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10대만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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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용자를 떠올려보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10대나 20대의 남성,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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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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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통계 자료는 이것이 모두 우리의 고정관념임을 알려준다. 올해 10세부터 65세까지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1)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74.4%가 게임을 이용한다고 보고했다. 이 중에서 50대는 61.3%, 60-65세는 34.1%가 게임을 이용했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하여 이용할 의사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PC 게임 머니와 아이템 구입률은 50대 63.1%, 60-65세 54.9%로 10대 50.5%, 20대 59.5%와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해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의 자료2)에 따르면 미국 게임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에서 45세에 걸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분포에서 중노년층 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 것,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이 나이 들어간 것,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며 게임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은 이러한 변화의 추세와 관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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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ee, S., Shi, C. K., & Doh, Y. Y. (2021). The relationship between co-playing and socioemotional status among older-adult game p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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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제작을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50~69세 사이(평균 나이 59.2세) 190명의 디지털 게임 이용 행태를 조사3)했다. 주로 즐기는 게임 장르로는 애니팡,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 게임, 고스톱, 바둑 등의 온라인 보드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물론, 실제 설문 응답자가 주로 이용하는 게임인 것은 맞으나, 애초에 중노년층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상용 게임 선택의 폭이 워낙 좁아 다소 치우친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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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 워크숍 출처: Lee, S., Oh, H., Shi, C. K., & Doh, Y. Y. (2020). Life Review Using a Life Metaphoric Game to Promote Intergenerational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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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추가로 50~80대 중노년층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게임 플레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만나 관찰하고 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 이용 방법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이나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게임이나 디지털 문화와 함께 자라났기 때문에 게임 이용 방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깨우쳐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노년층 이용자의 경우 디지털 문명을 그야말로 '학습'했기 때문에 게임도 마찬가지로 체화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해 본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또 게임의 혜택을 명확히 인식할수록, 자신의 게임 플레이 경험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인식의 선순환이 생긴다.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의 유익함과 유해함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는 하나의 집단이기에 모두 비슷한 선호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마치 '우리 부모님은 늘 고스톱과 애니팡만 해'라고 보지도 않고 결정지어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중노년층도 10·20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명확한 취향을 가진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게임을 접하게 하고, 그중에서 개인이 선호하는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공통적인 지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거나 빠른 반응을 해야 하는 게임은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선호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게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이해하거나 타인과 연결된다는 느낌 자체를 즐긴다.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혹은 다른 세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이 그들을 게임에 다시 접속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