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5 2022 Autumn

    콘텐츠, 너나들이

PEOPLE 1

서수민 크리에이터 가우스전자, 맛 좀 볼래?

김현주  사진 서봉섭

글로벌 누적 조회수 26억뷰 웹툰 <가우스전자>가 10년만에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 배우 곽동연, 고성희, 배현성, 강민아 등이 합류한 가운데, 최강 코미디 군단 서수민 크리에이터와 박준수 PD가 제작에 참여하며 세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서수민 크리에이터를 만나 방송 업계에서의 커리어와 <가우스전자> 제작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 people1 © 서봉섭

문어발 이력, 그 자체

안녕하세요, 서수민 대표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예능 PD 서수민입니다. KBS에 입사해서 20여 년간 예능 쪽에 몸담았어요. KBS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에 있다가, 지금은 링가링이라는 제작사를 만들어서 일하고 있습니다. 3년 정도 된 제작사인데, PD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살려 예능, 드라마, 숏폼까지 재밌는 콘텐츠를 일단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KBS의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대표작이 많으시죠. 주로 어떤 작품들을 거쳐오셨나요?

<슈퍼맨이 돌아왔다>, <인간의 조건>은 기획에 참여했고요. 드라마 <프로듀사>를 연출하고, <마음의 소리>라는 웹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했어요. 몬스터유니온에서는 <김생민의 영수증>과 <최고의 한방>을 만들었습니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는 <돌싱글즈> 같은 예능도 여럿 기획했고요. 드라마는 링가링에선 <가우스전자>가 처음이네요.

누구나 변화가 두려울 텐데, 대표님의 이력에는 그런 두려움이 없어 보여요. 장르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업계에서의 '생존'이 목적 아닐까요?(웃음) KBS에 있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프로듀사>도 예능국에서 하는 드라마라는 게 새로운 도전 같았고, <김생민의 영수증>도 팟캐스트에 나와 있는 콘텐츠를 다시 영상화시키는 과정이 새로웠죠. 그런데 제작사를 차리고 나서는 조금 보수적으로 되더라고요. 너무 새로우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아주 조금의 새로움만 추구하자는 마음으로 시도하고 있어요.

업계에 오래 있으셨으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링가링의 대표이자 제작자로서 원하는 작품은 어떤가요?

사실 어떤 것을 하면 성공하겠다는 카테고리가 분명히 있긴 해요.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컬러, 다양한 의미가 있잖아요. 그중에서 링가링만의 색깔을 내 볼 수 있는 걸 찾아보고 있어요. 규모나 장르에 상관없이 우리만의 색으로, 귀엽고 재미있을 수 있는 정도가 좋겠어요.

괜찮았고 괜찮을 나, <가우스전자>

  • people1_2 © olleh tv, seezn

새로운 직함이죠. <가우스전자>의 크리에이터로 돌아오셨어요. <가우스전자>, 어떤 작품인지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우스전자>는 네이버웹툰 1기에 해당하는 인기 웹툰입니다. 곽백수 작가님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일 연재하셨고, 당시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후에 나온 많은 작품도 <가우스전자>의 캐릭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직장 생활의 애환과 정서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란 어떤 역할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적 개념이라고 들었어요. 전체 얼개를 잡고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가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모두 했었기 때문에 코미디의 단타성 웃음과 드라마의 서사적 장치를 알고 있거든요. 작가님들과 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잡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그런 롤을 담당했습니다. 작가님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역할이긴 해요.(웃음)

30·40대는 웹툰 원작을 대부분 아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증된 IP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부담되진 않으셨나요?

그래서 반려를 여러 번 했어요. 물론, <가우스전자>는 시트콤을 만드는 입장에서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그런데도 원작을 소유한 '팬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이 쉽게 수락이 안 되더라고요. 원작의 재미를 살리면서 어떻게 드라마화를 해야 할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죠. 그래서 거의 1년 반 만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웹툰 원작의 경우, 그 웹툰의 매력을 정말 현실고증처럼 옮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웹툰과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강조하는 작품이 있죠. <가우스전자>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저는 <가우스전자>의 본질이 시대성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그 무렵의 시사와 키워드, 라이프 스타일과 오피스 라이프를 반영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매료시킨 것은 단연 시대성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2022년의 오피스 드라마 <가우스전자>는 중심 캐릭터는 살리되, 동시에 현대의 시대성을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이 나온 지 10년, 강산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긴 시간인데요. 그 시대적 간극을 메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가우스전자>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특히 그랬어요. 당시의 '건강미'는 그 시기 유행하던 '베이글', 아기 같은 얼굴과 성숙한 몸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2022의 '건강미'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생활력이 강한 것에 포인트를 뒀어요. 물론 원작을 해쳤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품 자체가 시대성을 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시대성에 맞춰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 people1_3 (왼쪽) 드라마 <가우스전자> (오른쪽) 만화 <가우스전자> © olleh tv, seezn, 중앙북스

캐릭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우스전자>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캐스팅이에요. 혹시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요?

곽동연 배우요. 원래는 '백마탄' 역할을 생각했어요. 빈센조 이후 재벌남 이미지가 각인이 되어있던 거죠. 그런데 제가 '이상식'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어요. 실제로도 그 역할이 더 끌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라 중요한 캐릭터인데, 스크립트 상에서 과장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곽동연 배우가 눈빛과 연기로 해내는 걸 보고 너무 감사했어요.

더불어 <음악의 신2>로 20·30의 웃음 저격에 성공한 박준수PD님과 함께 하고 계신데요. 일각에서는 '코미디 장인'들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작업 과정은 어떠셨어요?

이 팀은 그저 모든 게 즐거웠어요. 합이 척척 맞았어요. '우리가 너무 장난처럼 임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요. 서로 다른 장르에 있던 사람이 만나서 일할 때 생기는 시너지도 있지만, 같은 분야에 있던 사람과의 시너지를 경험한 것 같아요. 대본상 미비했던 부분도 감독님은 놓치지 않고 잡아주시거든요.

그럼 <가우스전자>라는 작품 자체가 지향하는 웃음 코드는 어떤 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감독님이 지향하시는 건 블랙 코미디, 저는 애정과 열정이 충만한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요. 제가 이런 대답을 하면 웃기려고 하는 말인 줄 아시거든요?(웃음) 하지만, 진짜예요. <가우스전자>는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사랑하는 이야기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 조금 더 잘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에너지는 무조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장르를 굳이 붙이자면 'B급 블랙 로맨틱 코미디'인 것 같습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실제로 왓챠의 <좋좋소> 흥행과 함께 오피스 코미디물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이 장르의 매력은 뭘까요?

공감이죠. 오피스는 사실 전쟁터고, 오피스물은 총칼 없는 전쟁 영화라고 생각해요. 매일 싸우고, 옆에 앉은 사람에게 살인 충동도 드는 그런 무서운 곳이죠. 세세한 감정선에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오피스' 같아요.

<가우스전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인데요. 정부의 이런 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실질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가우스전자> 같은 경우는 시트콤이다 보니,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들어가는 재원은 일반적인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특히 코로나로 인한 촬영 지연이나 여러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더불어 시장의 변화도 체감하고 계시는가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면요?

공식이 사라진 점 같아요. 과거엔 그래도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하는 공식이 어렴풋이 있었거든요.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은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니까요. 아쉬운 점은 온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이젠 사라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제가 만든 콘텐츠를 전 국민이 동 시간대에 같이 공감해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 people1_4 © 서봉섭

9월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으신데, 소감은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부끄러움, 기대, 후련함, 아쉬움. 그런 마음들이 조금씩 있어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미련도 남고요. 사실 저는 미드폼 드라마에 대한 동료 의식이 있거든요. <술꾼도시여자들>이나 <내과 박원장>, <유니콘>, <위기의 X> 같은 미드폼 드라마와 코믹 드라마를 보면서 이 장르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 색깔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요. 시장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릴 일만 남았네요.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가우스전자>를 통해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그냥 '나는 괜찮네'를 느꼈으면 해요.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 정도면 괜찮네' 하는 조소가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공감이요. <가우스전자>의 캐릭터를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다름'이었어요. 캐릭터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름'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오피스는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집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잖아요. 서로의 다른 점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나는 괜찮네' 하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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