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라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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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에 등장한 D&D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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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세계, 가상의 인물, 가상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고대인이 전승하던 부족 신화부터 소설과 영화, 게임은 물론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존재하진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또 다른 세계와 그 안의 인물에게 빠져든다.
나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마음속에서 다시 돌려 보고, 다른 전개를 떠올리고,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상상한다. 그렇게 그 세계와 캐릭터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여, 한 번 더 생명을 얻는다.
TRPG는 그 힘을 활용하여 이야기에 대한 욕망을 끝까지 가져가는 놀이다. PC 게임이 가진 화려한 그래픽이나 정교한 밸런스, 리얼타임 액션은 없다. 잘 만든 소설이나 영화 같은 치밀함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힘만큼은 어느 매체보다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