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

이제 당신도
하리에게 반하리
제페토 크리에이터 하리

글 노윤영 사진제공 하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표정과 몸짓, 패션스타일은 물론 캐릭터의 모든 요소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또 SNS 기능도 접목돼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음성·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크리에이터 하리는 제페토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팔로워 수가 5월 20일 기준 29.7K(2만 9,700여 명)에 달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제페토의 인기 크리에이터 하리를 만났다.

새로운 자극과 흥미를 선사하고파

Q 제페토에서 29.7K의 팔로워를 지닌 인기 크리에이터 ‘하리’님을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유튜브에서도 ‘하리에게 반하리’라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죠.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A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팔로워 수를 알게 됐습니다.(웃음) 일전에 한 팬 분께서 ‘목표 팔로워 수’를 물어봤을 때 “더도 말도 덜도 말고 30K(3만 명)”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목표와 가까워진다는 게 도통 실감이 나질 않네요. 제페토 안에서 좋은 에너지와 활력을 찾는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Q 말씀대로 하리님의 콘텐츠는 ‘높은 텐션’이 느껴져, 보기만 해도 엔돌핀이 솟는 듯합니다. 립싱크 챌린지, 드라마, 예능, 맵 리뷰, ASMR 등 볼거리가 다양한 것도 매력이에요. A 저라는 인물 자체가 하나에 완전히 몰두하지 못합니다. 때마다 하고 싶은 게 다른데 그게 콘텐츠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제가 주로 참여해서 만드는 만큼, 제 스스로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많은 이에게 새로운 자극과 흥미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Q 얼마 전 올라온 추리물 ‘크라임젶’이 흥미로웠어요. 어떤 콘텐츠를 올릴 때 반응이 좋은가요? A 상황극을 이용한 콘텐츠가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제페토 월드’ 내 인물들이 정해진 역할을 맡아 이야기가 전개되는 콘텐츠입니다. ‘21세기의 요즘 산타가 된다면?’, ‘재벌 3세들의 집들이 파티’ 등이 있고, 언급하신 ‘크라임젶- 김범생 살인사건’(이하 크라임젶)도 그런 형식이죠. 크라임젶은 JTBC에서 방영했던 <크라임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제페토 버전의 추리 예능 콘텐츠예요.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 범인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함께 추리하며 범인을 찾는 내용이라 참여도가 높은 편이죠. 우리가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즉흥적인 순간들이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Q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도 있겠죠? A 게임 <어몽어스>의 노래를 립싱크한 영상이 그랬어요. 취미 삼아 제작한 영상인데 삽시간에 높은 조회 수가 나오고 댓글들이 달리더군요. 당혹감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꼈어요.

Q 반응과 상관없이 하리 본인이 가장 뿌듯해하고 만족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A 지금은 1편만 올라간 상태이지만 ‘크라임젶’이 그래요. 모든 이야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구상했거든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각 인물의 성격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사건 관련 알리바이와 단서가 될 만한 증거물 등 생각 이상으로 챙길 것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았거든요. 또한 우리가 흔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듯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게 추리 장르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른 콘텐츠보다 작업 시간이 길었고, 영상 편집 단계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어요. 본 촬영을 다 끝내고 예고편까지 내보낸 이후에 재촬영을 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힘든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반응도 좋아서 뿌듯합니다.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Q 작년 9월부터 영상을 업로드했죠. 제작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제페토 드라마를 접하게 됐는데 영상의 퀄리티가 좋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한 매력을 느꼈어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쉽게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 시작은 많이 부족했지만 열과 성을 다했다는 점만은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Q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면 하리님의 열정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하리님의 창작 욕구와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A ‘제페토라는 공간에서 과연 어디까지 실현이 가능할까’ 궁금해서 계속 제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것 같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작업을 좋아해요. 친구와 쇼핑을 하다가도 ‘쇼핑몰 맵을 이용해 쇼핑하는 콘텐츠를 제작해볼까’ 하는 식으로 생각해요. 일상에서 끊임없이 제페토를 투영해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탐구 정신이 제페토를 만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즐거운 작업이에요.

Q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군요? A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우선 제작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 다음에 주제와 세부 내용을 만들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도 하고, 기존 콘텐츠를 제 나름대로 재해석하기도 하죠. 예를 들면 딩고의 킬링보이스를 패러디한 적이 있는데 딩고에서는 기존 가수만 등장하는 반면, 저는 하이라이트 파트에 백댄서를 추가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식이에요.

Q 콘텐츠 촬영과 제작을 함께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초기 때 맵 리뷰 영상 촬영을 진행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모집을 통해 모인 친구들은 아바타로만 만났어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이제 더없이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촬영뿐 아니라 제페토에서 밤새 수다를 떨고, 버스킹을 하기도 합니다. 몇십 년을 함께 지낸 가족처럼 소울메이트가 됐죠.

현실과 연결된 제2의 세계

Q 이제는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해보지요. 우선 메타버스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A 현실과는 또 다른 제2의 세계가 아닐까요. 현실과 멀지 않은, 연결돼 있는 느낌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경제 활동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기죠.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명품 의류 디자인을 구현하기도 하더군요.

Q 현실에서는 살 수 없는 명품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장점? A 네, 맞습니다. 다만 이런 플랫폼이 현실 도피 수단으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해요. 메타버스에서는 점점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거든요. 가상의 ‘나’는 현실의 ‘나’가 반영된 결과물이듯, 메타버스 세계도 결국 현실 세계가 반영된 공간이에요. 전 실제로 제페토를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Q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A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친목 활동을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이 변했어요. 새로운 만남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게 됐죠.

Q 현실 세계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본인이 ‘하리’라는 걸 알고 있나요? A 정말 가까운 지인들만 알고 있어요. 제 영상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존감이 절로 높아집니다. 그 친구들은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는 등 콘텐츠 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제페토를 비롯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기에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겠죠. 어떻게 생각해요? A 기술이 더 발전해야겠죠? 사람의 얼굴 표정뿐 아니라 몸짓까지 사용자가 움직이는 그대로 인식해 구현한다면 좋겠어요. 현재는 사용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몸짓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지는 못하다보니, 의사소통이 다소 불완전하게 느껴집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구현된다면 제페토를 비롯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미 다양한 스타일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지만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현재로선 장기 시리즈물인 ‘크라임젶’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제페토 측에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규모가 큰 월드맵이 있다면 좋겠어요. 전 세계의 더 많은 분들과 그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삼국지’ 맵이 있다고 가정해봐요. 위·촉·오 세 나라가 경쟁하며 싸우는 파벌 게임을 대규모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요? 저는 제페토에서 그러한 대규모 콘텐츠를 최초로 활용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그 밖에 제 목표였던 팔로워 수 30K가 달성되면, 팬들과 함께 이를 기념하는 라이브 방송을 해보고 싶어요. 라이브 방송의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거든요. 실시간 시청자 투표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콘텐츠라든가,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월드맵 리뷰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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