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5 2022 Autumn

    콘텐츠, 너나들이

N Story 3

우리도 게임을 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도영임 교수(KAIST 문화기술대학원)

코로나19 확산 이후, 게임은 개개인을 연결하는 의사소통 방식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은 인간 고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은 놀이와 디지털이 결합하며 시작된 것이다. 놀이가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문화라면, 과연 게임도 그러할까?

  • n3_1 '지금 세대가 할아버지가 되면 벌어지는 일' © <진용진> 유튜브

게임, 10대만 즐긴다?!

  • 게임 이용자를 떠올려보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10대나 20대의 남성,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곤 한다.

  • n3_2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 그러나 최근 통계 자료는 이것이 모두 우리의 고정관념임을 알려준다. 올해 10세부터 65세까지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1)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74.4%가 게임을 이용한다고 보고했다. 이 중에서 50대는 61.3%, 60-65세는 34.1%가 게임을 이용했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하여 이용할 의사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PC 게임 머니와 아이템 구입률은 50대 63.1%, 60-65세 54.9%로 10대 50.5%, 20대 59.5%와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해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의 자료2)에 따르면 미국 게임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에서 45세에 걸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분포에서 중노년층 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 것,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이 나이 들어간 것,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며 게임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은 이러한 변화의 추세와 관련 있을 것이다.

  • n3_6 출처: Lee, S., Shi, C. K., & Doh, Y. Y. (2021). The relationship between co-playing and socioemotional status among older-adult game players.
  •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제작을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50~69세 사이(평균 나이 59.2세) 190명의 디지털 게임 이용 행태를 조사3)했다. 주로 즐기는 게임 장르로는 애니팡,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 게임, 고스톱, 바둑 등의 온라인 보드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물론, 실제 설문 응답자가 주로 이용하는 게임인 것은 맞으나, 애초에 중노년층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상용 게임 선택의 폭이 워낙 좁아 다소 치우친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 n3_7 게임 플레이 워크숍 출처: Lee, S., Oh, H., Shi, C. K., & Doh, Y. Y. (2020). Life Review Using a Life Metaphoric Game to Promote Intergenerational Communication.
  • 이에 추가로 50~80대 중노년층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게임 플레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만나 관찰하고 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 이용 방법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이나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게임이나 디지털 문화와 함께 자라났기 때문에 게임 이용 방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깨우쳐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노년층 이용자의 경우 디지털 문명을 그야말로 '학습'했기 때문에 게임도 마찬가지로 체화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해 본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또 게임의 혜택을 명확히 인식할수록, 자신의 게임 플레이 경험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인식의 선순환이 생긴다.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의 유익함과 유해함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는 하나의 집단이기에 모두 비슷한 선호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마치 '우리 부모님은 늘 고스톱과 애니팡만 해'라고 보지도 않고 결정지어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중노년층도 10·20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명확한 취향을 가진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게임을 접하게 하고, 그중에서 개인이 선호하는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공통적인 지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거나 빠른 반응을 해야 하는 게임은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선호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게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이해하거나 타인과 연결된다는 느낌 자체를 즐긴다.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혹은 다른 세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이 그들을 게임에 다시 접속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게임이란

  • 그렇다면 중노년층 이용자에게 게임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게임 경험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자신을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지나온 인생 전체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빛나던 한순간을 잘라내어 다시 경험하게 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플레이 과정에서 지나온 인생을 회고하고, 억눌렸던 과거의 감정을 되돌아보며, 가슴 설레게 하는 미래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자기 통합의 경험을 맛본다.4)

  • n3_3 © 동아일보
  • 또한 중노년층 이용자에게 게임은 지적 자극과 도전,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를 익힌다. 기능성 게임처럼 학습이 목적인 게임이 아니라 상업용 게임을 통해서도 학습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를 극복하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특히 고령 이용자의 경우에는 치매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 게임을 통해 지적인 활력을 얻고 치매를 예방하고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때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사회적 고립을 넘어 더 넓은 세계의 사람들과 확장된 관계와 유대를 맺을 기회를 제공한다. 자녀의 게임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중년 이용자는 워크숍에서 직접 게임을 해 보고 자녀의 게임 지속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가족과 직장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제한된 사회적 역할로 살아가던 50대 이용자는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고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채널을 얻었다는 기쁨을 이야기했다.

진짜 필요로 하는 것

  • 하지만 동시에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함과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젊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현재의 게임 디자인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쉽게 적응하고 따라가기 어려운 문턱과 진입 장벽을 만든다.

  • n3_4 잦은 외국어 사용으로 인해 어려운 게임 © supercell
  • 예를 들어, 순발력과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실시간 게임은 어렵기만 하다. 글자와 오브젝트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게임 인터페이스나 게임 방법이 복잡해서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의 경우, 게임의 컨셉이나 스토리가 중노년층 이용자의 삶의 맥락과 이어지지 않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스토리 안에서 고령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 연령 차별적인 시각을 경험했다면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게임 자체의 구성이나 기획, 개발에서 물리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에게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해 접근성을 높이자고 제안하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해야 하는지, 하드웨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실사용자들은 주변에 함께 하는 이용자와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지식과 정보가 제공되는 것,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 공간이 있을 때 게임에 대한 경험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확장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술적인 접근성 문제 해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개별적인 게임 이용 상황이나 필요한 요구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원 인력이나 사회적 지지 체계 안에서 여타 자원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연계 활동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 n3_5 세대를 연결하는 게임 디자인 가이드 © creativecommons
  • <세대를 연결하는 게임 디자인 가이드: 50대 이상 게임 이용자를 중심으로>5)는 다학제 전문가들이 모여 50대 이상 이용자의 게임 경험을 분석하고, 게임 제작자들이 참고하기 쉽게 게임 디자인 문법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중노년층 이용자의 편리한 게임 이용을 돕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내용을 담은 것이다.

    1장에서는 20대부터 80대까지 각 나이대의 시각-운동 협응 능력을 고려해, 게임 과업별로 적정한 난이도를 제안했다. 또, 시청각 요소, 인지 및 운동 요소, 게임 규칙과 스토리, 캐릭터, 소셜 요소, 인 앱 광고 및 결제와 같은 세부 게임 요소별로 게임 디자인 시에 참고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것을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해당 가이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소개한다. 연구기간 동안 초세대 게임 리빙 랩을 운영하면서 시각-운동 협응 실험, 인지 및 뇌파 실험, 시민연구원의 참여 워크숍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3장은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시니어 플레이어라는 이용자 특성을 정리하고, 4장과 5장에서는 각각 게임 서비스 모델 제안과 향후 연구 방향 등을 이야기한다. 해당 가이드는 실제 중노년층 대상의 게임을 제작할 때나 기존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할 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중노년층 이용자가 게임을 이용하면서 조금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적 기초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건강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세대 격차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 누구나 즐기고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게임 문화의 큰 마당을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다양한 게임 이용자를 위한 접근성과 포용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가 마련됐으면 한다. 이에 중노년층을 넘어 또 다른 소외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점차 게임 이용자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대가 커질 수 있기를. 그래서 진정 '모두의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1)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 2)
  •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2020). 2020 essential facts about the computer and video game industry.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Retrieved from https://www.theesa.com/esa-research/2020-essential-facts-about-the-video-game-industry
  • 3)
  • Lee, S., Shi, C. K., & Doh, Y. Y. (2021). The relationship between co-playing and socioemotional status among older-adult game players. Entertainment Computing, 38, 100414. https://doi.org/10.1016/j.entcom.2021.100414
  • 4)
  • Lee, S., Oh, H., Shi, C. K., & Doh, Y. Y. (2020). Life Review Using a Life Metaphoric Game to Promote Intergenerational Communication. Proceedings of the ACM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4(CSCW2), 1-21. https://doi.org/10.1145/3415169
  • 5)
  • 이병주, 도영임, 이경면, 신준영, 도민석, 이세연, 이인정, 박석범 외 (2022) 세대를 연결하는 게임 디자인 가이드: 50대 이상 게임 이용자를 중심으로. KAIST. 대전 (국문) https://wikidocs.net/book/7249 (영문) https://wikidocs.net/book/7356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