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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칼럼
[석주원 칼럼] 게임디자인의 망죽패 2021.11.17 433

[석주원 칼럼] 게임디자인의 망죽패



국회에서 오징어게임을 보며 왜 KBS는 오징어게임 같은 컨텐츠를 만들지 못하는지 국회의원이 물었다고 한다. 답변과 상관없이 이 질문이 지금 시대의 게임을 비롯한 문화 컨텐츠가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주면 투자를 했으면 성공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게임을 만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만들기만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데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당사자가 그래픽이건 프로그램이건 기획이건 한가지 능력이 더 있어서 그 중 두 가지를 커버하건 결국은 인력이 추가되고 비용이 소모된다.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일정 스케일 이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 모든 리스크를 품은 대신에 성공하는 경우의 저작권을 취한 것이다. 이는 창작자에게도 성공 이후의 이력이 생기기에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하지만 당연히 어느 분야 어느 산업이건 100%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그 어느 기업도 기관도 불가능해 보이는 투자를 하고 전권을 위임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오징어게임이 탄생했다. 진짜 사람을 고르고 돈을 붇는 것은 쉽지 않다.


수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믿음이 없는 나라는 망하고, 예의가 없는 자는 죽고, 의리가 없는 자는 패한다. 대부분 투자가 이루어지면 확인하고 싶어하고 간섭하고 싶어하고 진행현황을 주기적으로 알고 싶어한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믿음은 있어야 한다.


상호간의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컨텐츠에 대한 복안이 있더라도 결국 망하거나 완성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게임이 죽는 것은 잘 만든 다음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각종 혐오 문제나 각종 갈등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잘 만들어도 예의가 없으면 게임이 죽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잘 만들고 성공시켜서 예의를 다하여 유저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어느 순간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게임은 패하게 된다. 하나의 장르가 독보적 위치에 오르면 반드시 유사품이 나오고 넘버원의 자리라도 유저를 잃으면 떠나서 패하게 되는 것이다.


믿음이 없어 망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전에 인기가 엄청났던 포트리스와 기대 받던 서든어택2는 지금은 아는 사람이 적으며 수 많은 수집형 게임들이 작가들의 성향 논란과 운영진의 정치적 논란으로 침몰했다. 리니지는 단골들에게 신망을 잃으며 대외적 의리가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이야기가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장의 수익에만 집중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리니지의 사례만 예외로 하고 모두가 직장인이고 모두가 인생을 걸고 게임을 만든다. 좀 더 멀리 봐야 하지만 막상 그 순간에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성공은 아주 뜻 깊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제작을 통해 세계의 유명 거대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 컨텐츠 생산에 대한 높은 가성비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 영화를 넘어 반드시 게임산업에 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영화부분에서 기생충과 같은 작품들이 드라마에서는 오징어게임 같은 사례들이 웹툰에서 나혼자만레벨업, 게임에서는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수 많은 결과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증명에 증명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좋은 계획과 기획으로 게임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만드는 게임에 믿음을 가지고, 알려지면 유저에게 예의를 다하고, 장기간 성공하는 게임이 된다면 초심을 지키고 끝까지 의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게임산업의 미래는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출처 : RP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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