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독립을 위한 공생

글 김해원(이화여대 인문예술미디어 특임교수)

전 세계적으로 크리에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평범한 당신들

미 주간지 <TIME>은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여 표지 모델로 게재해 왔다. 2006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당신(YOU)’이었다. 2005년 처음 런칭한 유튜브가 1년 만에 열풍을 일으키며, ‘평범한 당신들’을 올해의 인물로 등극시켰던 것이다. ‘웹 2.0’이라는 환경적 변화는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블로그, 미니홈피, 1인 미디어, UCC 등을 가능케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21년 현재, 누구나 글·사진·오디오·영상 등을 이용해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랍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2007년 첫 시행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으로 크리에이터의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구독자 1,000명 이상이고, 지난 12개월 동안 시청 시간 4,000시간이 넘는 크리에이터라면 광고, 구독료, 기부금, 실시간 스트리밍, 유튜브 프리미엄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유튜브 파트너가 올해 200만 명을 돌파했다.

광고부터 후원, 구독까지

그동안 크리에이터의 주 수입원은 광고였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때 콘텐츠 앞, 뒤, 중간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게 되는데, 이렇게 이용자가 시청한 광고는 광고주에게 비용으로 청구되고, 그 비용을 보통 70 대 30 정도의 비율로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이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방송이나 신문 등 전통 미디어의 일반적인 수익 모델로서, 우리는 콘텐츠를 제공받고 즐기면서 유료로 비용을 지불하기보다는 광고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여겨왔다.

이후 유튜브의 슈퍼챗(Super Chat), 슈퍼 땡스(Super Thanks), 틱톡의 코인 후원,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하트 배지, 트위터의 후원하기(Tip Jar) 등 팬들이 크리에이터에게 응원을 보내는 후원제가 등장했다. 최근 오디오 플랫폼 클럽하우스에서도 크리에이터의 프로필에 송금 버튼을 만든 것을 보면, 이제 창작자에 대한 후원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콘텐츠 제공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를 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으로 정착해 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유료 구독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서도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인기 있는 유튜버들은 커뮤니티성 또는 막강한 팬덤으로 단단히 묶여있는 이용자들에게 그들만 즐길 수 있는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며 월 구독료를 받는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트위터의 ‘슈퍼 팔로우($uper Follows)’ 역시 유료 구독 모델이다. 트위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언론인 등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수수료 수익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슈퍼 팔로우 기능은 트윗을 비롯해 음성·영상·뉴스레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소통을 지원한다. 유명 가수를 유료로 슈퍼 팔로우하면 한정 영상을 받거나 신규 앨범의 할인 혜택 등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텀블러(Tumblr)의 ‘포스트 플러스(Post+)’는 아마추어 창작자라도 유료 콘텐츠를 제작해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월 구독료는 최소 3.99달러(약 4,700원)에서 최대 9.99달러(약 1만 1,800원)로, 텀블러는 구독료의 5%를 플랫폼 수수료로 받는다.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나 특별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포스트 플러스의 목적이다.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인기 크리에이터를 자사 플랫폼으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많을수록 이용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 및 트래픽이 증가하고, 광고 수익 또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짧은 동영상 ‘쇼츠’를 부흥시키기 위해 1억 달러(약 1,188억 2,000만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스냅챗, 틱톡(20억 달러, 약 2조 3,764억 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10억 달러, 약 1조 1,800억 원)에서도 비용을 대규모로 조성해 크리에이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 등 크리에이터의 수익화를 위한 노력도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틱톡은 ‘크리에이터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었다. 창작자와 광고주를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창작자에게 수익을 창출해 주기 위해 고심 중이다. 창작자가 스스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하거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웹 2.0 후기에 발군의 크리에이터들이 경제적 활동을 시작했다면 이제 웹 3.0, 즉 메타버스까지 시장은 더욱 폭넓게 확장되었다. 이제 창작자들은 자신의 동력으로 팔로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원하는 플랫폼으로 옮겨 활동할 수도 있으며, 자체 브랜드나 상품을 만들어 거래를 진행하는 등 스스로 비즈니스를 일궈 나갈 수 있는 여러 도구를 갖게 되었다. 이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즉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의 광고 수익에만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를 통해 직접 수익을 올리거나 이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생태계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이 13억 달러(약 1조 5,446억 6,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인사가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유료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중개하는 카메오(Cameo), 예술가 등이 팬으로부터 직접 후원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패트리온(Patreon) 등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유료화를 접목한 스타트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소수의 미디어 기업, 음반 제작사, 출판사가 창작자와 팬 사이에서 강력한 매개자로 군림했다. 어떤 창작자, 어떤 콘텐츠를 무대에 올릴 것인지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힘을 행사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무대를 통해 창작자들은 이제 스스로 자신을 무대에 올리고,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체 수익원을 강화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후원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해주는 플랫폼 등이 생겨나는 등 창작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결국 ‘팬 퍼스트’에서 시작된다. 팬, 고객, 청중이 후원하고 구독하면 광고주가 따라오는 시스템인 것이다. 문제는 독립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플랫폼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진 않다는 점이다. 아티스트는 이제 미디어나 음반사 등에는 좌우되지 않으나, 오히려 플랫폼의 정책이나 알고리즘에 영향받게 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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