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6 2022 Winter

    하늘에서 콘텐츠가 비처럼 내려와

PEOPLE 1

'숏박스' 김원훈, 조진세 숏박스나 볼까?

김현주  사진 서봉섭

올해 초 유튜브에 업로드된 "장기연애"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숏박스'. 숏박스는 현재 23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이 되었다. KBS 30기, 31기 공채 개그맨 출신, 김원훈과 조진세를 만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나만의 길'을 찾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people1 (왼쪽부터) 조진세, 김원훈 © 서봉섭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어요

안녕하세요. 숏박스에 대해, 그리고 김원훈님과 조진세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입니다. 저희 숏박스 채널은 짧은 코미디 영상을 박스 안에 담았다는 뜻으로, 작년 10월 29일에 처음 개설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저희 구독자가 230만 명을 넘어섰어요. 감격입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성장 속도가 엄청난데요. 일 년 전, 숏박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원훈

오늘 다른 미팅을 하고 왔는데요. 저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근데 이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말씀드릴 게 없었어요. 2022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이렇게 행복한 때가 있을까 싶은 정도예요.

일 년간 많은 게 바뀌었을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조진세

일단 브랜드 옷을 입게 됐어요. 축하 부탁드립니다.(웃음) 생활에서도 큰 변화가 있지만, 영상을 제작함에 있어서는 예전보다 조심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요. 워낙 많은 분이 봐주시니까요. 책임감을 느끼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도 정말 궁금해요.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김원훈

예전엔 하루 만에 대본을 짜고 촬영해서 다음 날 올리곤 했었는데요. 요즘은 보통 4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회의 하루, 촬영 하루, 편집 이틀 정도로요.

채널이 성장하면서 다른 스태프들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두 분이 거의 도맡아서 작업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원훈

원조 맛집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가맹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본점의 맛과 퀄리티는 따라가기 힘들겠죠. 저희도 중간에 편집자를 구하고, 외주를 맡기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여기 '맛이 좀 없어진 것 같다, 변한 것 같다' 하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우리 몸 편해지려고 시간 투자를 덜 하는 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people1_2 © '숏박스' 유튜브

숏박스의 동영상은 대부분 5분 내외이고, 진행 속도도 빠른 편이에요. 두 분의 취향이실까요?

조진세

시청자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 자체를 제한된 시간을 활용해 볼 때가 많잖아요. 화장실에서 보거나, 지하철에서 보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걸 잘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코미디 장르 중에서도 "장기연애"나 "찐남매" 등 일상 속 공감대를 노리는, '스케치 코미디'가 주로 업로드되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조진세

저희가 연기하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공개 코미디는 이미 해 봤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었는데요. 외국 채널 '키앤필'을 보니 드라마 형식에, 개그도 녹일 수 있고, 연기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딱 스케치 코미디를 해보자!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그 장르가 스케치 코미디였던 거죠.

현재 유튜브에 스케치 코미디 채널만 190개가 있다고 해요. 숏박스의 영향도 있어 보이는데, 이 장르에 인기가 쏠리며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김원훈

채널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 늘 어떤 채널이 생겼는지, 어떤 코미디를 하고 있는지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영상 내용은 잘 안 보려고 해요. 저도 모르게 오마주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저희는 저희 색깔을 찾고 싶거든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김원훈

주로 대화하다가 나오는 것 같아요. "공감대 많은 장소가 어디 있을까?"로 회의를 시작하는 편이에요.

조진세

예를 들어 미용실, 미용실 재밌겠는데?

김원훈

미용실에서 어떤 일 있었는데?

조진세

인턴분들 뒤에서 막 혼나지 않아? 이런 식이에요. 경험했던 바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거죠.

두 분의 합이 아이디어 구성에서부터 드러나네요. 촬영하거나 기획하며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하나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조진세

'퇴실 30분 전' 영상이 있어요. 펜션에 가서 실제로 술을 엄청 많이 마시고, 윷놀이도 하고 정말 엠티 간 것처럼 놀았죠.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바로 삼각대만 펴고 찍었어요. 씻지도 않고 그대로요. 많은 분이 '얼굴 부은 거 봐, 목 잠긴 거 봐, 얘네 천재다' 하셨는데, 사실 있는 모습 그대로 찍은 거예요. (웃음)

나만의 '상호명'

  • people1_3 © 서봉섭

한국 코미디 장르가 지난 20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었어요. '공채'라는 개념이 사라졌는데, 지금은 코미디언의 주 무대가 어디라고 보면 될까요?

조진세

저희처럼 유튜브로 많이들 활동을 시작하고 계시죠.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것처럼, 희극인은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 설 수 있는 무대는 유튜브밖에 없고, 사람들이 집중해주는 곳도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김원훈

실제로 SNS 메시지를 통해 많이 받는 질문이, 이제 공채가 없는데 어디서 공채 타이틀을 획득하고 코미디를 할 수 있냐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장소 불문하고 내가 코미디를 하고 있으면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나만의 방송국을 만들고, 나만의 공채라는 라이선스를 획득해서 활동하셨으면 좋겠어요.

환경이 변하면서 형식이나 내용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정해진 형식이 없다는 점이 더 자유로운 구성으로 이어졌다고 봐도 될까요?

조진세

그럼요. 저희가 채널에서 비속어도 많이 쓰는데요. 공중파의 공개 코미디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죠.

김원훈

일상에서의 공감대를 공중파에서 풀기는 힘든 것 같아요. 비속어도 그렇지만, 상호명도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교촌치킨에서 허니콤보 시켜 먹을까" 할 수 있는 걸, 공중파에선 "그거 있잖아 그 달콤한 치킨 그거 먹을까" 이런 식으로 풀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공감대의 느낌이 다르죠. 그래서 유튜브를 하며 상호명에 더 집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실적이잖아요.

또 한 가지, 소속의 변화도 있으셨죠. 방송사 공채와 개인 크리에이터, 직접 다 경험해보셨는데 어떤 장단점이 있던가요?

조진세

방송국에서는 작가님이나 PD님의 말에 조금 더 무게감이 실려요. 저희가 어떤 개그를 하고 싶다고 해도, 재미없다고 말씀하시면 무대에 올리지 못하죠. 지금은 저희가 PD이자 작가이기 때문에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죠. 대중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요.

그러면 방송국에서 이걸 배웠다, 하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조진세

방송국에는 심의 규정이 있잖아요. 그걸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민감한 부분은 안 건드리는 것, 기획 짜는 것, 사람들이 무얼 불편해하는지 등 많아요. 저희한테 경험을 줬죠.

앞으로의 이야기

  • issue_people1_4 © 서봉섭

최근에는 숏박스 외에 우낌표 채널도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두 분의 행보에 탄력을 받은 느낌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김원훈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느낄 정도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우낌표 채널도 좋고, 숏박스 채널도 좋고, 숏박스 비하인드 채널도 하나 운영하고 싶고, 또 개그맨들끼리 같이 할 수 있는 채널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분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시고 있는 숏박스에 더 열중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조진세

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그걸 계속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하나의 채널에서 결이 다른 콘텐츠를 하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거든요. 엄청난 슈퍼스타가 아닌 이상, 하나의 콘텐츠를 결정해서 그것만 했으면 좋겠어요.

김원훈

이게 정답이에요. 끝까지 하다가 정 안 됐을 때 콘텐츠를 바꾸는 게 맞아요. 계속 다른 결의 콘텐츠를 올리면 알고리즘이 무너져요. 진척이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속 파야 해요.

마지막으로 김원훈과 조진세가 지향하는 웃음은 어떤 웃음일까요?

김원훈

저는 얼굴만 봐도 웃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길을 가면 제가 "안녕하세요"만 해도 팬분들이 막 웃으시거든요. 그게 좋아요. 얼굴만 봐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그게 되려면 제가 선한 영향력을 떨치면서 좋은 콘텐츠로 보답해야겠죠.

조진세

그럼 저는 자기 직전에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불 속에서 웃음이 나는 그런 거요. 원훈이 형은 직접 보면 웃긴 개그맨, 저는 생각만 해도 웃긴 개그맨이요.

김원훈

또 저희는 건강한 웃음을 드리려고 해요. 개그콘서트 슬로건이 '대한민국 모두가 웃는 그날까지'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요. 많은 분이 봐도 불쾌하지 않은 건강한 개그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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