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5 2022 Autumn

    콘텐츠, 너나들이

핫트렌드 1

이제 다시, 페스티벌!

김미소 총감독(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 전염병이 전 지구를 뒤덮은 지난 3년, 페스티벌은 전멸했다. 영국의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도, 미국의 코첼라(Coachella)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특정한 시·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는 페스티벌 고유의 성격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박수, 함성, 떼창, 슬램, 허그, 깃발과 같은 것들은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고, 온라인 세상에는 라이브 스트리밍, VR, XR,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과 페스티벌이 빠르게 등장했다. 갈팡질팡하던 페스티벌은 22년 마침내, 다시 오프라인을 선언했다. 사람들은 3년 만에 재개하는 세상의 많은 페스티벌을 반겼다. 지난 8월 5일부터 개최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는 17회 역사상 최다 관객인 13만 명이 참여했다. 멸망할 것 같았던 축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 hot1_img1 2022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 © The Independent

페스티벌의 쓸모에 관하여

  • '모과이(MOGWAI) 라이브와 오리날다 떼창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은 한국 락페뿐이야'

    며칠 전, 지인은 SNS에 위와 같은 소감을 적었다. 펜타포트의 흥분과 여운으로 가득 찬 채였다. 스코틀랜드 포스트 록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에 전율을 느끼다가, 익숙한 멜로디의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를 수많은 사람과 함께 부르는 경험을 페스티벌이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장르, 국가, 세대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무대를 보러 페스티벌에 왔다가도, 라이브 공연에 매료되어 새로운 뮤지션의 팬이 되기도 한다. 누군지 모를 낯선 사람들과 떼창을 하고 춤을 추며 경계를 허문다. 뮤지션에게 축제는 새로운 팬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고,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 로컬에서 글로벌 무대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뮤지션, 현장 스태프, 관객 모두가 음악을 매개로 같은 시·공간에 모여 함께하는 에너지를 감각하고 일시적 공동체가 되는 것이 바로, 음악 페스티벌이다.

  • hot1_img2 2022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 Peace Train Inc.
  • 필자가 만드는 피스트레인과 여타 동료들의 페스티벌에서 그런 마법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때 눈으로 본 실체와 몸으로 기억하는 현장은 여전히 축제의 존재를 믿게 한다. 경제적 쓸모 저편에 있는 자유, 평화, 다양성, 공존 같은 것들이 한쪽으로 비대하게 쏠려있는 우리 삶의 균형을 맞춰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리고 거대한 자본주의의 알고리즘 바깥에서 여전히 신선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탄생하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환경과 생태계에 인류 활동이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생태계는 어떤 장소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 요소와 비생물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모든 요소가 있어 제 기능을 하는 '살아있는 전체'를 말한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쓸모 있어야 한다. 축제도 그중 하나다.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선사하는 활기는 여전히 우리 삶의 주요한 동력이다.

지속가능한 페스티벌을 위하여

  • 우리나라의 축제는 연간 1,300개가 넘는다. 국내 대부분 페스티벌은 지난 2년간 개최될 수 없었다. 이는 축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는데, 대한민국에서 축제는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마시고 노는 일탈적 행위를 하는 단순 '행사'로 간주되었다. 특히 대중음악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떼창을 하며 바이러스 전파력을 높인다는 의도하지 않은 특수성때문에 클래식과 달리 강력한 규제가 지속됐다. 상업 축제나 대형 공연의 경우 장소 승인 불가로 취소되었고, 지자체가 직·간접으로 주최하는 지역 축제의 경우, 단체장과 주무 부처의 의지가 축제의 개최 여부를 결정지었다.

  • hot1_img3 2022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 인천 펜타포트
  • 올해 4월이 지나며 공연과 축제들이 재개되고 있다. 국제적 이동 제한이 풀리자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해외 뮤지션의 대형 공연, 이를 헤드라이너로 하는 대형 페스티벌, 브랜드 페스티벌의 전국 투어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이 줄줄이 개최될 예정이다. 흥행을 예상하며 늘어나는 공연·페스티벌과 지난 시간에 대한 관객들의 보복성 소비, 이와 대조적으로 상승세인 코로나로 다시 노심초사하는 업계, 단체장의 교체로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것이 현재 페스티벌 씬의 모습이다.

    페스티벌이 다시 중단되거나 취소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페스티벌만의 문화를 정립하고, 페스티벌 문화를 사랑하는 팬과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매출, 관객 수로 치부되는 경제적 효과만이 아닌, 페스티벌이 우리 사회 안에서 왜 필요한지를 가시화하고, 페스티벌에서만 가능한 사회적 영향을 측정·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일탈과 오락을 넘어설 수 있는 페스티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는 상업 페스티벌도, 공공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활성화 된 지 20여년이 지났고, 그동안 휘발되어 사라지는 페스티벌을 지켜봐 왔다. 이제는 지난 3년의 페스티벌 암흑기를 기억하며, 페스티벌 문화와 생태계를 탄탄히 다져야 할 때다. 무엇보다 페스티벌 '존재' 자체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페스티벌을 지속하게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 찾아올 전염병 같은 재난에도 굳건히 제작되는 페스티벌. 관객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페스티벌이 여럿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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