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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창작자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글 문아름(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전지적 독자 시점>, <이건 명백한 사기결혼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김비서가 왜 그럴까>.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원작이 웹소설이라는 것. <전지적 독자 시점>의 영상화 소식과 <나 혼자만 레벨업>의 미국 드라마화 소식까지 들려온다. 웹소설은 어느 새 콘텐츠 IP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국내 콘텐츠 업계에 돌 하나가 던져졌다. 업계 추정 3,000억 원의 가치를 가진 국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 중 누가 인수하게 될 것인가?!

문피아가 뭐길래?

2021년 상반기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피 튀기는 IP 확보 전쟁의 연속이었다. ‘문피아’ 인수 또한 이 전쟁의 일환인데 해당 소식에 ‘문피아가 도대체 뭐길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를 두고 경쟁을 하느냐’는 의문이 주를 이루었다.

국내 3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는 네이버, 카카오와는 성격이 다르다. 네이버는 대형 포털에서 시작해 웹툰의 성공을 업고 뒤늦게 2013년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포도트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는 대신 콘텐츠를 유통하는 허브로 카카오페이지 서비스의 기반을 다졌다.

이와 달리 문피아는 2002년 ‘고두림’에서부터 시작해 무협/판타지 장르 웹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자유 연재가 가능했고 독자이자 작가인 이들이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문피아는 일종의 커뮤니티로도 기능하며 웹소설의 중심이 되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현재 웹소설의 2차 사업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 혼자만 레벨 업>, <전지적 독자 시점> 모두 문피아 선독점 인기작이다.

문피아의 기업가치 3,000억 원은 문피아의 지난해 연결매출 417억 원의 8배 가까운 PSR(주가매출비율) 배수를 적용한 값이다.1) 즉, 문피아의 산업적 가치는 지난해 해당 기업의 매출액 증가와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웹소설 산업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적용된 것이다.

웹소설이 왜?

그렇다면 웹소설 산업의 미래는 왜 밝은 것일까. 웹소설을 수치로 먼저 접근해보자면 출판산업의 2018년 온라인 출판 유통업 매출액은 2,597억 원으로 연평균 9.8% 증가했다.(<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문화체육관광부) 인쇄업 매출액이 전년대비 1.8% 증가한 데 비해 매우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

웹소설의 2차적 저작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웹소설은 IP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웹소설의 2차적 저작물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경우를 보자. 2013년 카카오페이지에서 소설이 독점 연재되었지만, 정작 대중의 시선을 끈 시점은 2016년 웹툰화되고, 2018년 영상화가 된 이후이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원작으로서의 웹소설 IP가 주목받은 데는 웹툰에 비해 투자금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스토리’는 같되 적은 투자금으로 IP를 확보하고 점차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웹소설이 가진 산업적 장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 다른 매체에 비해 회차별 결제 시스템에 거부감이 낮은 독자층을 꼽을 수 있다. 웹소설 독자들은 콘텐츠 결제에 왜 거부감이 낮을까? ‘웹소설’이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웹’이라는 매체환경을 중심으로 다른 소설과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매체환경은 ‘회차별 연재 시스템’, ‘회차별 결제 시스템’과 직결되는데, 이는 주 독자층인 MZ세대가 원하는 ‘빠른 호흡’, ‘사이다 서사’와 합이 좋다. 웹소설의 필수 요소인 ‘사이다 서사’는 초반부 독자들을 사로잡아 결제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 VS 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 비교표
네이버 카카오
인수 해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래디쉬
아마추어 작가 육성 베스트리그, 챌린지리그 카카오 스테이지 (예정)
IP 확장을 위한 개편 네이버시리즈 노블코믹스

네이버와 카카오의 문피아 인수를 둔 경쟁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카카오는 5,000억 원을 투자해 영미권 기반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6,500억 원을 투자해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한다고 밝혔고, 네이버 웹툰 역시 미국 상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두 회사의 이러한 움직임의 기본은 IP 확보다. 천문학적 액수로 해외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서로 닮은 전략을 취하며 IP를 확보하고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아마추어 작가들을 영입하는 시스템인 ‘베스트도전’을 운영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 웹소설에서도 정식 연재뿐만 아니라 ‘베스트리그’와 ‘챌린지리그’를 운영한다.

네이버가 초기 작가 영입과 직계약을 통해 자체 웹소설 콘텐츠 확보에 힘썼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초기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콘텐츠 중개 및 유통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 카카오는 출판사를 통해 문피아나 조아라와 같은 웹소설 전문 플랫폼에서 무료 연재되었던 작품의 정식 연재를 진행하여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사내 기업 노블코믹스를 통해 웹소설 원작의 웹툰을 공격적으로 런칭해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시작이 다른 두 회사는 어느새 서로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에서는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카카오 스테이지’를 출범할 예정이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웹툰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의 <재혼황후>, 문피아의 <전지적 독자 시점>을 웹툰으로 만들고 ‘N스토어’를 ‘네이버시리즈’로 변경해 자사 웹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을 ‘장르소설홈’이라는 메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창작자를 보호하라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허브를 위한 토대를 닦고 있다. 해당 산업이 확장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IP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웹소설 산업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웹소설보다 먼저 성장통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웹툰 산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단행본이 아닌 웹툰이 포털 사이트에 연재돼 마케팅적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 신호탄을 열었다. 그러나 2012년, 야후와 파란 등 포털 사이트들이 종료되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웹툰 제작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소수 포털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존재했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웹툰은 어느 때보다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발전하는 시장과 더불어 스튜디오, 에이전시 등 다양한 매체 관계사가 등장했다. 이들은 CP사(Contents Provider)로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수익을 배분 받는다.

웹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양한 CP를 통해 IP를 확보하는 동시에 유통하여 산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해야 할 점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다. 바로 창작자의 영역이다. 거대 플랫폼과 다양한 CP사가 등장함에 따라 플랫폼과 작가 간 직계약하던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해관계자가 엮이며 실제 창작자가 갖는 작품 수익의 분배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웹소설의 웹툰화와 같은 2차적 저작물 제작 시 2차적 저작물의 작가는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산업은 발전하는데 불공정 계약서, 불법 해외 유통 등으로부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장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큰 흐름을 막기보다는 어느새 피라미드 하단에 위치하게 된 창작자의 권리를 살펴야 한다.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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