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함이죠. <가우스전자>의 크리에이터로 돌아오셨어요. <가우스전자>, 어떤 작품인지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우스전자>는 네이버웹툰 1기에 해당하는 인기 웹툰입니다. 곽백수 작가님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일 연재하셨고, 당시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후에 나온 많은 작품도 <가우스전자>의 캐릭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직장 생활의 애환과 정서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란 어떤 역할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적 개념이라고 들었어요. 전체 얼개를 잡고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가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모두 했었기 때문에 코미디의 단타성 웃음과 드라마의 서사적 장치를 알고 있거든요. 작가님들과 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잡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그런 롤을 담당했습니다. 작가님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역할이긴 해요.(웃음)
30·40대는 웹툰 원작을 대부분 아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증된 IP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부담되진 않으셨나요?
그래서 반려를 여러 번 했어요. 물론, <가우스전자>는 시트콤을 만드는 입장에서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그런데도 원작을 소유한 '팬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이 쉽게 수락이 안 되더라고요. 원작의 재미를 살리면서 어떻게 드라마화를 해야 할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죠. 그래서 거의 1년 반 만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웹툰 원작의 경우, 그 웹툰의 매력을 정말 현실고증처럼 옮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웹툰과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강조하는 작품이 있죠. <가우스전자>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저는 <가우스전자>의 본질이 시대성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그 무렵의 시사와 키워드, 라이프 스타일과 오피스 라이프를 반영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매료시킨 것은 단연 시대성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2022년의 오피스 드라마 <가우스전자>는 중심 캐릭터는 살리되, 동시에 현대의 시대성을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이 나온 지 10년, 강산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긴 시간인데요. 그 시대적 간극을 메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가우스전자>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특히 그랬어요. 당시의 '건강미'는 그 시기 유행하던 '베이글', 아기 같은 얼굴과 성숙한 몸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2022의 '건강미'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생활력이 강한 것에 포인트를 뒀어요. 물론 원작을 해쳤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품 자체가 시대성을 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시대성에 맞춰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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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드라마 <가우스전자> (오른쪽) 만화 <가우스전자> © olleh tv, seezn, 중앙북스
캐릭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우스전자>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캐스팅이에요. 혹시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요?
곽동연 배우요. 원래는 '백마탄' 역할을 생각했어요. 빈센조 이후 재벌남 이미지가 각인이 되어있던 거죠. 그런데 제가 '이상식'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어요. 실제로도 그 역할이 더 끌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라 중요한 캐릭터인데, 스크립트 상에서 과장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곽동연 배우가 눈빛과 연기로 해내는 걸 보고 너무 감사했어요.
더불어 <음악의 신2>로 20·30의 웃음 저격에 성공한 박준수PD님과 함께 하고 계신데요. 일각에서는 '코미디 장인'들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작업 과정은 어떠셨어요?
이 팀은 그저 모든 게 즐거웠어요. 합이 척척 맞았어요. '우리가 너무 장난처럼 임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요. 서로 다른 장르에 있던 사람이 만나서 일할 때 생기는 시너지도 있지만, 같은 분야에 있던 사람과의 시너지를 경험한 것 같아요. 대본상 미비했던 부분도 감독님은 놓치지 않고 잡아주시거든요.
그럼 <가우스전자>라는 작품 자체가 지향하는 웃음 코드는 어떤 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감독님이 지향하시는 건 블랙 코미디, 저는 애정과 열정이 충만한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요. 제가 이런 대답을 하면 웃기려고 하는 말인 줄 아시거든요?(웃음) 하지만, 진짜예요. <가우스전자>는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사랑하는 이야기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 조금 더 잘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에너지는 무조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장르를 굳이 붙이자면 'B급 블랙 로맨틱 코미디'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