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6 2022 Winter

    하늘에서 콘텐츠가 비처럼 내려와

N개의 생각

'콘텐츠 범람'에 대한N개의 생각

한계가 없기에 범람하지 않는

성지환 대표(72초)
  • 어느새 넘쳐나는 공급으로 콘텐츠 선택의 권한을 소비자가 오롯이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콘텐츠 소비자와 제작자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즉, 모든 사람이 콘텐츠 생산과 선택의 권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콘텐츠가 '범람'한다는 표현은 이러한 넓어진 자유, 그리고 그에 따르는 책임에 우리가 아직 익숙지 못해 생긴 표현이다. 나의 선택을 일정한 방향으로 종용하며 자유의지를 방해하는 알고리즘은 '범람의 느낌'을 부추기기도 한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에 '범람'은 없다. 콘텐츠의 공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넘쳐 흐른다고 표현하기엔 한계가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성찰의 기회를 앗아가는

남기덕 교수(동양대학교 게임학부)
  •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접할 수 있으며 핵심적인 내용을 위트있게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가 생산 및 소비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철학을 다루는 진지한 콘텐츠의 설 자리가 사라졌습니다. 트렌드에 맞는 숏폼도 좋지만, 진중한 콘텐츠가 사라진다면 정서적 빈곤을 가속하게 될 겁니다. 더 늦지 않게 진지한 콘텐츠도 공존할 수 있도록 플랫폼 환경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질적 후퇴가 우려되는

이혁진 팀장(게임포커스 뉴스팀)
  • 향유자는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무엇을 즐길까 고민하기보다 배속 재생과 랜덤 재생, 연속 재생 등으로 내용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쪽을 택하고 있다. 창작자에게도 하나의 질 높은 콘텐츠가 아닌 다작과 양산을 요구하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콘텐츠 구독 시스템 하에 90점짜리 콘텐츠 하나보다 70점짜리 콘텐츠 10개가 더 환영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즐길거리의 수준을 높인

김한별 팀장(KBS미디어)
  • 볼 게 너무 많아 뭘 볼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고, 반대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많지만 정작 볼 게 없다는 말도 많다. 이 넓은 놀이터에서 보고 놀게 없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바라보는 즐길 거리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말과 같다. 한국은 그러한 시류 속에서 끊임없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젠가 한국이 전 세계 지속 가능한 IP의 보고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즐겁다.

빠른 소비를 강요하는

김종서 이사(케이비젼)
  •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자나 소비자 모두가 빠른 소비를 강요당하고 있다. 대중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위해 창작자들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창작의 원천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장단점이 분명한

김준혁 편집장(황금가지)
  • 웹을 통해 쏟아지는 소설 콘텐츠는 작가와 독자 간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혔다. 하지만, 동시에 출판이 주는 정제된, 뜸 들임의 여유가 사라졌다. 강렬하면서도 날것의 재미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사색하고 복기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부족해진 현실이 아쉽다.

모두의 휴식이 필요해진

김익수 책임(서울산업진흥원 미디어콘텐츠산업팀)
  • 지나치게 콘텐츠의 양이 많아져 소비자는 풍요 속 고독과 불안감을 겪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범람이 우리에게 콘텐츠 소비 부담을 가져온 것이죠. 또 생산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상향 평준화된 콘텐츠 시장에 매번 창작의 고통과 부담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데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양성의 팽창을 가져온

김현숙 소장(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정책법률연구소)
  • 콘텐츠의 범람은 다르게 생각하면 다양성의 팽창이 아닐까요? 질적으로는 덜컹거리는 것에서 매끈한 것까지, 양적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무한대의 콘텐츠. 범람하는 콘텐츠의 무게에 눌리지 말고, 나에게 휴식을 주는 콘텐츠를 필요한 만큼만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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