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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글 김헌식(대중문화/미디어평론가)

NFT, 어떻게 보면 신기루 같은 현상에 왜 수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관련 콘텐츠 기업들이 러시를 이루는 것일까.

NFT란 무엇인가

NFT가 콘텐츠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문학작품 최초로 배수연 시인의 <쥐와 굴> 1쇄 시집이 NFT로 발행되어 900만 원에 판매됐다. 캐나다의 유명 팝 가수 위켄드는 디지털 음원과 아트워크 등을 NFT로 만들어 229만 달러(약 35억 원)의 수익을 냈다. 신일숙 작가의 <리니지> 원작 만화 1권의 첫 컷을 담은 NFT가 12일 ‘위믹스 옥션’에 출품되어 14일 오후 9시까지 경매가 진행된다. 이처럼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NFT로 만들어져,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 NFT, 정말 뛰어들만한 일인지 그 개념부터 차근차근 짚어보자.

NFT(Non-Fungible Token),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NFT-A와 NFT-B를 교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각 토큰이 절대적인 고유의 가치를 지니며 가격도 다르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NFT에는 작품명, 작가명, 소유권, 계약 조건, 작품 세부 내역 등이 기록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무한 복제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의 증명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NFT 거래는 주로 마켓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곳으로는 ‘오픈씨’, ‘밸류어블스’가 있고, 국내에는 ‘코빗’, ‘위믹스 NFT 옥션’ 등이 있다. 콘텐츠를 NFT화시키는 과정에서 작품 정보와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로열티 비율 등을 입력한다. 마켓에 따라 저작자명이나 저작권도 함께 양도할 것인지 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ONE AND ONLY

NFT의 발행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거창한 그림이나 음악 같은 작품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한 줄의 단어나 문장, 이미지는 물론 게임 아이템도 얼마든지 NFT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특정한 콘텐츠만 가치가 있다는 사고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NFT의 가치는 오로지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에게서 결정된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인기 없어 보이는 대상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자신만을 위한 가치 소비가 강화되는 최근 흐름과 마니아층의 존재는 이러한 장점을 부각시켜준다.

여기에는 ‘고유성’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NFT의 핵심은 ‘절대적인 고유의 가치’이다. NFT에 저장된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 소유권 내용은 ‘작가가 인정한 원작품은 이 NFT 작품이 유일하며, 내가 소유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원앤온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진정한 ‘원앤온리’를 위해 블록체인 회사 인젝티브프로토콜은 영국 화가 뱅크시의 그림을 NFT로 만든 후 진짜 원본을 불태워버렸다. 그러자 이 NFT 작품은 4배 이상의 가격, 약 4억 원에 팔렸다. 원본의 아우라를 강조했던 발터 벤야민이 놀랄 일이다.

NFT의 ‘고유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바로 국내 K팝, 엔터테인먼트 업계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함께 NFT 연계 디지털 굿즈 제작·거래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두나무는 최근 브레이브걸스의 일러스트와 매드몬스터의 재발매 싱글 특별 영상을 NFT로 발행하기도 했다. 아이돌 한정판 굿즈의 폭발적인 인기는 이미 증명되었기에 엔터 업계가 NFT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한 듯하다.

NFT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NFT는 아티스트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보장한다. 기존에는 유통업체나 플랫폼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지만, NFT 수익금은 아티스트에게 오롯이 돌아갈 수 있다. 물론 NFT 마켓에 일정한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해당 토큰을 통해 얻는 수익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에이백스는 NFT를 통해 안무와 카메라워크 등에도 고유의 식별값을 붙여 수익화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현재는 뮤직비디오 수익이 아티스트, 음악 저작권자 등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는데, 안무가 NFT화된다면 팬이 아이돌의 안무 커버 영상을 올리면 안무의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배분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복제 방지와 저작권 보호에도 NFT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는 원본과 복제품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NFT를 적용하는 순간부터 생성 이력과 데이터가 기록되고 이를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로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함부로 조작할 수 없다. 심지어 복제된 사실도 전부 기록되기 때문에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저작권을 보호해준다는 NFT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얼마 전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품의 NFT화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어났다. 미술 작품의 경우 소유권과 저작권이 다른데, 소유권자가 작품을 디지털화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작품을 복제, 전송하는 권리는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구매자가 NFT를 판매하는 사람이 저작권자인지 소유권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소유자 및 작가명을 입력하도록 돼있지만 다른 이름을 입력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일부 마켓에서는 검증 작업을 진행하지만, 검증 절차가 없는 마켓은 구매자도 함께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NFT 시장규모는 2019년 1억 4,000만 달러, 2020년 3억 4,000만 달러에서 2021년 1분기에만 20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 3월 NFT 그림 하나가 784억 원에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NFT 열풍이 “눈속임에 가깝다”는 견해를 보도했고, 블록체인 전문가 데이비드 제라드 역시 NFT 판매자를 ‘사기꾼’이라 칭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으면서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자산을 발명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NFT가 돈이 되는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진짜 콘텐츠 팬들은 외면당하고 엉뚱한 이들이 소유하고 전횡을 일삼는 투기판이 되지 않도록 방지책 마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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