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4 2022 Summer

    가상인간, 현실로 로그온

핫트렌드 1

소울충만,
오디오 콘텐츠좌

성상민(문화평론가)

매일 새로운 DJ가 자신의 추억 노래를 선물하고, 생생한 현장음을 담은 가수 송가인의 콘서트가 영상 없이 흘러나온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라디오를 송출하는 ‘네이버 NOW’의 오디오 콘텐츠들이다. 10·20세대를 통해 급속히 유행하고 있는 ‘audio clip’에서는 매력적인 웹소설의 주인공이 실감 나게 대사를 읊고, 소리 내어 엉엉 울기도 한다.

다시 볼륨을 높이다

  • 2022년,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이지만 일찍이 오디오 콘텐츠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애덤 커리와 데이브 와이너를 필두로 한 팟캐스트 이후, 오디오북 등의 음성 소셜 미디어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늘날 미국 내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는 전자책 시장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고, 이제는 각종 콘텐츠로 분할해 가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hot1_img ⓒ Apple Music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오디오는 대세다. 2020년 4월에 첫 출시된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앱 ‘클럽하우스’(Clubhouse)는 코로나19 시대에 큰 반응을 얻었다. 이후 등장한 카카오의 ‘음’(mm), 트위터의 ‘스페이스’(Space)까지 텍스트 기반이었던 소셜 미디어들의 음성을 향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디스코드’(Discord)는 일상에서의 활용을 넘어, 카카오 등에서 기업적 활용을 시도하며 음성 소셜 미디어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팟캐스트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애플 뮤직’ 등의 음악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양대 강자였던 ‘애플 뮤직’과 ‘아마존 뮤직’이 음악 전문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후발주자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시사, 교양 등 주제를 다양화했다. 이에 질세라 지난 2020년, 애플이 팟캐스트 전문 제작업체 ‘스카우트 FM’를 인수하며 다시금 팟캐스트 경쟁에 불을 지폈다.

K-오디오의 시작

  • hot1_img2 ⓒ NAVER NOW.
  • 이런 오디오 콘텐츠 부흥의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 NOW’는 그야말로 쉬지 않고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세대의 음악인을 DJ나 게스트로 섭외해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22년 3월부터는 ‘네이버TV’ 서비스를 NOW로 통합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KT와 카카오 등 대규모 업체들도 오디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21년 9월, ‘지니뮤직’은 오디오북으로 주목받은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인수했다. 이후 오디오에 특화된 드라마와 예능 등을 다루는 ‘스토리G’를 런칭했고, 오디오 플랫폼으로의 진화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채랑비 작가의 웹소설 <아파도 하고 싶은>의 오디오 드라마에 자사 소속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초롱’을 캐스팅하고 서비스에 나서는 등 오디오 콘텐츠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왜 또 음성인가?

  • hot1_img3 ⓒ Shutterstock
  • 그렇다면 유튜브와 OTT 등 한동안 동영상 콘텐츠에 쏠렸던 관심이 왜 다시금 오디오 콘텐츠로 모이고 있는 것일까. 물론,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청취의 용이함’을 무시할 수 없다. 영상 콘텐츠는 아무리 화려하고 멋지다고 한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운전 중이거나 운동 중에는 온전한 향유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오디오 콘텐츠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가 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상을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음성만 듣게 하는 ‘백그라운드 재생’ 서비스를 유료 가입자에게만 서비스하는 것은 이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음은 동영상 콘텐츠의 범람으로 이용자가 느끼는 피로감 속에서 나름의 ‘휴식’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쏟아진 무수한 동영상 콘텐츠는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했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피로감을 누적시켰다. 상승세였던 OTT 서비스 가입자의 수가 최근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기 시작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보는 콘텐츠에 지친 이들에게 오디오 콘텐츠가 화려함에 잠시 잊었던 편안함과 듣는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 hot1_img4 ⓒ MBC
  • 마지막으로 그 어떤 미디어도 오디오 콘텐츠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들을 때, 청중은 진행자와 1:1로 사적인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감상을 받는다. 같은 사연을 소개하더라도 라디오에서 DJ가 읽어주는 사연과 TV 프로그램에서 MC가 소개하는 사연은 다른 차원의 느낌을 준다. 새로운 매체들의 범람 속에서 라디오가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 바로 오디오 콘텐츠가 갖는 독특한 아우라다. 분명하게 이는 아직 다른 콘텐츠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감히 동영상 콘텐츠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다.

    TV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영상 콘텐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라디오도 그렇다. 라디오의 기세가 줄고 있지만, 오디오 콘텐츠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건너뛰기’, ‘몰아보기’ 등 과거의 TV에서 느낄 수 없는 흥미로움을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나 OTT가 제공했듯이 지금 속속 등장하는 오디오 콘텐츠들은 라디오 그 이상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 않는가. 다만, 그 돌고 도는 유행에서는 늘 새로운 무언가가 더해져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앞으로 오디오 시장의 변화에는 무엇이 더해져 또 다른 새로움을 선사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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