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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직거래, 과연 실현될까?

글 강보라(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이번엔 콘텐츠 구독 전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먹거리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선공은 카카오였다. 베타서비스 기간을 거쳐 지난 8월 3일 ‘카카오 뷰’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프리미엄콘텐츠’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베타버전을 제공하고 오는 9월 정식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구독 경쟁의 시작

한국 시장에서 지배적인 검색 엔진과 메신저 서비스로 군림해왔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IP 확보 경쟁에 이어 콘텐츠 구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두 기업의 체질 개선과 관련이 있다. 2021년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전체 매출 중 클라우드, 커머스, 핀테크 등의 신사업 비중이 50%를 넘겼고, 카카오 역시 모빌리티와 페이 등 신사업과 콘텐츠 부문이 전체 매출 가운데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상품의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구독경제의 규모가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것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구독에 투자하는 주요한 이유다. 2021년 초에 발표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구독경제 현황과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구독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8년 이후 연평균 68% 성장해 오는 2025년 약 52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의 구독경제 비즈니스 영역 또한 기존의 가전 렌탈, 콘텐츠에서 뷰티, 주류, 미술품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어가는 추세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등장은 전 세계적인 시장 흐름과 내부적인 신성장 동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네이버는 포털, 카카오는 메신저와의 연계를 발판으로 삼아 신사업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소비자 락인(customer lock-in)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네이버는 네이버 웹툰 등의 웹 콘텐츠를 혜택으로 내걸며 네이버페이 적립 멤버십 상품 이용자를 250만 명 이상 확보한 바 있고, 카카오 또한 카카오톡과 커머스 분야 간의 연계를 통해 동반성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무엇이 다른가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되는 ‘카카오 뷰’와 ‘프리미엄콘텐츠’는 외형적으로 엇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우선 먼저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뷰’는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했다. 이용자에게는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발행해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함으로써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생산자의 관점에서 ‘카카오 뷰’를 살펴볼 때 콘텐츠 생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콘텐츠 생산자는 자신이 게시하고 싶은 콘텐츠의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채널을 개설한 후 자신의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다. 채널에서 기존의 브런치나 티스토리, 카카오 TV 등과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채널을 개설해 카카오 뷰 에디터가 된 콘텐츠 생산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2개 이상 모아 하나의 보드를 발행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오픈 채팅이나 톡 캘린더 등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

네이버의 ‘프리미엄콘텐츠’는 9월 정식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25개의 채널을 시범운영 중이다. 론칭 이후에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가 경제/비스니스, 문화/예술, 이슈, 트렌드/라이프, IT/테크/과학 등의 카테고리 내에서 프리미엄 채널을 개설하여 운영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생산자의 경우 정기구독을 설정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개별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 ‘프리미엄콘텐츠’ 채널을 통해 판매 가능한 콘텐츠의 유형 또한 텍스트뿐 아니라, 동영상, 동영상 라이브, 오디오 등으로 다양하다. ‘카카오 뷰’와 동일하게 ‘프리미엄콘텐츠’ 또한 콘텐츠 생산자가 기존에 운영 중인 채널과 연동이 가능하다. 다만 ‘카카오 뷰’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외부 플랫폼의 콘텐츠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한데 비해 ‘프리미엄콘텐츠’는 네이버포스트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연결해 노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익모델의 측면에서도 ‘카카오 뷰’와 ‘프리미엄콘텐츠’는 구별된다. ‘카카오 뷰’의 경우, 기본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광고 수익 모델을 제안한다. 부차적으로 콘텐츠 이용자가 콘텐츠 생산자를 후원하는 방식이나 생산자가 유료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식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해진 시점에서 ‘카카오 뷰’와 같은 서비스가 콘텐츠 생산자에게 경제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 뷰’의 콘텐츠 창작자들은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에 따라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네이버의 ‘프리미엄콘텐츠’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유료 구독 모델, 즉 페이월(paywall) 방식을 제안한다. 콘텐츠 정기구독의 경우 매달 2,900원에서 19,900원 사이의 구독료를 책정해 구독료를 지불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가 구독료를 통해 얻은 매출의 10%는 플랫폼에 수수료로 넘어간다.

‘카카오 뷰’와 ‘프리미엄콘텐츠’에서는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대형 언론사에서부터 인플루언서, 일반 이용자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콘텐츠 생산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 내에서 노출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의 경우 콘텐츠 생산자는 ‘프리미엄콘텐츠’ 웹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개별 구독자가 자기 계정의 네이버 탭에 콘텐츠 생산자를 등록할 수 있다. ‘카카오 뷰’는 카카오톡 하단의 탭 가운데에 위치해 이용자의 관심 주제에 맞춰 콘텐츠를 노출한다. 한편, 콘텐츠 생산자들이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도 있다. ‘프리미엄콘텐츠’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구독자 데이터와 조회 수, 유입 경로 등의 콘텐츠 데이터를 제공한다. ‘카카오 뷰’ 또한 구독자의 연령대나 유입 경로, 반응 등의 통계 데이터를 콘텐츠 생산자에게 제공하는 등 콘텐츠 발행에 있어 유용한 기능을 마련했다.

이처럼 콘텐츠와 관련된 데이터는 콘텐츠 생산자가 잠재적 수요층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콘텐츠 이용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특정 콘텐츠로 유입이 되었는지를 살피고,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좀 더 정교화된 구도 안에서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개인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언론사와 같은 대단위의 콘텐츠 생산자의 경우에도 그동안의 생산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에서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플랫폼에서 콘텐츠 생산자에게 제공하는 데이터가 만능일 수는 없다. 또한 어떤 측면에서 이 같은 데이터가 오히려 콘텐츠 생산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파편화·세분화되어가는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취향공동체에 부합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콘텐츠와 관련한 데이터의 활용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넘어야 할 산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두 기업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에 대한 다층적인 평가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프리미엄콘텐츠’와 ‘카카오 뷰’ 모두 구독 비즈니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플랫폼 의존성을 높이고 플랫폼 내에서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상품과 캐릭터 등 콘텐츠 이외의 영역에서 구독 서비스를 활발하게 운영 중이고, 이를 기존의 서비스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구독 서비스가 고정 소비자층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두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비해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의 측면에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확실치 않다. 대형 언론사와 같은 콘텐츠 생산자의 경우, 오랫동안 광고 대신 구독료를 받는 모델을 시도해왔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 언론사들은 시범적으로 ‘프리미엄콘텐츠’ 내에서 자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안정적인 유통 채널이 있는 언론사와 달리 개별적인 경로를 마련해야 하는 개인 콘텐츠 생산자의 경우에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낙관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얼마든지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기본 구상이 현실로 넘어오면서 얼마든지 변수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나친 경쟁이 콘텐츠의 무분별한 도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콘텐츠 생산에 투입한 비용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구독경제, 콘텐츠, 플랫폼. 향후 몇 년간 이 3가지 키워드는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다. 네이버의 ‘프리미엄콘텐츠’와 카카오의 ‘카카오 뷰’는 이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아 보인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구독 모델과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려를 딛고, 이용자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원하는 분기점이 과연 찾아올지 지켜볼 일이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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