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5 2022 Autumn

    콘텐츠, 너나들이

KOCCA ON

2022 국제 방송영상마켓 글로벌 콘텐츠산업의 변화와
한국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

연사 에드 월러 편집자(C21 미디어)   정리 김현주

변화와 기회의 시작

  • on_1 2017-2022 일일 평균 TV시청 시간  출처 : BARB. Total TV, all individuals aged 4+, consolidated up to 28 days.
  • 2022년 최근, 선형 TV(Linear TV)의 하락세가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BCWW 발제를 통해 락다운으로 인한 선형 TV의 일시적 상승세가 보인다고 발언했었는데요. 봉쇄 해제와 함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에 이제 방송사의 시대가 완전히 갔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물론 시청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완전히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VOD 사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VOD가 레거시 TV 방송사의 수입을 일부 보완해 나가는 하나의 방안이 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선형 TV와 반대되는 산업이 바로 OTT입니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OTT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골라 보고자 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난 1, 2분기에 넷플릭스가 구독자 감소 이슈를 겪으며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디즈니의의 자회사나 HBO맥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성장하기도 했죠. OTT 플랫폼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해외 OTT 시장의 지각 변동은 오히려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에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신규 구독자를 유치하고,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플랫폼은 시청자가 가진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 또는 전 세계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니즈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미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과거에는 미국, 즉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 콘텐츠가 전 세계 황금 시간대를 독점하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시청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인디 또는 각국 제작사의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로서는 훨씬 다채로운 콘텐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on_3 연사 에드 월러 편집자 © 한국콘텐츠진흥원
  • 변화의 양상이 해외 배급사에 즐거운 소식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디즈니 등 미국 스튜디오는 대부분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들은 주로 스크리닝 행사, 마켓 등을 통해 활발히 콘텐츠를 판매했고, 미국의 방송사와 기타 해외 배급사들은 이를 매입해왔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진 현재 시점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배급 전략에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에 미국의 방송사와 기타 배급사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해외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각국의 포맷(Unscripted Format·각본이나 형식이 없는 포맷)에 대한 수요 증가를 불러왔습니다. 영국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포맷 수출국으로 자리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BBC, Channel 4와 같은 방송사의 역할이 큰데요. Channel 4의 경우 애초에 대안적인 프로그래밍을 위해 만들어진 채널이기 때문에,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쇼를 방송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BBC의 경우 공영방송사이기 때문에 매해 약 30억 이상의 보장된 소득이 있고, 덕분에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 영국은 두 공영방송사로 인해 포맷 등에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국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게 다른 국가의 방송사가 영국에 외주를 맡기기 시작했고, 그중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이뤄내면서 영국 제작 산업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는데요. 영국 방송이 지금의 독자적 자원을 가진 사업이 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이슈로 인한 예산 삭감 압력 때문에 흥행한 포맷을 계속해서 리부팅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마스터 셰프>, <갓 탤런트>와 같은 대표 프로그램이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영국에서도 해외 포맷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고 있죠.

한국이 가진 힘, 인디

  • 현재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포맷 공급국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은 독보적으로 많은 포맷을 판매했고, 전 세계 4대 포맷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지난 12개월간 가장 잘 팔린 포맷 1위로 MBC의 <복면가왕>, 3위는 CJ ENM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차지했습니다. 과거에도 어떤 특정 지역의 인기가 확 올랐다가 용두사미처럼 사그라드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한국 포맷 산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가 입을 모아 거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포맷 전문가 로버트 클라크는 "한국은 절대 가볍게 볼 국가가 아니고, 앞으로도 큰 성공을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하나의 포맷이 성공을 거둔 후에 다른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는데, 한국은 계속해서 흥미로운 포맷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인 시각이 대다수인 상황입니다.

  • on_2 BCWW 2022 현장 © 한국콘텐츠진흥원
  • 한국은 포맷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공급하고 있습니다. 포맷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중단으로 잠시 수출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포맷이 아닌 일반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보았을 때,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수출한 집단이 바로 '독립 제작사'입니다. 한국의 독립 제작사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17% 성장했고,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드라마 IP도 더 많이 확보하게 되었고요. 한국의 독립 제작 산업 역시 앞서 언급한 영국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현재 수동적으로 판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IP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03년 통신법이 통과되면서 판권이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넘어갔습니다. 이는 대규모의 인재들이 방송사를 떠나 독립 제작사를 차리고, 자유롭게 제작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한국도 그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선 독립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배급까지 진행하거나, 배급사가 독립 제작사를 인수하는 경우. 그리고 독립 제작사가 증권 거래소에서 상장하는 등 다양한 변모를 겪었습니다. 한국이 영국의 독립 제작 시장과 비슷한 성장 스타일을 보이는 만큼, 독립 제작사들이 어떻게 진화할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2004년 BCWW에 처음 왔을 땐, <겨울연가>가 일본에 판매되었다는 것을 몹시 자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 포맷이 처음으로 필리핀에 판매가 되었다는 것에 기뻐했고요. 그런데 이제 한국은 전 세계 4대 포맷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콘텐츠가 2023년 이후에도 계속 주목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포맷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