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5 2022 Autumn

    콘텐츠, 너나들이

PEOPLE 2

독고정은 페스티벌 '나다' 총감독 경계를 허물고, 다 같이 즐기자고!

김현주  자료제공 독고정은

지난 5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교동에서 페스티벌 '나다'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나다'는 장애인을 위한 페스티벌이면서, 동시에 모두를 위한 다원예술축제다. 올해로 11번째 나다를 개최하며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몸소 부수고 있는 독고정은 총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people2_1 © 독고정은

우리, 함께 걷는 길

안녕하세요. 독고정은 감독님.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페스티벌 나다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독고정은입니다. 현재 장애인예술단체 '세가지 질문'의 대표로 자리하고 있기도 한데요. 세가지 질문은 예술적, 전문적 기량을 갖춘 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 단체예요.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소외계층의 활동 영역 확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어떻게 공연 업계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전에도 각종 이벤트,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해왔는데요. 축제를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한 공간에서 함께 부딪히며 놀다가,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는 거죠. 장애, 비장애의 벽도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다면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럼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인식이 깨우쳐진 순간이랄까요?

저는 장애 당사자도 장애인 가족도 아니에요. 다만 해외 거대 도시에서 살다가 서울에 돌아오니,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거리에 장애인들이 다른 도시만큼 많지 않았어요. 어릴 땐 몰랐지만 돌아오고 나서 보이게 된 거죠. 장애인의 세계와 비장애인의 세계가 구분된 것만 같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 people2_2 © 독고정은

그럼, 나다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의 총감독을 맡고 계신데요. 페스티벌 나다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페스티벌 나다는 장애유형 대상별 최첨단 배리어프리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국내 유일의 다원예술축제예요. 라이브공연으로 진행되는 '나다 뮤직페스티벌', 장애공감프로젝트인 '숨겨진 감각놀이', 포럼, 아트페스티벌, 배리어프리 영화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페스티벌 나다의 시작이 한 청각장애인 작가의 질문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질문이었나요?

당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어요. 관객들이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더니, 함께 있던 청각장애인이 공연을 실제로 보면 저렇게 눈물이 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청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결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과 함께 걷는 길을 선택한 후, 사회적인 차별이나 혐오, 편견으로 힘드셨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놀랍게도 의외로 장애인 스스로가 만든 벽이 가장 단단하더라고요. '박수를 엉뚱한 타이밍에 치면 어쩌지?', '시각장애인데 사람 많은 곳에서 발 밟히고 넘어지는 거 아닐까?' 혹은 '휠체어 타고 들어가면 민폐가 아닐까?' 하는 위축된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럼 그때, 그분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감독님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과정에 있어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많이 마주쳤고요. 뭔가를 찾는 것 같으면 먼저 다가가서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도왔어요. 사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새로운 공간에 가면 쭈뼛거리기 마련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게 되고요. 최대한 익숙한 공간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기 하려고 무척 공을 들였어요.

'나다'만의 무언가

  • people2_3 © 독고정은

총감독님이 생각하시기에, 페스티벌 나다가 일반 공연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건 '모두의 장'이란 거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어우러져 노는 것, 그리고 신기한 건 한번 왔던 관객은 다음 행사에도 꼭 누군가를 데리고 다시 와요. 재방문율이 높은 페스티벌이랍니다.

페스티벌 준비 과정이 여타 축제와 조금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애초에 시설 선정부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가장 먼저 하는 게 공간 선정이에요. 시설 간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휠체어 램프와 같은 편의 수단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공연장으로 통하는 문이나 의자를 들어내서 휠체어가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게 해요. 올해도 공연장의 안전과 방범을 위해 3일 내내 매일 문짝을 떼었다 붙였다 했어요.

  • people2_4 나다의 시그니처, 암전공연 © 독고정은

나다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바로 '암전 공연'인데요. 일반 공연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뮤지션이 암전 공연을 한 곡씩 준비해요. 악기나 공연장 천장의 작은 불빛까지 완벽하게 차단한 상태에서 무대를 즐기게 되죠. 고작 4-5분의 시간만으로 감히 시각장애인의 삶을 '체험'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요. 다만 그 삶을 잠시 함께 경험하고, 이때 느끼는 감각을 잘 기억해달라고 관객분들께 당부합니다.

메인 공연인 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장애인들도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장치들은 어떤 것이 마련되어 있나요?

무대 중앙에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고, 마치 공연 팀의 한 멤버처럼 역동적으로 통역을 해요. 몸을 흔들며, 또 더 표정도 풍부하게 하시고요. 또, 우퍼 조끼와 진동 쿠션을 활용해서 촉각 정보를 극대화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도 청각장애인에게 꽤나 어려운 시간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 people2_6 (왼쪽) 핸드폰 자막 서비스, (오른쪽) 우퍼 조끼와 진동 쿠션 © 독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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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만은 한계가 있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그렇죠. 그래서 공연의 시간 동안 시·청각적으로 소외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전에 가사집을 촉수어로 준비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게 편안한 공연(Relaxed Performance)도 진행해요. 특정 장애가 있는 관객이 필요할 경우 입·퇴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행사임을 모든 관람객이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거죠. 사실 신경 쓰고,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짧은 지면에 다 정리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그렇다면 아직 페스티벌 나다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께, 홍보 부탁드려요.

'교차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 모두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죠. 그러다가 문득, 각기 다른 속도의 삶이 겹치는 순간이 오는데요. 바로 그 순간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거죠. 그 찰나의 시공간이 '나다' 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구분 짓는 사회적 꼬리표는 잠시 주머니에 넣어놓고, 온전히 예술과 감동에 젖어 드셨으면 좋겠어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인지하기

그럼 여타 일반 공연들이 좀 더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니기 위해 가장 개선되어야 할 부분, 혹은 필요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두 가진데요. 먼저 다양한 관객을 인지하는 게 우선시되어야 해요. 그러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죠. 두 번째로는 배리어프리를 기획의 기본요소로 생각하는 건데요. 기획, 제작, 연출, 마케팅 홍보처럼 배리어프리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하고 예산을 세워야 해요.

그렇다면 좀 더 폭넓게,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이해와 공존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변화해야 하고, 또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양한 종류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지하는 게 어렵겠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이에요. 이런 턱을 만들면 휠체어나 유모차는 진입이 어렵겠구나, 유도블록 위에 입간판을 세워 놓으면 시각장애인들은 걸려 넘어지진 않을까 하는 인식이 중요하죠.

  • people2_7 VR 저시력 장애 체험 © 독고정은

그 과정에서 콘텐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콘텐츠는 창작자와 대중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또 소통하게 만드는 매체예요. 특히 배리어프리 문화예술 콘텐츠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나 공익 방송으로 일깨우는 홍보보다 더 깊은 감동과 잔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을 더 강렬하게 끌어내는 효과가 있죠. 배리어프리 콘텐츠 자체가 장벽을 허무는 강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이 보고 공부해야겠지만요. 나다 식구들은 페스티벌 나다를 바탕으로 더 세심하게 운영되는 문화예술 속 배리어프리 운영방안을 연구 개발하고, 다양한 장르에서도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페스티벌 나다 2022 스케치 영상 © 유튜브 <Festival 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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