 워라밸 못지않게 중요한 좋은 일자리의 조건이다. 창의인력 대상 심층인터뷰에서도 업무 강도와 숙련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임금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관련해 불공정한 계약 관행 개선을 통한 합리적인 수익배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일은 전문가가 하길 바라면서 돈은 알바생 수준으로 주니 능력이 뛰어난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 남아있지 않고 해외로 나가서 일을 하게 되고, 이는 국력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제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대학을 졸업해놓고, 실 수령액 200도 되지 않는 급여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른 단순 사무직이나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분이 많습니다.” (만화·웹툰 창의인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복지 조건의 하나는) 야근 수당에 대한 확실한 보상입니다. 현재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녁 제공 외에는 야근 시 제공되는 보상이 없습니다. 따라서 야근 수당이 추가 되었으면 합니다.” (만화·웹툰 창의인력)

“잭팟이 터지면 기획자에게도 적당한 배분이 있으면 좋을 텐데, 출판사가 대부분 가져갑니다. 작가나 편집자, 기획자에게도 수입을 나눠줄 수 있는 공정한 룰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 창의인력)

보수는 창의인력의 이직 의사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콘텐츠 기업체에 ‘고용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근로여건’을 질문한 결과, 1위로 ‘임금 수준’(61.8%)을 꼽았다. 워라밸과 관련이 되는 4대 보험 및 복지는 46.8%로 3위를 차지했다. 창의인력 설문 결과에서도 이직을 희망하는 주된 이유로 보수를 꼽았다. 소속근로자 설문에서는 46.4%로 1위를 차지했고, 프리랜서의 경우 고용불안정성(62.2%)에 이어 2위(54.7%)를 차지했다.

최근 워라밸과 관련된 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연봉’과 ‘워라밸’을 구분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연봉보다도 워라밸’을 중시한다고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워라밸과 연봉 중 선호 조건’을 조사한 2021년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71.8%가 연봉보다는 워라밸을 중시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창의인력 심층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보수와 워라밸은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상쇄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노동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둘은 연관성이 깊다. 즉, 창의인력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란 콘텐츠 창작에 본인이 기여한 만큼의 금전적 보상과 크레딧, 휴식을 포함한 여타 개인 생활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는 일자리다.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복지인 육아휴직,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 퇴직연금의 보장, 자격수당 등과 관련한 합리적인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직종이기에 출산 및 육아 휴직에 따른 보장이 명확하게 보장이 되어야 고용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음악 창의인력)

“콘텐츠 업계는 공무원처럼 매일 근무의 양이 일정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진행 시 극단적으로 일이 많아집니다. 주말 새벽할 것 없이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이에 따른 보상제도로 대휴와 상여가 적절하게 필요한 산업이지만 영세한 제작사 등은 여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 창의인력)

코로나19 고용 위기 속 창의인력의 현재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고용 위기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유지하는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20년 창의인력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고용 관련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콘텐츠 기업의 여력은 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경영상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응답한 기업은 45.7%였다. 가장 많이 취한 조치는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31.1%)였으며, 다음으로 ‘유·무급 휴직’(8.8%), ‘정부지원 신청’(6.7%), ‘채용 중단’(6.1%) 등의 순이었다.

프로젝트별로 아웃소싱과 프리랜서를 많이 활용하는 창의노동의 특성상, 콘텐츠사업체에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소수의 필수 인력만이 종사한다. 콘텐츠 완성을 위해 과정별로 꼭 필요한 노동력을 감안하면, 이러한 필수 인력을 감축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인력을 줄인 후 다시 고용하는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콘텐츠 기업이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수단이다. 대게 휴·폐업 직전에 인력을 감축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비중은 낮지만, 한 번 감축을 하게 되면 그 감축 폭이 크다. <20년 창의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비정규직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콘텐츠 기업은 3.5%에 불과했으나, 이들 기업이 감축한 평균 인원은 회사 전체 대비 4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 속에 인력유지 부담이 가중되면서, 콘텐츠 기업의 채용 여력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속 고용 유지 및 인력 수급 상황을 조사한 결과, ‘인원 감축 조치 없이 현재의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83.6%에 달했다. 반면 ‘신규인력(신입, 경력)을 채용할 의사와 여력이 충분하다’에 대한 긍정은 17.7%에 불과했다. 또한 콘텐츠 기업의 2020년 채용 계획 인원은 1명 미만(총 0.8명, 신규 0.3명, 경력 0.5명)인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채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를 짐작할 수 있다.

창의인력 또한 코로나19 고용 위기와 관련해 사업체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휴직, 인원 감축 등 경영난 타계를 위한 고용상의 조치가 단행되면서,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이 켜졌다고 느끼는 창의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소속근로자의 34.2%, 프리랜서의 43.2%가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한편, ‘콘텐츠산업 내 신규 취업, 이직이 어렵다’고 본 소속근로자는 42.5%, 프리랜서는 53.5%에 달했으며, ‘더 나은 여건의 직급/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경우는 소속근로자 40.2%, 프리랜서 51.8%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용 혁신의 관건,
기술 격차(skill gap) 해소

코로나19는 고용 위기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촉진 중이다. 아마존이 컨설팅기업 알파베타에 의뢰한 <아태지역의 디지털 잠재력 보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시아태평양 6개국(한국, 일본, 호주, 싱가폴,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디지털 기술이 요구되는 근로자 수는 총 149백만 명이며, 그 수요는 5년 이내에 약 5.5배 이상(819백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만 2025년까지 최소 1,500만 개의 디지털 일자리가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또한 보고서는 향후 5년 간 근로자 한 명당 7가지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약 57억 건의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2억 27백만 건의 기술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4)

콘텐츠산업 내에서도 이러한 일자리 변화를 크게 체감하고 있다. <20년 창의인력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콘텐츠산업의 고용환경에서 예상되는 주요 변화로 사업체(1위 50.5%), 소속근로자(2위 41.2%), 프리랜서(1위 52.1%) 모두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꼽았다. 사업체는 ‘코로나19 종식 후 고용 회복(2위 39.7%)’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창의인력은 노동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인식하는 차이를 보였다. ‘근로시간 및 장소 제약 없는 채용/근로형태 확산의 심화(사업체 36.5%, 소속근로자 45.7%, 프리랜서 49.0%)’, ‘경영 불확실성 대응 위한 인력 아웃소싱 증가(사업체 38.2%, 소속근로자 40.8%, 프리랜서 45.9%)’ 같은 항목에서 창의인력의 응답률이 사업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설문 결과의 예상처럼 향후 콘텐츠산업의 일자리는 보다 디지털화되고 유연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위험 최소화를 위한 재택,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대면의 노동집약적 특징을 보이던 방송이나 영화 같은 장르의 제작환경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원격, 가상제작이 전면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디지털 제작 스튜디오인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작 업무의 90%를 재택 근무방식으로 전환했으며,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제작 관리 및 협업 시스템을 통해 포스트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5) 코로나19 이후의 일자리 전망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는 비단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프라인 현장 인력들보다 온라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들이 채용에 있어서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아마 영상 촬영, 편집, 미디어 이런 직군들이 각광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길어진다면 현장 인력들의 자리가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악 창의인력)

“(온-오프라인) 호환이 가능하게 훈련이 된 사람들은 살아남고 아닌 사람들은 도태되는 상황이에요...(중략)...영화계 종사자들이 드라마와 웹 드라마, 숏 폼 등 다른 형식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동하면 다행이지만,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안타깝습니다.” (영화 창의인력)

디지털 일자리의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추어, 양질의 디지털 일자리로 이동을 촉진하는 기술 향상 교육(upskilling)과 기술 재교육(reskilling)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의 전 세계 기업의 학습개발(Learning & Development) 담당자 설문조사 결과, 59%가 2021년 학습개발 프로그램의 최우선 순위로 ‘기술 향상 및 재교육’을 꼽았다. 관련해 전 세계 기업의 51%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술 향상 및 재교육을 통한 인력 내부전환(internal mobility)을 인력수급의 우선순위로 고려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비대면 업무의 보편화가 가속화되면서, 회사 밖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기술 향상 및 재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소기업 64%, 중기업 62%, 대기업 56%).6)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콘텐츠산업계에서는 아직 기술 향상 및 재교육에 대한 공감대와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직무관련 교육현황을 조사한 결과, 24.0%만이 재직자(신입 제외)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19.4%만이 신규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창의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소속근로자의 11.1%, 프리랜서의 17.6%만이 콘텐츠 관련 직무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디지털 전환의 거대한 파고를 성공적으로 넘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가 촉발한 고용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라는 ‘가까운 미래’가 ‘성큼 다가와 버린 현실’이 된 지금,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서라도 창의인력들의 원만한 직무 전환을 돕는 혁신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알쓸콘잡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연구보고서, 실태조사 등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풀어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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