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걷는 길
안녕하세요. 독고정은 감독님.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페스티벌 나다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독고정은입니다. 현재 장애인예술단체 '세가지 질문'의 대표로 자리하고 있기도 한데요. 세가지 질문은 예술적, 전문적 기량을 갖춘 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 단체예요.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소외계층의 활동 영역 확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어떻게 공연 업계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전에도 각종 이벤트,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해왔는데요. 축제를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한 공간에서 함께 부딪히며 놀다가,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는 거죠. 장애, 비장애의 벽도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다면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럼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인식이 깨우쳐진 순간이랄까요?
저는 장애 당사자도 장애인 가족도 아니에요. 다만 해외 거대 도시에서 살다가 서울에 돌아오니,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거리에 장애인들이 다른 도시만큼 많지 않았어요. 어릴 땐 몰랐지만 돌아오고 나서 보이게 된 거죠. 장애인의 세계와 비장애인의 세계가 구분된 것만 같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
© 독고정은
그럼, 나다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의 총감독을 맡고 계신데요. 페스티벌 나다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페스티벌 나다는 장애유형 대상별 최첨단 배리어프리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국내 유일의 다원예술축제예요. 라이브공연으로 진행되는 '나다 뮤직페스티벌', 장애공감프로젝트인 '숨겨진 감각놀이', 포럼, 아트페스티벌, 배리어프리 영화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페스티벌 나다의 시작이 한 청각장애인 작가의 질문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질문이었나요?
당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어요. 관객들이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더니, 함께 있던 청각장애인이 공연을 실제로 보면 저렇게 눈물이 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청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결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과 함께 걷는 길을 선택한 후, 사회적인 차별이나 혐오, 편견으로 힘드셨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놀랍게도 의외로 장애인 스스로가 만든 벽이 가장 단단하더라고요. '박수를 엉뚱한 타이밍에 치면 어쩌지?', '시각장애인데 사람 많은 곳에서 발 밟히고 넘어지는 거 아닐까?' 혹은 '휠체어 타고 들어가면 민폐가 아닐까?' 하는 위축된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럼 그때, 그분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감독님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과정에 있어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많이 마주쳤고요. 뭔가를 찾는 것 같으면 먼저 다가가서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도왔어요. 사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새로운 공간에 가면 쭈뼛거리기 마련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게 되고요. 최대한 익숙한 공간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기 하려고 무척 공을 들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