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4 2022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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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 디지털 격차

김인애, 전창영 선임연구원(한국콘텐츠진흥원 정보분석팀)

코로나19는 지난 2년여간 개인의 생활은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격차의 발견

  • 2021년 12월에 실시된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기업 활동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원격근무의 확산이다. IT 인프라 부하,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화, 온라인 판매로 전환, IoT 상품 수요 증가 등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는 모두 디지털 전환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의 실행 정도는 기업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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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 제조업, 무역업 등 21개 산업을 대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을 조사한 결과, 5년 이내 디지털 기술 도입 계획이 없는 대기업은 6%에 불과했지만 중소기업은 27%에 달했다. 중소기업이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투자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응답한 중소기업 비율은 38%로, 대기업(29%)보다 9%p 높았다. 이는 중소기업이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 등의 사정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 격차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콘텐츠산업, 잘하고 있을까

  •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22)에 의하면 콘텐츠산업 사업체의 1.8%만이 50인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91.6%가 9인 이하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소규모의 사업체로 이루어진 콘텐츠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사업체 규모에 따른 격차는 어느 정도 존재할까? 이를 알아보고자 한국 콘텐츠산업의 1,02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5인 이하 사업체와 100인 초과 사업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 img2 © 문화체육관광부(2022),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 먼저, 디지털 전환 실행 정도에 대해 5점 척도로 설문을 한 결과, 100인 초과 사업체는 평균적으로 보통(3점) 이상으로 응답했지만, 5인 이하 사업체는 평균 2점대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을 ‘안’ 하겠다는 것일까, ‘못’하고 있다는 뜻일까?

    ‘못’하겠기에, ‘안’하고 있다는 표현이 가장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 의사에 대해 5점 척도로 5가지 설문을 한 결과, 100인 초과 사업체는 역시 평균적으로 보통(3점) 이상으로 응답했지만, 5인 이하 사업체는 평균 2점대에 머물렀다.

  • img3 © 문화체육관광부(2022),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 ‘디지털 기술은 유익하다’는 문항에는 5인 이하 사업체도 평균 3점에 가까운 응답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추천 의사’(2.52점)나 ‘이른 시일 내에 이용 희망’(2.65점)은 낮은 편이었다. 디지털 전환이 유익한 것 같아도 정작 이용은 망설여지는 어떤 장벽이 있다는 뜻이다.

  • img4 © 문화체육관광부(2022),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 다른 항목에서도 5인 사업체는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5인 이하 사업체는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2.65점)을 가장 어렵게 생각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용이성에 대해 100인 이상 사업체가 모든 질문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응답을 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는 5인 사업체가 느끼는 디지털 전환의 진입장벽이 ‘디지털 기술 학습에 대한 어려움’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 img5 © 문화체육관광부(2022),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 디지털 전환 준비 정도에 대한 5가지 문항에서도 5인 이하 사업체와 100인 초과 사업체의 격차는 컸다. 그러나 5인 이하 사업체와 100인 초과 사업체 모두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금’과 ‘지원’이 가장 부족하다고 응답하였다. 사업체 규모와 무관하게 가장 준비 정도가 낮은 항목이 자금과 지원이었다는 것은 디지털 전환에 재정 투입 및 여러 가지 정책 수요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격차 최소화를 위한 제언

  •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의 콘텐츠산업 내에서는 아직 디지털 전환 실행이 미흡하며, 디지털 전환 의사나 용이성 인식 수준도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콘텐츠 사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유익해 보이지만 어렵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지만, 자금이 부족해 디지털 전환을 못 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던 세계경제포럼(2021)의 조사 결과와는 다른 결과이다. 또, 해당 조사를 통해 ‘업체 간 규모의 차이에 따른 디지털 전환 격차’라는 당연해 보이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비즈니스의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일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면 시장구조에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지속가능한 콘텐츠 비즈니스 생태계를 위해 이미 뚜렷하게 벌어진 기업 간 디지털 전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2020)은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였을 때 66%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 역량을 82% 개선할 수 있으며, 목표치의 120%를 적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산업 내에서 디지털 전환 의사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디지털 전환의 성공 사례를 확산하여 그 필요성을 산업 내에서 자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업 규모별 진행 및 인식 수준을 바탕으로 맞춤 정책을 세우고, 규모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테면, 소규모 기업에는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대규모 기업에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교육 및 훈련, 충분한 역량을 갖춘 신규 인력 채용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콘텐츠산업은 그 특성상 기업의 규모별 차이는 물론 장르별 차이도 클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콘텐츠산업’에 적합한 디지털 전환 관련 항목을 보다 구체화하여 더욱 넓은 범위에서 면밀한 실태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 규모 별 맞춤 정책 수립과 소규모 사업체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 자세한 내용은 KOCCA Focus 통권 140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콘텐츠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 문화체육관광부(2022),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2021년 실시).
  • BCG(2020), Flipping the Odds of Digital Transformation Success. Boston Consulting Group. MA.
  • WEF(2021), 「COVID-19 and Technology Adoption in Small and Medium-Size Enterprises : The Impact and the Way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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