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6 2022 Winter

    하늘에서 콘텐츠가 비처럼 내려와

코카人터뷰

<수련으로 하여금 인샬라> 박서은 작가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김현주  사진 서봉섭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스토리 부문' 대상 작품 <수련으로 하여금 인샬라>. 박서은 작가는 아직 입봉작이 없는 신진 콘텐츠 창작자이다. 고려의 아가씨 '수련'이 겪는 역경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제 막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서은 작가를 만나 대상 수상까지의 과정, 창작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img_1 © 서봉섭

늦깎이 작가, 박서은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이력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스토리 부문' 대상을 받은 박서은 작가라고 합니다. 이제 작가의 길로 들어선 새내기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상 정말 축하드려요.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오랜 시간 작가를 꿈꾸긴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글쟁이는 배곯는다'라고 반대하셔서 젊을 땐 글을 못 썼죠. 입시 컨설팅, 자기소개서 첨삭 등 작가는 아니지만, 글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요. 저를 지켜보던 친구가 "네가 잘하는 게 있잖아, 그걸 해"라고 말하는데 도전할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본격 창작은 처음이라 어려웠던 점이나, 다른 작가들에 비해 늦은 시작은 아닐지에 대한 걱정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솔직히 아주 두려웠어요. 나이가 있으니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입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더 젊을 때 썼으면 작품에 깊이가 없었을 것 같아요. 50대가 되니까 세상에 굉장히 수용적인 자세가 되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도 듣고, 산책 중인 이웃 어르신의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이 글쓰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 같습니다.

자기소개서부터 소설까지 어쩌면 다양한 종류의 글을 경험하셨네요?

사실 처음엔 웹소설도 써봤어요. 거의 40만 자 넘게 썼는데요. 포털에 10회 정도 올리니까 베스트로 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포털의 주류 장르와 제가 쓰는 웹소설의 장르가 달랐어요. 그 이상으로 가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원래 가장 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첫 도전이었죠.

그런 첫 도전에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받으셨네요? 발표 공지를 보셨을 때, 정말 놀라셨겠어요.

네, 깜짝 놀랐어요. 메일에 들어가서 천천히 내리는데, 첫 줄에 제 작품 이름이 있는 거예요. 감동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죠. 어디 비빌 언덕도 없는 제가 대상이라니, 너무 기뻤죠. 작가 인생의 첫 단추를 화려하게 잘 끼워주신 것 같아요.

고려의 아가씨, '수련'

  • img_2 © Shutterstock

<수련으로 하여금 인샬라>, 어떻게 기획하게 된 작품인가요? 이 작품의 첫 시작이 궁금해요.

제가 평소에도 역사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늘 하던 생각이 '왜 항상 왕의 이야기만 나오지?'였어요. 왕족은 기껏해야 1%도 안 될 거잖아요. 왜 정복과 정치 이야기만 나오는지가 불만이었죠. 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요. 그리고 주도적인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다른 시대가 아닌 굳이 '고려'라는 배경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나라가 '코리아'라고 불리게 된 게 고려시대잖아요. 저는 그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주도적인 한 여자였으면 했어요. 실크로드를 타고 아랍에 간 '수련'이라는 고려의 핏줄이 '코리아'를 알렸다고요. 그리고 고려에서 여자의 삶은 우리 생각보다 진취적이고 주도적이었기에 실제 그게 가능했을 수도 있고요.

사극은 특히 자료조사가 정말 철저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준비하셨을까요?

제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서 다양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요. 작품 배경은 1351년에서 1361년 사이로 설정했어요. '충' 자가 붙은 마지막 왕, 충정왕의 마지막 해이자 공민왕의 첫해죠. 원나라가 저물어가는 시대, 고려가 혁신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는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수련의 아버지 벼슬 이름이 원래 '어사대부'거든요. 그런데 딱 이 시기에만 '재헌'이라고 불렀어요. 한 1년, 2년만 있었던 이름이죠. 이런 것까지 찾아봤답니다. 장하죠? (웃음)

한 여자가 '코리아'를 알리기까지,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제목도 독특해서 시선을 끌더라고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주인공 '수련'은 고려 사대부집의 아가씨예요. 작품 속에서 수련은 공녀로 원나라에 가게 되는데요.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른 방향으로 구르며 온갖 역경을 겪어요. 제목에서 수련의 이런 힘든 앞날이 담긴 단어가 바로 '인샬라'고요. '신의 뜻대로', 즉 '내 운명을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의미인데 수련이 점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면서 '내가 이뤄냈다'라는 의미도 더해지게 되죠.

그렇다면 작가님이 '수련'이라는 인물을 통해, 또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울고 웃고 공감하는 게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사극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사람의 이야기잖아요. 코로나19와 전쟁,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나보다도 약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처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고, 당신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죠.

최근 원천 IP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야기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가 됐어요. 작가님은 어떤 형태로 작품이 확장되었으면 하시나요?

저는 16부작 드라마를 염두하고 글을 썼어요. 제가 초보 작가잖아요. 그래서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드라마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동시에 활용성이 높았으면 했어요. 이야기 자체가 사랑받아 책도 되고, 영화도 되고, 뮤지컬도 될 수 있도록요.

'믿고 보는 작가'를 꿈꾸다

  • img_3 © 서봉섭

평상시에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이상하게 저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현재 준비된 작품도 8편 정도 돼요. 역사, 스릴러, 코믹, 장르도 다양하죠.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시간만 나면 공원에 앉아서 사람들을 봐요. 그러면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다 독특하고 모두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게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요.

작품 창작에 보통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도 궁금해요. 이번 작품은 얼마나 걸리셨나요?

이번 작품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렸어요. 글 쓰는 모든 과정에서,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건 계획이에요. 만약에 16부작을 써야겠다, 하면 각화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갈지 굉장히 고심해요. 그걸 다 잡는 데에 일주일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엔 주인공을 움직이고, 줄거리와의 얼개도 보죠. 그런데 막상 글 쓰는 데에는 얼마 안 걸려요.

공모전 첫 도전과 수상을 경험한 자로서 도전을 망설이는 작가 지망생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주인공의 대사 중에 '길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잖소. 누군가 걸어야 길이 되는 것이오. 길 없는 길을 내가 걸어 길을 내려 합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도전해야 앞이 보이고 길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제 막 산업에 발을 디딘 창작자로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번 작품으로 비즈 매칭이 진행 중인데요. 다양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놀랐어요. 되도록 많은 작가에게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콘텐츠를 넘나드는 문어발 같은 인프라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수련으로 하여금 인샬라>을 시작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제 좌우명이 '인사유명'입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죠. 좋은 작품을 꾸준히 써서 '믿고 보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전에 우선 <수련으로 하여금 인샬라>, 이 작품을 세상에 잘 내보이고 싶고요.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