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에픽게임즈 vs 애플

글 이재학(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e-비즈니스전공 교수)

모바일 생태계 전반을 뒤흔드는 공판이 벌어졌다. <포트나이트> 게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가 모바일 플랫폼과 앱 마켓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애플의 앱 스토어 정책에 제동을 걸은 것. 이 공판의 결과가 가져올 영향과 게임 업계를 비롯한 모바일 콘텐츠 산업계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2020년 8월 14일, 애플의 앱 스토어와 구글의 구글 플레이에서 한 게임이 동시에 퇴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8월 13일,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자사가 개발한 <포트나이트> 게임을 통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다. <포트나이트>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아이템(V-Bucks)을 구매할 때 애플과 구글을 통해 결제하는 IAP(In App Payment)뿐만 아니라 에픽게임즈 직접 결제(Epic direct payment)를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할인까지 제공하였다.

애플과 구글은 앱 스토어 정책과 규정 등 계약 위반을 이유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를 앱 스토어에서 모두 내려버린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정지시켰고, 이에 따라 앱 스토어에서 에픽게임즈가 개발해 출시한 모든 게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모바일로 해당 게임을 이용하고 있던 이용자들은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 등 어떤 지원도 양대 앱 스토어를 통해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곧바로 애플을 반독점(Sherman Act) 위반으로 고소하게 된다.

애플과 구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모바일 플랫폼과 앱 마켓에서 그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고려할 때, 자칫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 뻔했던 이 사건은 게임 분야뿐만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세기의 재판으로 발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2021년 5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 법원에서 해당 사건의 첫 공판이 시작되었으며, 24일 마지막 공판이 진행됐다.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향후 수개월의 논의를 거쳐 나올 예정이다.

치열한 공방전

재판 과정에서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 새로운 사실들이 제시되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전체 모바일 앱 마켓에서 자신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독점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에픽게임즈는 앱 스토어보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시장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반론을 펼쳤다. 또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한 독점 게임 유치와 이용자 유입을 위한 무료 게임전략에 대한 불합리성을 주장하였다.

에픽게임즈는 애플 IAP가 아닌 다른 결제 방식의 제공이 애플이 주장하는 앱 스토어의 안정성과 보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iOS가 탑재된 기기에서 대체 불가한 앱 스토어를 독점함으로써 어플리케이션의 배포와 유포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이른바 통행료로도 불리고 있는 앱 스토어 수수료 30% 기준에 대한 근거와 수수료 관련 규제에 대한 불공정함을 내세웠다. 더불어 크로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자사의 게임 플레이에서 애플의 요구는 과도하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장기적으로 거대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담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애플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과 전횡이 새로운 혁신과 혁신시장에서 기회의 창을 제한하는 부조리와 불공정을 일으키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수수료의 의미

여러 쟁점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충돌한 핵심은 앱 스토어의 수수료 문제이다. 수수료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콘텐츠 개발자와 개발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사안이다. 에픽게임즈의 문제 제기 이전에도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 메일 관련 서비스 앱인 ‘헤이 이메일’, ‘프로톤 메일’ 등도 애플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앱 스토어에서 수수료는 단순한 비용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앱 스토어에서 수수료는 해당 스토어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대표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다. 만약 앱 스토어 수수료가 지금보다 낮아지고, 수수료 정책이 보다 유연해진다면 현재 진행 중인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이메일을 통해 수수료가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애플의 정책을 따를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애플이 순순히 자신들이 획득한 시장의 주도권을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의견에 따라 쉽게 내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수수료 문제는 앱 스토어의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짓는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생태계가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확장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앱 스토어는 사람들이 필요하거나 욕망하는 모든 것을 수렴하고 발산하는 장으로써 영향력을 높여왔다. 사람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앱 스토어를 통해 검색하고 획득하는 것이 일상화된 세상을 살고 있다. 현재 앱 스토어 시장을 움직이는 게임의 규칙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가. 그리고 그 게임의 규칙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연 공정한 것일까.

빅 브라더는 누구인가

1980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37년 전 애플은 당시 정보통신 분야의 절대자이자 빅테크 기업인 IBM을 상대로 호기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그 유명한 맥킨토시 광고를 제작하였다. 에픽게임즈는 이 광고를 패러디하여 ‘1980 포트나이트(Nineteen Eighty-Fortnite)’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포트나이트> 등장인물이 큰 화면에서 연설을 펼치는 사과 캐릭터를 깨부수는 장면이 담겨있고, ‘에픽게임즈는 앱 스토어의 독점에 반기를 든다. 부디 2020년이 1984년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싸움에 동참해달라’는 문구로 끝이 난다.

디지털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의 가치가 증가할수록 커지는 막대한 전환 비용, 축적되는 데이터와 수익이 직결되는 구조,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이 더욱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독특성을 가진 승자독식 시장이다.

문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경쟁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운영 체제를 포함한 하드웨어와 앱 스토어 등의 서비스 시장까지 독점하고 있는 애플을 상대로 한 에픽게임즈의 이번 도전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디지털 시장의 승자독식 구조라는 독특성을 해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냐 여부에 있다.

게임 산업의 특이성과 복잡성

기존 PC 게임 시장에서 주요 참여자들은 크게 게임 개발사, 게임 퍼블리셔, 게임 이용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에도 게임 개발사가 가져가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주요 참여자도 변화되는데, 바로 앱 스토어의 등장이다.

또한 게임 시장 자체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과거와 같이 단일 플랫폼으로 고정되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자들이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형태로 동일한 게임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아가 N스크린 기술을 적용한 클라우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 산업은 디지털 혁신 기술이 최초로 적용 및 사용되는 대표 분야이자,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앱 마켓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이 게임에서 발생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도 애플이 밝힌 <포트나이트>의 수수료 수익은 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시장 분석도 존재한다. 에픽게임즈와 같은 게임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앱 스토어의 역할과 과도한 수수료 부과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게임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유통하는 게임 기업일수록 유독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부과와 관련 정책들이 불공정하게 이해될 수밖에 없다. 게임 시장의 참여자와 관련 그룹들이 복잡하게 늘어날수록 게임콘텐츠 개발자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애플은 여전히 구글의 ‘스타디아’, MS의 ‘엑스클라우드’ 등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대한 배타적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앱 스토어에 게임 구독서비스를 추가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앱 스토어에서 게임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되며, 나아가 서비스 품질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게임 산업과 시장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게임콘텐츠 개발자들이 파이를 가장 적게 가져갈 수밖에 없고, 게임 이용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현재 게임에서 시작된 수수료 논쟁은 다른 분야까지 파생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분쟁 와중에 구글은 애플과 다르게 게임에만 부과하던 30% 수수료(인앱 결제)를 오는 10월부터 애플처럼 모든 디지털 재화와 서비스, 콘텐츠로 확대하고 강행할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웹툰과 웹소설 분야를 중심으로 창작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게임 기업의 선택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이지만 게임 기업의 선택은 오히려 분명하다. 결국 도전과 혁신이 지금의 난국을 창조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접근법이 아닌 창의적 도전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와해할 방법을 시장에 제안하고 보완해 나가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다.

에픽게임즈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현재 앱 스토어 구조에 대한 모순을 과감하게 제기하였고, 그 영향에 따라 애플과 구글도 중소개발사와 개발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수수료를 일부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더불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불공정을 타파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6월 11일 미 의회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등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독점 사업 금지법을 발의하면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학자 슘페더(Joseph Alois Schumpeter)는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 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를 하는 기업가를 혁신자로 설명하면서 혁신자에게 요구되는 정신을 기업가 정신으로 설명하였다. 최근에는 산업 전반에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도 확대되고 있다.

게임 기업은 미시적 시각으로 수수료에 한정된 전술만 살필 것이 아니라, 수수료로 상징되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이해하고 최종적으로 애플과 같은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거시적인 전략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Think Different) 애플은 현재 1984년 IBM을 능가하는 거인이 되었다. 시장은 이러한 도전이 공정한 규칙과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 기업들도 가챠 시스템 등과 같은 과거의 유산을 혁신하고 게임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된 메타버스 분야의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게임 산업을 둘러싼 판이 바뀌고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써 플랫폼 참여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바야흐로 ‘선한 플랫폼’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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