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의 쓸모에 관하여
-
'모과이(MOGWAI) 라이브와 오리날다 떼창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은 한국 락페뿐이야'
며칠 전, 지인은 SNS에 위와 같은 소감을 적었다. 펜타포트의 흥분과 여운으로 가득 찬 채였다. 스코틀랜드 포스트 록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에 전율을 느끼다가, 익숙한 멜로디의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를 수많은 사람과 함께 부르는 경험을 페스티벌이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장르, 국가, 세대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무대를 보러 페스티벌에 왔다가도, 라이브 공연에 매료되어 새로운 뮤지션의 팬이 되기도 한다. 누군지 모를 낯선 사람들과 떼창을 하고 춤을 추며 경계를 허문다. 뮤지션에게 축제는 새로운 팬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고,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 로컬에서 글로벌 무대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뮤지션, 현장 스태프, 관객 모두가 음악을 매개로 같은 시·공간에 모여 함께하는 에너지를 감각하고 일시적 공동체가 되는 것이 바로, 음악 페스티벌이다.
- 2022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 Peace Train Inc.
-
필자가 만드는 피스트레인과 여타 동료들의 페스티벌에서 그런 마법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때 눈으로 본 실체와 몸으로 기억하는 현장은 여전히 축제의 존재를 믿게 한다. 경제적 쓸모 저편에 있는 자유, 평화, 다양성, 공존 같은 것들이 한쪽으로 비대하게 쏠려있는 우리 삶의 균형을 맞춰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리고 거대한 자본주의의 알고리즘 바깥에서 여전히 신선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탄생하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환경과 생태계에 인류 활동이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생태계는 어떤 장소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 요소와 비생물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모든 요소가 있어 제 기능을 하는 '살아있는 전체'를 말한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쓸모 있어야 한다. 축제도 그중 하나다.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선사하는 활기는 여전히 우리 삶의 주요한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